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최근 수년 간 공권력 남용 논란을 빚어온 미국 시카고 경찰이 또 다시 흑인 두 명을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카고 경찰은 26일(현지시간) 시카고 웨스트 사이드에서 발생한 소요사태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두 명의 흑인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시카고 쿡 카운티의 검시관은 경찰관에 의해 사살된 사람은 킨토니오 레그리어(19)와 베티 존스(55)으로 모두 흑인이라고 밝혔다. 시카고 경찰은 성명을 통해 “경찰의 총격은 26일 오전 4시25분 발생했다”며 “호전적인 상대(combative subject)와 대치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밝혔다. 시카고 경찰은 이번 총격 사건에 대해서도 과잉대응 여부에 대한 내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카고 경찰은 두 사람을 사살한 경관의 인종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시카고 경찰의 공권력 남용 논란을 재 점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 경찰은 지난 몇 해 동안 과도한 총기사용과 가혹행위로 큰 물의를 빚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시카고 백인 경관이 17살 흑인 청소년 라쿠안 맥도널드에게 16발의 총탄을 발사해 사살했다. 당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12년 12월에는 경찰 구금시설에서 시카고대학 정치학과 졸업생 필립 콜먼(38)이 경찰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한 뒤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에는 6∼7명의 경찰 관계자들이 독방에서 지내던 콜먼을 전기 총으로 쏜 뒤 수갑을 채운 채 끌고 가는 장면이 담겨있다. 콜먼의 부검 과정에서 머리부터 다리까지 무려 50군데에 이르는 타박상과 찰과상 등이 확인됐다. 시카고 언론은 경찰이 콜먼을 의료시설로 옮긴 후에도 13차례나 전기총으로 쏘고 지휘봉으로 구타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시카고 남부에서 경찰 총격을 받고 사망한 흑인 용의자 로널드 존슨(25)의 사건 현장 동영상도 공개됐다. 경범죄 전과가 있는 존슨은 총기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추격을 받던 중 5발의 총에 맞아 숨졌다. 당시 경찰은 "추격을 받던 존슨이 갑자기 뒤로 돌아서 총을 겨눴다"며 "생명에 위협을 느껴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영상을 통해 경찰이 앞만 보고 달아나는 존슨의 등에 총을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