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서아프리카 말리 수도 바마코의 고급호텔에서 일어난 인질극 사태로 인질범 2명을 포함해 모두 2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리 당국이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말리 대통령은 이날 밤 국영TV 연설을 통해 인질 구출작전이 종료했다면서 인질 등 19명이 숨지고 인질범 2명도 사살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신화와 AFP 통신 등은 말리 치안 당국자를 인용해 최소한 27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전해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신화통신은 살리프 트라오레 치안장관이 적어도 27명이 죽었다고 확인했으며, 일부 치안 소식통은 7층짜리 호텔 안에서 인질범 잔당이 여전히 인질들을 붙잡고 저항해 구출작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말리 정부는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해 10일간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한편 23일부터 사흘간 희생자를 위한 국가 애도기간을 갖는다고 공표했다.
사망자 가운데 미국인과 중국인 등 다수의 외국인이 끼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중국인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고 확인했다.
미국도 자국인 1명이 변을 당했다고 밝히면서 유족을 배려해 구체적인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벨기에인 1명도 사망했다고 한다. 독일인 4명이 숨졌다는 정보도 있다.
말리군이 주도한 구출작전에는 미국과 프랑스 특수부대도 가세했으며, 말리군 당국은 인질범 수를 최대 4명으로 보고 있다.
희생자들이 호텔을 습격한 무장괴한들에 의한 것인지, 특공대의 진입작전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는지 자세한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테러에 대해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무라비툰'은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인 AQIM과 공조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성명을 냈다.
알무라비툰은 2013년 1월 알제리 천연가스 관련 시설을 습격한 모크타르 벨모크타르가 이끄는 무장그룹이다.
지난 6월 리비아 임시정부는 벨모크타르가 미군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나, 앞서 차드군도 그의 사살을 확인했던 적이 있는 등 생사가 확실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알카에다가 호텔 인질극에 실제로 관여한 게 사실이라면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 동시테러를 감행한 수니파 과격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사건 배경일 공산이 농후하다는 분석이다.
말리에선 2013년 1월 프랑스군이 군사 개입한 이래 이슬람 과격파 소탕작전이 진행하면서 치안이 개선했다.
하지만 무장괴한들이 습격한 래디슨 블루 호텔이 바마코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이용하고, 경비도 엄중했던 만큼 말리 정부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바마코 호텔 급습테러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21일 테러범을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말리 정부의 테러대책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언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망을 분쇄해야 한다. 사건은 대테러전쟁의 결의를 더욱 확보하게 해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20일 오전 7시께 무장괴한들이 5성급 호텔인 래디슨 블루에 난입해 직원과 투숙객 170명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으나 군의 진압작전으로 14시간 여 만에 126명의 인질을 구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