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슬로베니아 국민은 동성결혼을 반대했다고 AP통신, 가디언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슬로베니아 선거위원회가 20일(현지시간) 발표한 동성결혼 찬반 국민투표의 99% 개표 결과 반대 63.4%, 찬성 36.6%로 동성결혼 승인 법안이 거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민투표는 이미 통과된 동성결혼 합법 법안을 막기 위해 치러졌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슬로베니아는 지난 3월 의회의 결정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동성커플에게 결혼할 수 있는 권리와 입양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가톨릭교회의 지지에 힘입은 보수층은 법안을 무효화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추진했고, 동성결혼 반대 단체인 '위험에 처한 아이들'은 국민투표에 부치는 데 필요한 4만 명의 서명을 얻었다.
슬로베니아 헌법재판소는 수개월 간의 숙고 끝에 지난 10월 국민투표를 승인했다. 슬로베니아 정부는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어 국민투표 운동에 동참하지 않았으나 보수 성향의 제1 야당인 슬로베니아민주당은 동성결혼은 위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투표 결과를 확인한 동성결혼 반대 단체인 '위험에 처한 아이들' 에일 프림크 대표는 "이번 결과는 어린이들을 위한 승리"라고 역설했다.
이 법을 추진한 정당인 좌파연합 소속의 비올레타 토믹 의원은 이번 국민투표 결과를 일시적 좌절일 뿐이라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법안은 곧 아니면 이후라도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번 슬로베니아 국민투표는 유럽연합(EU)의 문화적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서유럽은 발 빠르게 동성애자 권익을 보호하는 법을 도입하고 있으나 동유럽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한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수도 류블랴나에 사는 이고르 자가르(55) 교수는 이날 가디언에 세속적 국가를 지지하고 가톨릭교회의 정치 문제 개입에 반대하기 위해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류블랴나에 사는 정비사인 그레고르 제로브세크(40)는 가정은 시험대에 오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전통적 가정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슬로베니아는 지난 2012년에도 동성결혼 허용을 포함한 가족법에 대한 국민투표를 진행했지만, 반대가 55%로 이를 부결시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