[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세계 각지에서 영토 소유권을 놓고 각 국이 치열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것과 달리,벨기에와 네덜란드는 우호적이며 평화적으로 축구장 15배만한 크기의 영토를 교환에 합의했다. 교환이라기보다는 벨기에가 사실상 네덜란드에 자국 영토를 넘겨줬다.
양국이 영토분쟁에서 이처럼 아량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벨기에 바이스의 시장 마르셀 네벤은 30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연하고 타당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네덜란드 국경지역의 뫼즈 강 주변에서 최근 참수된 시신이 발견된 사건이 양국 간의 평화적 영토교환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지역은 네덜란드 영토에서 뫼즈 강 쪽으로 반도처럼 돌출된 곳.강물의 흐름에 지형이 바뀌어 네덜란드와 연결된 반면 벨기에 본토와는 강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 그렇다보니 그동안 치안 공백으로 인해 이곳에서는 범죄가 자주 발생해왔다.시간이 갈수록 마약 밀매와 성범죄가 빈번한 무법지대가 된 이 지역에서 심지어 약 3년 전에는 머리가 없는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했다.
벨기에 뫼즈 하류 지역 관할 경찰 관계자는 “당시 경찰이 네덜란드 당국에 이 사건을 알렸으나 네덜란드 당국은 벨기에 영토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즉 네덜란드 당국은 이 지역이 벨기에 영토라 갈 수 없었고, 벨기에 당국은 네덜란드의 특별허가를 받아야 육로로 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데다가 선착장이 없는 이 지역에 배로 강을 건너가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네벤 시장은 “영토교환을 위한 준비 작업은 끝났으며 양국 의회가 내년에 이 합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영토분쟁 관련 전문변호사 말콤 쇼는 “이번같은 영토교환이 매우 드물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그동안 영토교환이 있었지만,대부분은 첨예한 대립 끝에 이뤄졌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오랜 분쟁 끝에 올해 국경선 영토교환에 합의했고, 중남미 니카라과와 코스타리카의 영토분쟁도 이달 초 유엔 국제사법재판소가 '니카라과가 코스타리카 영토주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함으로써 해결됐다.
벨기에 군(軍)역사학자 뤽 데 보스는 벨기에와 네덜란드 관계는 우호적이어서 이는 다른 국가의 영토분쟁과 다르다며 양국이 수세기 전부터 유대관계를 유지해왔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영토는 더는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