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기 위해 그룹 총수들이 돈 보따리를 풀고 있다. 사실상 자존심 대결 양상이다.
면세점 수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26일 1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100억원과 주요계열사에서 조성한 200억원을 모아 청년창업 활성화를 지원키로 했다.
이를 위해 롯데그룹은 투자법인 가칭 '롯데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고 스타트업(start-up) 지원을 그룹차원의 사업으로 확대해 추진하기로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 액셀러레이터 사업을 중심으로, 청년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청년 고용창출 및 창조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 박용만 그룹 회장도 이날 사재 100억원을 내놓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두산그룹은 동대문 상권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출범했다. 초기 재원으로는 박 회장이 사재 100억원, 두산그룹이 100억원 등 총 200억원을 출연했다.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은 지역 재단(Community foundation, 지역문제를 지역주체들이 직접 해결하는 것을 취지)을 표방, 민-관-학 협력을 통해 동대문 지역발전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동대문은 4개의 지하철 노선이 지나가는 교통의 요지이며, 저녁에는 개개인의 디자이너숍이 모여 전무후무한 스피드로 제조 및 유통을 하는 도매상권"이라며 "두산은 이런 동대문이 발전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정용진 부회장의 사재 출연계획은 없다.
다만 면세사업을 추진중인 신세계디에프는 이날 '서울시내 면세점 운영전략'을 발표하며 도심 관광 개발 및 상생 관련 사업에 27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신세계 본점 신관 맞은 편 메사빌딩에 1만200평 규모의 '국산의 힘' 센터를 설치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을 홍보할 수 있는 '전초기지'로 활용키로 했다.
국산의 힘 센터에서는 '대한민국 명품'을 개발하고 중소기업 상품 수출지원을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신세계는 메사빌딩에 '신세계 청년창업 지원센터'도 별도로 마련키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신세계는 향후 5년간 53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전통시장 활성화 ▲한류특화 클러스터 조성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 리뉴얼 ▲미디어 파사드 아트 조명쇼 등 관광시설 및 콘텐츠 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디에프 성영목 사장은 "지난해 서울 방문 외국인 중 81%인 927만명이 서울 도심 관광지역을 찾았다"며 "관광인프라 개선에 5년간 530억원을 투입하는 등 '도심관광클러스터화' 지원을 통해 오는 외국 관광객 1700만명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SK네트웍스의 경우 오는 27일 문종훈 사장이 면세점 사업 전략을 밝힐 예정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최태원 SK회장이 면세점 수성을 위해 금명간 깜짝 발표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반드시 수성을 해야하는 롯데나 공성을 진행해야 하는 신세계, 두산, SK네트웍스 모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최태원 SK회장, 신세계 정 부회장 등도 조만간 면세점 특허권 획득을 위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서울시내 면세점 중 올해 면세점 특허가 만료되는 곳은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22일)과 월드타워점(12월31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11월16일) 등이다.
관세청은 지난달 25일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신세계 부산 조선호텔면세점 등 총 4개의 시내 면세점 특허 입찰접수를 마감했다.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을 위한 대진표는 ▲롯데 소공점vs신세계vs두산 ▲SK네트웍스 워커힐vs신세계vs두산 ▲롯데 월드타워점vs신세계vs두산vsSK네트웍스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