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프랑스 최대 통신사인 AFP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1위에 올랐다.
메르켈 총리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영국의 권위있는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어 3번째로 올해의 인물 1위 자리를 차지했다.
AFP는 전 세계 모든 분야에 있는 소속 기자들이 투표한 결과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메르켈 총리를 선정했다고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 난민 사태와 그리스 재정 위기를 다루는 데 주요한 발자취를 남겼다고 평가됐다.
특히 올 한해 동안 독일에 100만여 명의 난민을 받아들이는 개방 정책을 높이 평가받았다. 5년 가까이 진행된 시리아 내전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난민 사태가 발생했고, 대다수가 유럽연합(EU) 국가들로 몰려오면서 유럽 대륙에 압박을 줬다. 난민 수용에 관해 EU 국가간 이견이 생기기도 했다.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은 메르켈 총리를 '엄마 메르켈(Mama Merkel)'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AFP는 보도했다. 그러나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일부 EU 국가들과 독일 내 정당들은 메르켈 총리의 정책을 반기지 않았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사실상 유럽 리더로 활약하고 있는 메르켈의 권위는 오랫동안 이어진 그리스의 재정 위기에서도 빛을 발했다. 메르켈 총리가 뚝심있게 밀어부친 정책 덕분에 그리스 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EU 탈퇴를 뜻하는 신조어)'도 막았다는 분석이다.
당시 프랑스 등 일부 EU 국가들은 그리스가 제출한 새로운 개혁안을 받아들여 구제 금융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정부가 이미 신뢰를 잃었다며 그리스에 유로존 규칙을 준수하라고 압박했다. 지난 7월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타결된 새 합의안은 연금 개혁과 부가가치세·법인세 인상 등을 골자로 한 기존 개혁안보다 훨씬 더 강화된 것으로 메르켈 총리의 압박이 주효했다는 전문가들의 반응이 나왔다.
앞서 지난 9일 메르켈 총리는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 1위에 올랐다. 타임은 메르켈 총리가 시리아 난민 문제부터 그리스의 재정 위기까지 많은 분야에서 뛰어난 지도력을 보인 것이 선정 이유라고 설명했다. 타임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반도를 병합해 우크라이나로부터 빼앗은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한 것도 메르켈 총리를 1위로 선정한 이유로 꼽았다.
타임에 이어 FT도 지난 13일 메르켈 총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FT는 신중하기로 정평난 메르켈 총리가 올 한해 동안 유로존과 난민 정책 문제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독일을 보다 대담한 국가로 바꿔놓은 것은 물론 유럽 대륙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FT는 메르켈 총리가 난민 수용 정책으로 100만명이 넘는 난민들을 유럽 대륙에 받아들임으로써 독일 통일과 유로화 탄생을 주도했던 자신의 정치적 멘토 헬무트 콜 전 총리에 버금가는 유산을 남기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 AFP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1위에 올랐던 푸틴 대통령은 올해 2위로 밀려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위, 샤를리 에브도와 파리 테러를 겪은 파리 시민들이 4위에 올랐다.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와 미얀마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지 여사,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날드 트럼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 조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 회장,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