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미얀마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에서는 지난 5년 동안 개혁개방 정책을 이끌어온 현 대통령 테인 세인이 이끄는 통합단결발전당(USDP)과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맞대결을 펼친다.
뉴욕타임스와 AP 등 외신들은 오는 8일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미얀마 국민들의 얼굴에 들뜬 기색이 역력하다고 전했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치러지는 민주적 선거이기 때문이다. 미얀마에서는 1990년 치러진 총선에서 수지 여사가 이끄는 NLD가 압승했지만 군부가 불복했다. 2010년 총선 때는 노골적인 관권선거임이 드러나면서 NLD가 불참했다.
이번에도 완전한 민주선거로 보기 어렵다. 이번 총선은 전체 상·하원 의석의 75%만을 뽑는다. 나머지 25%는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군부 몫으로 정해져 있다. NLD가 단독으로 집권하려면 67% 이상의 의석을 차지해야 한다.
미얀마 국민들뿐 아니라 국제사회도 미얀마의 총선을 비상한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 미얀마가 군부독재 치하의 고립을 털고 국제사회의 열린 마당으로 한 걸음 더 나오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들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미얀마의 총선은 국민들 선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총선 전후 미얀마를 움직이는 4개의 파워그룹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총선 승리의 주인공이 달라질 수 있다. 총선 후 정국의 안정에도 이들의 힘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11.8’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얀마 4대 파워’를 정리한다.
◆ 테인 세인 대통령(66)= 국방사관학교 9기 출신으로 1996년 트라이앵글지역 사령관, 국가평화발전위원회(SPDC) 제2서기, 2004년 10월 SPDC 제1서기, 2007년 10월 총리 등을 역임했다.
군부의 지지로 2011년 3월 대통령에 취임한 그는 굳게 닫혀 있던 미얀마의 문호를 개방했다. 개혁개방 정책으로 서방 자본을 유치하고, 언론자유와 반체제 정치인 석방 등 유화적 정책을 시행했다.
지난 10월에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 '전국휴전협정'(NCA)에 합의하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2년 전부터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의 평화협상을 추진해왔다. 이번 협상에 정부가 초청한 15개 소수민족 단체 중 8곳이 참여했다.
◆아웅산 수지(70)= 미얀마 독립의 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 1964년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하여 철학과 정치학, 경제학을 공부한 재원이다. 영국 체류 중이던 1988년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병간호를 위해 귀국했다가 민주화 운동인 8888운동에 투신하게 된다. 군부정권의 탄압으로 15년 동안 가택연급을 당했다. 1991년 민주화 운동의 공적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수지 여사는 5일 자택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대통령 위에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결정은 내가 내릴 것"이라며 자신이 이끄는 NLD가 총선에 승리하면 국정을 직접 주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총선에서 압승을 거둘 경우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언급도 했다. 이는 미얀마 현행헌법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미얀마 헌법은 외국 국적의 배우자와 자녀를 둔 사람은 대통령에 취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국인과 결혼해 자녀를 낳은 수지 여사의 대통령 취임을 막으려고 군사정부가 만들었다.
◆ 민 아웅 흘라잉(Min Aung Hlaing·59) 미얀마 국방총사령관 겸 육군원수= 미얀마 상·하원 의석의 25%에 대한 지명권을 쥐고 있는 인물이다. 이번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상원 224석 중 56석, 하원 440석 중 110석은 흘라잉 국방총사령관의 손에 의해 결정된다. 내무부와 국방부 등 주요부서 장관 역시 그에 의해 임명된다.
흘라밍 총사령관은 지난 7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얀마 정치권에서 군의 강력한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수민족 반군들과의 교전 등 사회 불안이 여전하기 때문에 군의 정치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날 수 없다는 것이다.
◆ 아신 위라투(Ashin Wirathu·47)= 불교 극단주의 민족단체인 '969 운동'을 이끄는 과격한 승려. 로힝야 등 무슬림 소수민족을 미얀마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반 무슬림 폭력을 선동한 죄로 10년 가까이 복역했다. 위라투는 올해 초 로힝야족 등 무슬림 소수민족의 인권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미얀마를 방문한 이양희 UN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을 "암캐", "매춘부"로 불러 국제적 비난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