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국제 유가가 최소한 내년 하반기까지는 급락세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가 하락이 미국 소비자와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이슨 보르도프 미 컬럼비아대학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이사는 28일 논평을 통해 "올해 원유가격이 30%가량 떨어진데 이어 저유가 기조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유가 하락은 일반적으로 미국 소비자와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전망했다.
그는 "휘발유 가격이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휘발유 가격 하락은 가구당 한 달에 100달러의 세금 감면과 같은 역할을 하게 돼 미국 경제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럴당 유가가 10달러 하락할 때마다 휘발유 가격 부담도 배럴당 25센트씩 떨어진다"고 말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2009년 3월25일 이후 처음으로 갤런 당 2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협회는 또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미국인들이 올해 1150억 달러를, 운전자 한명 당 550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마셜 도니 AAA CEO는 "휘발유 가격이 7년 새 최저 수준으로 하락해 전국의 운전자들이 기뻐하고 있다"며 "이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미국과 중동산 원유의 공급과잉 우려로 지난 2004년 7월5일 이후 11년 5개월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 투자정보회사 파라마운트옵션의 레이먼드 카본 중개인은 "원유 가격 하락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국가 모두 막대한 양의 원유를 시장에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OPEC은 지난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례 각료회의에서 원유 생산량 감축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OPEC 회원국들은 산유량 목표치를 명시하지 않고 산유량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OPEC의 하루 평균 생산량은 지난달 기준 3170만 배럴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원유시장의 과잉공급이 하루 200만 배럴로 추정된다.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로 원유 판매시장에 나서면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원유 생산량은 2008년 하루 평균 460만 배럴에서 2015년 12월 현재 920만 배럴로 6년 만에 두배로 증가했다.
레이먼드는 "저유가 기조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유가가 올해 말에는 배럴당 34달러로 떨어져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데미안 코어배린은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 해제로 원유 생산이 늘어나면서 내년에 OPEC국가 등은 하루에 318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며 "OPEC 비회원 국가들도 원유 공급에 동참하는 등 유가 하락은 내년 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골드만삭스는 원유의 초과공급이 지속될 경우 원유 가격이 배럴당 40달러, 최악의 경우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IA에 따르면 미국 하루 원유 생산은 올해 930만 배럴에서 내년 880만 배럴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배럴당 평균 49달러에서 내년 51달러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메릴린치의 프랜시스코 브랜치는 "OPEC 비회원국이 생산량을 낮춘다면 내년 하반기에 배럴당 55달러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