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조지 H W 부시(91) 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후임 행정부에 대해 누가 되지 않도록 침묵을 지켜왔다. 그러던 부시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것도 아들인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최고위 관리였던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5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백악관에서 기록한 음성일기와 인터뷰 등에 기초해 ‘운명과 권력: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의 아메리칸 오디세이’란 전기를 오는 10일 출간한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 책에서 특히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9·11 테러’에 대응한 방식에 대해 반대하면서, 이들이 지나치게 강경하고 융통성 없는 태도로 일관해 미국의 명성을 손상시켰다고 비난했다. 딕 체니와 도널드 럼즈펠드는 네오콘(신보수주의)의 주역으로, 9·11 테러 후 미국에서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 등 테러와의 전쟁을 이끌었다.
1989~1993년 조지 HW 부시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역임했던 딕 체니는 이후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일했다.
아버지 부시는 전기 작가 존 미챔에게 “나와 함께 일했던 딕 체니가 강경한 매파가 돼버렸다”며 “9·11 테러 후 국가안보팀을 꾸리는 등 아들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벗어나 지나치게 독립적으로 행동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문제해결을 위해 항상 싸우길 원하고 중동에서는 무력을 사용하는 ‘꼴통’(iron-ass)으로 묘사했다.
이와 관련 체니는 ‘꼴통’이란 표현을 칭찬으로 생각한다며 지금도 부시 전 대통령을 존경하며, 미챔의 책을 잘 읽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9·11 테러는 진주만 공격보다 피해 규모가 크고 사망자수가 많았다는 점에서 더욱 위기였다”며 “그 당시 뿐 아니라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은 내가 공격적으로 방어했다고 믿고 있다”고 해명했다.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에 대해서는 더욱 심하게 혹평했다. 아버지 부시는 “그가 했던 일은 마음에 안든다. (아들 부시) 대통령을 다치게 했다”며 “(럼즈펠드와) 가깝게 지낸적도 없다. 겸손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능력이 부족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럼스펠드는 건방진 친구였다”고 깎아 내렸다.
이에 대해 럼스즈드는 답변을 내놓길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