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임기 마지막 해를 앞둔 버락 오바마(54)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부터 15박 16일간의 겨울 휴가에 들어갔다. 성탄절이 겹친 휴가를 즐기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찾은 곳은 올해도 어김없이 하와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8년 대통령 당선 이후 올해까지 8년 연속 겨울 휴가를 하와이에서 보냈다. 그가 크리스마스를 반드시 하와이에서 보내기를 고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바마 대통령은 1961년 8월 4일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카피올라니 병원에서 태어났다. 케냐 출신 유학생인 그의 아버지와 캔자스 출신 어머니는 하와이대학에서 인연을 맺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유년시절 대부분을 보낸 하와이는 그가 백악관 집무실을 벗어나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기운을 회복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부인 미셸 여사는 휴가를 앞두고 지난주 한 행사에서 겨울 휴가를 꼭 하와이에서 보내는 이유에 대해 "그건 정말 중요한 전통이기 때문"이라며 "(성탄절에는) 세계의 다른 어느 곳에도 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미셸 여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때인 지난 2009년에도 "하와이를 이해하기 전까지는 버락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기간 여러 차례 하와이와 자신의 특별한 관계를 강조해 왔다. 그는 "내 자신 또는 내가 전하는 메시지의 가장 좋은 점들은 하와이의 전통과 일치한다"고 말했었다.
하와이의 알로하(aloha) 문화가 오바마 대통령의 의사 결정 방식 형성에 한몫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알로하란 삶의 숨결을 의미하는 동시에 친절함, 통합, 쾌활함, 겸손, 인내 등을 뜻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와이 휴가 동안 가족들과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긴다. 골프는 자타공인 골프광인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스포츠다. 이른 바 '오바마 빙수'로 유명한 하와이식 빙수 '쉐이브 아이스' 맛보기도 필수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야말로 연말 휴가를 온전하게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휴가 중 국내외 대형 사건이 터지면 일정을 줄이거나 아예 취소해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지난 2012년에는 의회의 예산안 합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재정 절벽'(정부 지출 감축에 따른 경제 충격) 우려가 높아지자 휴가 중 부랴부랴 짐을 싸들고 워싱턴DC로 돌아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휴가를 떠나기 전에도 2주 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캘리포니아주 샌 버나디노를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지난달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이후 미국 전역에 테러 공포가 높아진 터라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 중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달 1일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12일 임기 마지막 연두교서(State of the Union) 발표가 기다리고 있다. 휴가 중에도 연두교서 준비를 위해 틈틈히 머리를 싸매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임기를 시작한 뒤 지난 7년간 모두 177일에 해당하는 23번의 휴가를 떠났다.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총 78번의 휴가로 480일간의 휴일을 즐긴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시간이라고 CBS뉴스는 전했다.
1970년대부터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이후 미국의 모든 대통령을 취재한 CBS뉴스 기자 마크 크놀러는 "미국 대통령은 사실상 절대로 휴가를 갈 수 없다"며 "엄청난 권력과 책임감을 수반하는 만큼 어디에서 뭘 하든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전한 휴가를 보내는 행운을 누린 미국 대통령은 사실상 아무도 없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