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29일(현지시간) 분쟁국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하 중아공)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무기를 내려놓고 정의로 무장하라”며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설파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중아공 수도 방기에서 미사를 집전하던 중 “정의와 사랑, 자비, 그리고 진정한 평화로 자신을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간 일정으로 아프리카를 방문 중인 교황은 케냐와 우간다를 거쳐 마지막 순방국인 중아공에 이날 도착했다. 교황은 다음 달 개최되는 선거가 중아공을 위한 ‘새로운 장(障)’을 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수십 년 내전으로 파괴된 중아공에서는 2년 전부터 기독교 민병대와 이슬람 반군 간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체 인구 460만명 가운데 50%가 기독교인이며, 15%가 이슬람교, 35%가 토착종교를 믿는다. 이슬람 무장반군 셀레카는 지난 2013년 3월 기독교도인 프랑수아 보지제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뒤 기독교인들을 탄압했다. 이에 기독교인들은 안티발라카 민병대를 결성하면서 내전 상황이 지속됐으며, 수천 명이 죽고 100만 명 이상이 난민 신세가 됐다. 최근 2달간 양측 간 충돌로 인한 사망자 수는 100명이 넘는다.
도시와 촌락은 분열됐으며, 수십 만명이 종교 갈등으로 인해 난민수용소로 추방됐다.
캐서린 삼바-판자 대통령 권한대행은 교황에게 최근 중아공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수많은 군중들이 교황을 보기 위해 방기 공항에서부터 길 곳곳마다 모여 들었다. 중아공 국민 수만 명은 교황이 오픈카 형태의 교황 전용차 ‘포프모빌’을 타고 퍼레이드하는 도로 주변에 서서 손을 흔들며 반겼다.
또한 교황이 난민캠프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열렬히 환영했다.
교황은 대통령 궁에서 통합을 촉구하면서 “타인과 낯선 사람들, 인종 및 정치적 견해 혹은 종교적 신념이 다른 집단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말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방문에 앞서 교황은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30일에는 이슬람교 지도자를 만나고, ‘PK5’로 불리는 이슬람교도가 집단 거주하는 지역의 모스크(이슬람교 사원)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후 아프리카 순방의 마지막 미사를 방기에서 집전할 예정이다.
교황 신변에 대한 안전 우려가 제기된 이후 많은 방기 시민들은 방문이 취소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했다. 그러나 교황이 중아공에 도착하자 공항에 나와 있던 사람들은 기뻐했다. 프랑스의 전 식민지 중아공에서는 불어로 ‘프란치스코 교황’(Pape Francois)을 외치는 소리가 수도 방기 곳곳을 가득 메웠으며,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 여성은 교황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자마자 “어려운 때에 방문해 진짜 희망이 생겼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BBC는 교황이 분쟁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분쟁국 주민들이 외부세계로부터 이같은 지도자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왔다는 신호(signal)를 받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교황은 지난 25~27일 케냐를, 27~29일 우간다를 방문했다. 교황은 지난 27일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청년들에게 화합을 촉구하면서, 부족중심주의의 파괴적인 영향력에 맞설 것을 당부했다.
우간다에서는 수십 만명의 시민들이 운집한 가운데 미사를 집전하면서 이들을 축복했으며, 19세기 순교한 기독교인들이 묻힌 가톨릭 성지에서 연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