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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커버] 中·日 샌드위치 신세… 위기의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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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바탕 일본기업 가격 경쟁력 회복, 중국 기술경쟁력 성장… 수출시장 잠식

[시사뉴스 이철우 기자]한국의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과거 일본의 경제 형태를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이 수출시장을 잠식하면서 한국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부진 장기화 현상 우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2015년 한국 경제의 주요 특징과 경제전망’을 통해 2015년에 세계경제는 소비, 투자 등 유효수요가 부족해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는 현상(secular stagnation)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주요국의 소비증가율이 장기평균을 하회하고 있으며, 미래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낮아 총투자가 총저축을 하회하는 현상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보고서에 의하면 과거에는 한국의 총수출을 견인하던 중국이 최근에는 오히려 한국 총수출을 끌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로 인한 자급률 상승, 가공무역 축소 등의 교역구조 변화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2015년 이후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다.
 2015년에도 원/엔 환율의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수출경합도는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15년에 일본기업이 본격적으로 수출단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며, 그만큼 한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다. 2015년에 원/100엔 환율이 평균 950원으로 떨어질 경우 한국 총수출이 4.2% 감소하고, 900원까지 떨어질 경우 8.8% 급감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OECD 국가 중 잠재성장률 하락속도도 가장 빨라
지난달 27일 한국경제학회·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중국의 추격과 한국 제조업의 과제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이날 인사말에서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은 “조선, 철강, 석유화학산업 등에서 경쟁력 약화가 가시화되고 있고 최근 전자산업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세미나 개최배경을 설명했다. 또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서비스산업에서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제조업마저 엔저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일본과 기술력을 높여 추격하는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형국”이라며,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경제가 저성장을 탈피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을 인용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하락속도도 가장 빠르고 2040년 경에는 OECD 회원국 최하위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성장의 고착화 요인 중 하나로 기술경쟁력 저하에 따른 제조업의 위축 가능성을 꼽았다. 우리 기술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77.8 수준에 불과하며, 과학기술 경쟁력도 미국에 4.7년 뒤지고 중국에는 1.9년 정도만 앞서 있다. 더욱이 일본기업들이 엔저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는 추세인 데다가 중국은 기술경쟁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실정이어서 수출시장을 중·일 기업이 급속하게 잠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조업 분야 중국 성장 속도 무서워
이와 관련해 백윤석 카이스트 교수는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UN국제제조업경쟁력지수를 인용해 2000년에 한국과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순위는 11계단 차이를 보였지만 10년 만에 불과 3계단 차이로 좁혀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2000년대 전반기에는 한국이 중국특수로 수요 측면에서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렸지만, 2006년 이후 후반기에는 중국 내 투자확대를 발판으로 중국기업의 경쟁력이 급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백 교수는 또 우리 기업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우리기업의 경쟁력이 강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경우 개방형 기술생태계에서 제품주기가 짧고 경쟁이 치열해 기술이나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에 그는 단순히 ICT 분야의 개별기술 개발보다는 예컨대 ICT 산업과 의료 분야 등 기술·산업 간 융합이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시장수요 분석이나 경영전략이 지나치게 중국에 맞춰져 있어 문제라고 밝혔다. 핵심고객을 중국으로 상정하고 기술개발을 하다 보니 중국시장에 편향된 추가기능 개발만 이뤄지고 범용의 ‘파괴적 기술’을 개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어서 그는 “중국 이후 산업주도권 추격 구심점이 될 대안 국가들로의 기술이전과 직접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정부에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에 대한 중국의 기업신화 드라이브 정책처럼 우리도 새로운 신화에 도전하는 중소창업기업인과 스타전문경영인들을 발굴해 지원하는 심리적 산업정책을 펼 것”을 주문했다.


항상 빨리 새로운 물결에 올라타야
이날 발표에 나선 이근 서울대학교 교수는 산업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제안했다. 선제적 방어의 목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잠재적 위협이 될 만한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신생기업을 일찍 인수해 잠재적 위협요인을 제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례로 삼성이 초기에 샤오미를 인수했더라면 선제적 방어가 이뤄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기업의 성공공식을 망각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통적으로 한국기업의 성공공식은 ‘항상 빨리 새로운 물결(패러다임, 산업)에 올라타는 것’으로서 기술적 우위만 믿고 새롭거나 다른 트렌드를 무시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MP3 등의 사례를 들어 제품 판매보다 서비스 판매로 경영전략의 중심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록 MP3는 한국기업인 아이리버가 세계 최초로 발명했지만, 최종 승자는 아이튠즈(I-Tune)를 활용한 애플의 아이팟(I-Pod)이었다는 설명이다. 최근 중국 스마트 폰 시장에서 삼성을 넘어선 샤오미가 무서운 진짜 이유를 그는 “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히 휴대폰 판매가 아니라 휴대폰 자체는 싼 값에 넘기고 거기에 부가되는 소프트웨어나 응용 어플리케이션 등 부가서비스에서 매출을 올리는 다른 패러다임을 시도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과 유사하게 기술력에 기초한 제품 성능만으로 승부하는 화웨이는 샤오미보다 오래된 기업이지만 정작 삼성을 넘어선 것은 화웨이가 아니라 샤오미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우리기업에 진짜 위협은 같은 방법으로 경쟁하려는 후발기업이 아니라 다른 패러다임을 들고 나오는 후발자”라고 지적했다.

5년 내 주력산업 대부분 중국이 더 위협적으로 부상
이날 일본의 선례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일본사례를 들어 해외투자가 국내 산업공동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일본 내 많은 실증분석 결과 해외투자와 산업공동화 현상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해외투자가 본국의 생산과 수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뿐만 아니라 국제분업이 이뤄지면서 산업의 고도화를 이끌어내는 장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의 핵심 부품·소재 기술 유출이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는 일본 내부의 우려를 소개했다. 또 일본 기업들이 과거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선도자의 위치를 공고히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제품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해당 산업의 주도권을 장기간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일본인 기술자 유출, 장비업체를 통한 기술 유출 등으로 한국이나 대만 기업에 기술이 빠르게 유출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정책도 과거 추격자 시대와는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본정부는 성장산업 육성이나 기술입국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편, 서동혁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년 내 주력산업 대부분에서 중국이 더 위협적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2018년에도 자동차, 반도체, 일반기계 정도를 제외하고 대부분 주력산업에서 중국과의 경쟁에 고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세계 1위인 조선은 가격경쟁력 중국에 밀려 2위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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