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파리 테러를 '전쟁 행위'로 규정하며 강력 대응을 천명했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베르사유궁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조약 5조를 언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NATO 조약 5조는 하나의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은 전체 동맹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합동 연설에서 NATO 조약 5조가 아닌 유럽연합(EU) 헌법에 해당하는 리스본 조약 42-7조에 대해 말했다.리스본 조약 42-7조는 회원국 간 상호방위조항의 적용 영역을 테러리즘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나토 조약 5조와 리스본 조약 42-7조는 사실 거의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올랑드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이에 대해 밝힌 것은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에 EU 회원국들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42-7조는 그러나 리스본 조약이 2009년 발효된 이후 한 번도 적용되지 않았다.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은 17일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국방장관들 앞에서 올랑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42-7조의 적용을 촉구할 방침이다.
△42-7조 적용에 앞서 나타난 장애물
42-7조는 강제성이 없어 EU 27개 회원국으로부터 얼마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첫 번째 장애물은 EU 내 중립국인 아일랜드,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몰타로 이들 국가는 42-7조를 따를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장애물은 EU 국가들이 프랑스에 어떤 형태로 지원하고 협력할지다. 이에 대해 자크 들로르 연구소의 연구원인 엘비르 파브리는 "올랑드 대통령의 메시지는 '만약에 당신들이 프랑스를 건드리면 유럽 전체를 건드리는 것이다'는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42-7조는 동맹국이 공격을 받았을 때 어떤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지 명시하지 않아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프랑스가 IS 격퇴를 위해 42-7조의 적용을 요청하는 것이므로 올랑드 대통령과 프랑스 정부가 요구조건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토 조약 5조 한 차례만 적용
올랑드 대통령이 언급한 42-7조는 적용된 적이 없기 때문에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비슷한 내용의 나토 조약 5조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나토 조약 5조도 지난 2001년 9·11테러 때 처음으로 적용됐다.
나토 조약 5조는 9·11 테러 이후 7개월간 적용됐으며 '이글 어시스트'( Eagle Assist)로 명명됐다. '인데버 작전'은 이와 유사한 작전으로 1995년 체결된 보스니아 평화협정인 '데이튼 협정'의 이행을 담당하는 보스니아 유엔평화이행군(IFOR)의 물자수송을 지원하기 위해 NATO 14개 회원국 군용기들이 수시로 경계 비행을 펼쳤다. 인데버 작전에 모든 NATO 회원국들이 참여한 것은 아니었으며 프랑스 이 작전에 동참하지 않았다.
현재 IS 격퇴를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 공습에 모두 참여하는 국가는 프랑스와 영국 뿐이다. 네덜란드, 덴마크, 벨기에, 이탈리아도 IS 격퇴전에 뛰어들었지만, 이들 국가는 이라크에서만 공습을 벌이고 있다. 덴마크는 앞으로 시리아로 공습을 확대할 수 있음을 밝혔으며 영국은 지난 8월 이라크에 이어 9월 시리아로 공습을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