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 "손실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다." 금호타이어 사측은 6일 오전 7시를 기해 광주, 곡성, 평택공장에 대해 '직장폐쇄 카드'를 꺼내 든 이유로 막대한 손실을 첫 손에 꼽았다.
노조는 6일을 기준으로 4일 간의 부분 파업, 21일 간의 전면 파업으로 모두 25일 간의 파업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1994년 이후 공장점거 파동 이후 최장 파업이다. 종전 기록 갱신도 시간문제다.
회사 측이 추산한 매출 피해액은 890억원.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의 무임금 무노동에 대한 손실도 1인당 평균 250만원을 넘어섰다. 회사와 직원, 협력업체를 포함한 지역경제 전체로 피해는 확산되고 있다.
사측은 직장폐쇄 공고문을 통해 "어려운 경영상황에서 노조의 장기간 쟁의행위로 인한 피해 손실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어 직장폐쇄를 단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쟁의행위 참가자들에 의한 정상적인 생산업무 방해행위를 배제하고, 회사 시설물 보호도 불가피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사원들의 안전과 회사의 생존을 위한 방어 차원"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여러 표면적 이유 외에도 노조측이 당초 7일 3000여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해 파업 분위기나 여론몰이 확산을 미리 막자는 이유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적잖다. "언제까지 노조에 끌려다닐 순 없다"는 경영진의 단호함도 배어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에서 졸업하자 마자 이어진 잇단 파업으로 대외 이미지와 신용도에 어떤 식으로든 타격을 입고 긴박한 경영 위기로까지 이어지는 것에 대한 경계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사측은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주말까지 이어진 집중교섭을 통해 '동종업계 최고수준 대우'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존 임금 인상안을 상향 조정하고, 최대 쟁점이었던 임금피크제의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늦추는 등 최종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일시금 지급액 상향 및 수당 신설 등을 요구하며 사측 안을 거부해 더 이상의 교섭이 어렵게 돼 직장을 폐쇄하는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사측은 전날까지 이어진 제16차 본교섭에서 ▲일당 2950원 정액 인상(4.6% 인상) ▲ 임금피크제 2016년 시행 ▲임금피크제 시행 노사합의에 따른 일시금 300만원 지급 ▲ 2015년 성과배분(2015년말 연간 실적 최종 합산 후 지급) ▲무주택 융자금액 상향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노조 측의 입장은 강경하다.
노조의 한 간부는 "사측이 지방노동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다가 사실상 각하되자 노조 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최종안이라고 내밀며 직장폐쇄 명분쌓기, 일종의 '회사 파업'의 수순을 밟아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사측은 임금피크제 도입 조건으로 일시금 300만원을 주겠다는 입장과 함께 내년 교섭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법적으로 취업 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개악안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며 "최종안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내년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를 합의·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결단력없는 사측 교섭 위원들은 눈치만 보며 진전된 안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최고 결정권자인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자금 확보에만 눈이 멀어 교섭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사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금호타이어 파업 정국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생산 손실 증가와 업무 복귀를 둘러싼 노조원 간 일부 갈등도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