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가 가라앉은 소비심리를 되살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코리아 그랜드세일'의 연장선에서 시행된다. 코리아 그랜드세일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쇼핑관광 축제다.
당초 매년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추진했으나 올해는 내수 진작을 위해 지난 8월14일부터 이달말까지 시행된다. 범위도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를 대상으로 변경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14일까지 2주동안 진행되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는 백화점(71개 점포), 대형마트(398개), 편의점(2만5400개) 등 대형 유통업체 2만6000여개 점포가 참여한다. 세부적으로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AK 등 백화점 71개 점포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98곳이 동참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720개 브랜드가 최대 50~70% 할인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전 지점에서 패션 제품에서 80%까지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신세계 백화점은 패션잡화 등 6개 분야에서 최대 30% 할인 판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상품권 증정을 통한 추가 할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갤러리아는 전 지점에서 일부 브랜드를 5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이고 자동차를 내건 경품행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AK 플라자는 332개 브랜드 제품을 최대 3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할 예정이다.
대형마트도 대규모 할인을 예고했다. 이마트는 전 지점에서 100여개 품목을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또 자체 PB 제품인 피코크 브랜드 상품도 할인된 가격에 내놓는다.
롯데마트는 대표 상품을 선정한 뒤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일 예정이다. 또 주요 품목을 20~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편의점은 CU, GS25, 미니스톱, 세븐일레븐 등 약 2만5400개 점포와 온라인쇼핑몰 11번가, G마켓 등 16개 업체를 포함해 이케아, BBQ, VIPS, 맘스터치 등도 이번 행사에 참여한다.
편의점 CU는 탄산수 등 인기 상품에 50% 쿠폰을 제공하고 PB 상품 구입 시 CU멤버십 포인트를 12%까지 적립해준다. 편의점 GS25는 다음달 말까지 인기상품 700여종에 대해 '1+1', '2+1' 등의 증정행사를 진행한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30여종의 음료 및 과자 등을 15~30% 할인 판매한다.
규모면에서는 역대 어느 행사보다 참여하는 업체가 많다. 하지만 행사 내용을 살펴보면 백화점의 경우 가을 정기세일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참여하는 회사는 삼성 등 제조업체가 아닌 백화점 등 유통업체가 대부분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제조업체가 행사에 참여할 경우 자사 제품을 원가로 유통업체에 공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유통업체는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 등 국내 제조업체들이 참여하지 않는 가운데 이번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실제 느끼는 체감도는 낮을 것이라는 것이 관측이 많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할 때 TV, 에어컨, 가구 등 가격대가 높은 제품들의 할인율이 중요하다"며 "제조업체에서 인하된 가격의 제품을 내놓지 않는데 유통업체가 무슨 수로 더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통업체에서 판매되고 있는 3만여개가 넘는 제품 중 100여개 제품을 싸게 팔면 소비자들이 미국에서 실시되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처럼 느낄지 의문"이라며 "유통업체에서 미끼 상품을 통해 소비자를 끌어들였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에도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명품 브랜드들은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행사의 취지와는 어긋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또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와 관련된 정부와의 논의가 9월 초에 실시됐다"며 "백화점 세일 기간은 이미 올해 초에 정해져 있었고 당시 유명 명품 브랜드는 참여하지 않기로 계획됐다. 강제로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세일 기간이 길어질 경우 소비자들은 세일 피로도를 느낄 수 있다"며 "코리아그랜드세일에 이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준비 기간도 짧고 정기 세일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큰 차별성을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여 실시되는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통해 지난달 14일 임시공휴일 이후 본격화된 소비 회복세가 정점을 찍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