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처음으로 40% 대를 넘어서는 등 재정 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것은 매년 반복되는 정부의 '돈 풀기'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총지출 증가율이 총수입 증가율보다 높은 확장재정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2014년(총수입 -0.9%, 총지출 +4.0%)과 2015년(총수입 +3.5%, 총지출 +5.5%)에 이어 내년 예산(총수입 +2.4%, 총지출 +3.0%)까지 3년째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 투입을 통해 경기가 살아나야 세수가 늘고 재정 건전성이 개선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경기 부진은 지속되면서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세수 결손이 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 정부 들어 나랏빚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향후 5년간의 재정 상황을 전망한 중기계획을 함께 발표한다. 그런데 최근 중기계획은 지속적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방향으로 수정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첫 해인 2013년 발표된 '2013~2017' 중기계획에서 2016년 국가채무 전망치는 583조1000억원이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36.5%를 정점으로 2016년 이후 내려가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작성된 '2014~2018' 계획에서는 내년 국가채무 전망치가 615조5000억원으로 수정됐다. 국가채무 비율의 정점은 36.7%까지 상승했고 재정건전성이 회복되기 시작하는 시점도 2017년으로 미뤄졌다.
올해 발표한 '2015~2019' 계획에서 재정 건전성은 다시 한 번 후퇴했다. 국가채무 전망치는 30조원 이상 늘어 645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작용하던 40% 대 국가채무 비율 전망이 처음으로 나왔다.
나랏빚은 내년 이후에도 빠른 속도로 늘어 박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18년 말 731조7000억원에 달하고 GDP 대비 비율은 41.1%에 달할 예정이다. 국가채무 비율은 2019년 이후에야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대통령 임기 중에는 재정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정부는 세계 경기 둔화를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지난해에는) IMF나 OECD나 올해 세계 경제가 회복된다고 했다. 모든 기관이 그렇게 예측했다. 그런데 중국발 불안, 원자재 가격 인하 등으로 인해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라가 상황이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 둔화를 감안해도 정부가 내놓은 경제 성적표는 초라한 수준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 후 경기 부양을 위해 과감하게 재정 투입을 늘렸다. 지난해 하반기 기금과 정책금융 등을 동원한 26조원 규모의 경기보강책을 내놨고, 올해 재정지출은 전년보다 20조원 늘려 376조원 규모의 '슈퍼예산'을 편성했다. 또 지난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여파로 내수가 위축되자 다시 11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지속적인 재정 투입에도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 이후 6분기째 0%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메르스 초동대응 실패라는 정책적 실패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2분기 성장률은 0.3%까지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 예산도 올해보다 11조3000억원(3.0%) 늘어난 386조7000억원을 편성했다.
기재부는 "'지출 확대→경제 성장→세입기반 확충'의 선순환과 지출 증가율 관리 등 재정개혁으로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현미경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6년 예산안에 대해 "박근혜 정부 재정 운용의 총체적 실패를 보여주는 결정판"이라며 "총지출 증가율이 총수입 증가율을 상회하는 예산 구조를 만들어 놓고도 경제 활력을 위한 재정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정부는 확장적 재정을 통해 경제를 먼저 살리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놓고 '재정 건전성 훼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죽도 밥도 아닌 예산안을 내놨다"며 "세부 예산 사업별로 '제로 베이스'에서 꼼꼼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