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 "호텔롯데의 상장이 면세점 사업권 획득 실패로 사실상 어려워졌다." , "호텔롯데의 영업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상장을 추진할 수 있겠는가."
유통업계에는 최근 이 같은 소문이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었다. 면세점 수성 실패로 인해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진 호텔롯데가 상장을 쉽게 추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같은 예상을 뒤엎고 롯데그룹이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작업을 위해 주요 주주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내년도 2월 상장을 목표로 일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11월 중 주요 주주들에게 의견을 듣고 이후 계획에 맞춰 상장 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 안팎에서 제기하고 있는 예상과는 정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표면적으로 롯데 그룹은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일본 지분을 축소시키고 주주구성을 다양화해 그룹의 전반적인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이 강화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면세점 사업권 획득 실패로 인한 기업 가치 하락에 대해서는 금전적 손실을 감수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업계가 면세점 두 곳을 모두 수성할 경우를 가정해 추산한 호텔롯데의 적정 시가총액은 12조7700억원이다. 이는 면세점 영업가치 7조4150억원과 투자자산가치 5조4280억원을 합산한 수치다.
현재로서 어느 정도까지 시가총액이 하락할 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견해가 대체로 많다. 그렇다면 롯데그룹의 숨은 의도는 무엇일까. 현재로서는 최대 주주로 있는 신동주 회장이 보호예수에 반대하는 경우를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를 통해 호텔롯데 지분 5.45%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다. 만약 신동주 회장이 광윤사 지분을 이용해 호텔롯데의 보호예수에 반대하면 상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신동주 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텔롯데 기업공개는 필요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롯데그룹 계열사간 순환출자고리를 100%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호텔롯데의 상장은 반대하지 않지만 경영권 분쟁 과정이 끝난 뒤에 상장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나 다름없다.
롯데그룹 쪽 입장에서는 신동주 회장이 보호예수에 반대를 해줄 경우 '손 안 대고 코 풀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호텔 롯데가 내년 2월까지 상장 작업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최대 주주 중 한 명인 신동주 회장이 반대해서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는 명분도 챙길 수 있다.
한국에서의 상장 추진이 어려워질 경우 롯데그룹 측은 싱가포르 등 해외상장을 대안으로 상장 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통해 '실리'도 챙길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권 획득 실패로 롯데 그룹이 국민에게 했던 호텔롯데의 상장도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 대체적인 견해"라며 "신동주 회장 측이 상장 작업에 대해 반대를 해준다면 롯데그룹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