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2016년도 정기임원 인사가 속속 발표되면서 '유리천장'을 깬 여성 임원들의 승진 및 발탁이 눈길을 끈다.
롯데그룹은 지난 28~29일 단행한 2016년 정기임원 인사에서 여성 임원 4명을 전격 발탁했다. 이로써 롯데그룹의 여성 임원은 총 18명으로 늘었다. 특히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이 처음 탄생했다. 1994년 롯데그룹 공채 34기인 롯데칠성음료의 진달래 상무보가 그 주인공이다.
롯데칠성음료 첫 여성 임원이기도 한 그는 입사 때부터 품질관리 업무를 담당해 탁월한 전문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대전제품안전센터 매니저, 오포 품질보증 담당 매니저를 거쳤다. 지난해는 롯데칠성 품질보증팀장을 맡아 올해 수석(부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임원으로 발탁됐다.
이밖에 롯데백화점의 김영희 상무보와 롯데홈쇼핑의 유혜승 상무보가 여성임원 자리에 올랐다. 벨기에에 본사를 둔 길리안의 미어케 칼레바우트 상무보는 외국계 여성 첫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정기 임원 인사에서 현대그린푸드 조선경 상무보, 한섬 김은정 상무보와 김정아 상무보 등 3명을 여성 임원으로 발탁했다.
이로써 현대백화점그룹의 여성임원은 총 11명으로 증가했다. 8%였던 여성 임원 비율은 10%를 넘겼다.
앞서 LG생활건강은 2016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공채 출신 첫 여성 부사장이자 LG그룹 최초의 여성 부사장을 발탁했다.
1986년 입사한 이정애 신임 부사장은 2011년 생활용품사업부장으로 선임된 뒤 LG생활건강의 생활용품 시장 1등 지위를 확고히 한 점을 인정받았다.
이 부사장은 화장품 사업 부문인 '럭셔리 코스메틱(Luxury Cosmetics)' 사업부장으로 보임해 면세점 매출을 이끄는 한방 브랜드 '후'와 '숨', '오휘', '빌리프' 등 주력 브랜드를 이끌게 됐다.
이처럼 유리천장을 깬 여성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국제 사회 기준으로는 나아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1.64%에 불과했다.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도 89.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국가는 20.3%로 이사회 여성할당제 의무화 추진 등의 노력으로 10년 새 두배 가까이 늘었다. 2013년 기준으로 살펴보면 한국은 일본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의 여성 임원 비율을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에서 여성은 결혼, 육아 등으로 그만두거나 남성 중심의 기업문화로 고위직까지 오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성 직원을 앞서 고용하는 것을 넘어서 복지를 강화하고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