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국민 열 중 여덟은 노력과 계층 상승의 문제를 별개의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30대가 계층 상승 가능성을 가장 부정적으로 봤고, 20대 청년층의 계층 상승 기대감이 최근 2년간 심각하게 악화되는 등 전 계층에 걸쳐 이 같은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경제동향실장은 26일 전국 20세 이상 남녀 8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계층상승 사다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에서 개개인이 열심히 노력한다면, 계층상승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 응답자 81.0%는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고 답했다.
지난 2013년 실시한 조사의 응답률 75.2%보다 5.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계층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별로 보면 30대의 응답률이 86.5%로 가장 높았다. 이 실장은 "30대는 주거비 부담이 크고, 보육비 부담도 점점 커지는 연령"이라며 "최근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내 집 마련 부담이 커지면서 계층상승 인식이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산층 수준의 삶을 누리는데 가장 큰 걸림돌'을 묻자, 30대 응답자의 68.1%가 '주거비'라고 답했고 '교육보육비'라는 응답도 24.2%가 나왔다.
20대 청년층의 계층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현격히 악화됐다.
올해 조사에서 20대 응답자의 응답률은 80.9%로, 앞선 2013년 조사(70.5%)보다 10.4%포인트 급증해 다른 계층보다 상대적으로 상승 속도가 가팔랐다.
일반적으로 20대 청년층은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보통이다. 부모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생계 부담이 적고, 취업을 앞두고 있어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1~7월) 청년 실업률이 10.0%로, 2년전 8.0%보다 크게 상승했고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도 같은 기간 29.7%에서 30.9%로 증가하면서 계층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무너뜨린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2030세대를 위해 임대주택 확대, 생애최초주택구입 지원을 통해 신생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출산 및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또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등 가계소득 증대 대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소득수준·자산규모별로 보면 저소득층과 자산을 적게 가진 층을 중심으로 계층상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월소득 3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의 응답률이 86.2%로 지난 조사(75.8%)보다 10.4%포인트 급증한 반면, 월소득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 응답률은 73.5%에서 76.7%로 3.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또 순자산 규모가 '1억~3억 미만'인 계층의 응답률이 83.4%로 기존 75.5%보다 7.9%포인트 올라 '5억원 이상' 계층의 상승률 4.5%포인트(73.5→78.0%)를 웃돌았다.
계층 상승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정책은 고소득층에 세금을 물려 중산층·서민의 복지를 확대하는 '소득재분배' 정책이 응답률 46.7%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어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소득 증대'는 33.0%, '사교육비·주거비·의료비 등의 지출 부담 완화'는 20.3%로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