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은 3일(현지시간) 현행 마이너스 0.2%인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0.3%로 0.1% 포인트 다시 인하하고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연장하는 등 양적완화 조치도 내놓았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예금금리를 '12월9일'부로 이같이 내리기로 하는 한편 내년 9월 종료할 예정인 월간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2017년 3월까지 연장했다.
아울러 ECB는 채권매입 대상도 지방채 등으로 확대해 신규 자금을 은행권에 주입하기로 했다.
다만 ECB는 기준금리와 한계 대출금리를 현행 0.05%와 0.30%로 동결했으며, 기대가 컸던 채권매입 규모를 현재 600억 유로에서 증대하는 것은 보류했다.
이번 조치로 업계에 풀리는 자금이 애초 1조1000억 유로에서 적어도 1조5000억 유로로 늘어나고 ECB가 11월 0.1%에 머문 인플레율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전망이다. ECB의 인플레 목표는 2% 이하다.
그러나 양적완화 확대를 예상했던 금융시장에선 미흡하다는 실망감이 확산하면서 유로가 일시 2.6% 급등하고 유럽 주요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 회의 후 기자회견을 갖고 결정 내용에 관해 상세한 브리핑을 했다.
우선 드라기 총재는 "이날 결정은 인플레율을 2% 이하 수준으로 회복시켜 중기적인 인플레 기대를 안정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기 총재는 유로 지방채를 매입 대상에 추가하고 원금을 재투자할 방침이라며 "이는 유동성 개선과 적절한 금융정책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채권매입 기한 연장과 원금의 재투자가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조치라면서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유연하게 운용해 필요하면 언제라도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 2017년 3월 이후에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드라기 총재는 또 세계 경제와 인플레 전망에 대한 리스크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인식을 피력하고서 필요하면 다른 조치를 강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언명했다.
금리가 더는 내릴 수 없는 한계에 달했는가는 물음에 드라기 총재는 "우린 그런 점에서 기술적인 문제로 제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해 다시 인하할 수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ECB 발표 후 유로는 달러에 대한 시세가 2% 이상 뛰면서 4주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증시도 기대감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위기로 하락 폭을 확대했다.
그간 유로권 경기회복은 인플레율을 물가안정 수준까지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1월 인플레율은 0.1%로 에너지와 식품의 변동 영향을 제외한 코어 인플레율은 0.9%에 그쳐 전월의 1.1%에서 저하했다.
ECB는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율이 유로권을 디플레에 빠지게 할 리스크를 우려해왔다.
앞서 10월 드라기 총재는 12월에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할 것임을 강력히 내비쳤다. 지난달 20일에는 인플레율을 가능한 한 신속히 밀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거듭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