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3)의 다소 독특한 걸음걸이가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으로 활동할 당시 받았던 훈련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걸을 때 오른팔은 좀처럼 흔들지 않고 왼팔만 흔드는 습관이 있다.
최근 BBC 등은 푸틴 대통령의 움직임을 연구한 유럽 공동연구진이 이같은 걸음걸이가 파킨슨병 등 특정 질환과 관련된 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연구 논문은 영국의학저널(BMJ)에 게재됐다.
푸틴의 특이한 걸음걸이에 주목한 연구진은 애초 그가 발달장애의 하나인 아스퍼거증후군 또는 파킨슨병 등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
그러나 떨림, 경직, 자세 불안정 등 다른 증상이 없어 파킨슨병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가운데 연구진은 KGB 훈련 메뉴얼에서 '답' 얻었다. 즉 푸틴 대통령의 걸음걸이는 KGB 요원시절 받았던 군사 또는 첩보 훈련으로 인한 '행동적 적응'으로 추정된다는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바스티안 블룸 네덜란드 라드바우트대학 파킨슨센터 교수는 "KGB 요원은 가슴 가까이에 위치한 오른손 안에 무기를 유지한 채 신체의 왼쪽을 움직이며 걷도록 훈련받는다"면서 "이는 적을 만났을 때 가장 빨리 총을 꺼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의 걸음걸이가 KGB 요원 당시 받은 훈련 때문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다른 러시아 정부 관리들의 걸음걸이를 함께 비교 분석했다.
실제로 KGB 요원 출신인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전 국방장관과 세르게이 이바노프 전 국방장관, 아나톨리 시도로프 군사사령관 등도 걸을 때 유사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KGB와는 관련이 없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도 오른팔은 움직이지 않은 채 왼팔을 흔들며 걷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메드베데프가 푸틴의 목소리와 외모, 자세까지도 흉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블룸 박사는 푸틴이 걷는 모습에는 "이봐, 나는 KGB에서 훈련받은 진짜 남자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의 연구는 꽤 이상해 보이지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