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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살인사건 (제4회)

  • 등록 2007.01.19 0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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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욱은 어제 종합조정실에서 일하고 있을 때 걸려온 경미의 전화를 떠올렸다.
(아이 참, 그럼 나 화낼 테에요.)
(이것 봐. 오랜만에 만난 친구니까 한 시간만 늦어진다니까 그래.)
(몰라요, 몰라. 친구가 그렇게도 소중해요?)
(허 소중한 게 아니라... 우리 결혼식 때 수고를 많이 한 친구라니까... 딱 한잔만 하고 들어갈 테니 양해해 줘. 그 대신 맛있는 거 사다 줄게.)
(몰라요, 빨랑 안 오시면 나 친정으로 가버릴 거예요.)
그리고 경미는 전화를 끊었던 것이다. 그룹 종합조정실장인 김지욱은 6시쯤 퇴근해 시경 정보과에 있는 오랜친구 우형빈을 만나 명동에서 간단히 한 잔한 후 그를 집까지 데리고 왔던 것이다.
“허허 녀석들도... 그만한 걸 가지고 다투긴.. 그럼 틀림없이 친정에 갔겠구나. 그리고 네 장모가 안 왔다고 잡아떼는 거겠지.”
김회장은 이렇게 지욱을 안심시키고 방을 나갔다.
날이 밝자 지욱은 새로 구입한 승용차를 몰고 장충동으로 향했다.
여성운동가이며 전 국회의원인 장모는 지욱이 들어서자 낯선 사람처럼 멀거니 사위를 바라봤다.
“장모님, 그렇게 시치밀 떼셔두 소용없습니다. 다 알고 왔으니 집사람 내놓으십시오.”
“아니, 그러면 경미가 어젯밤에 들어오지 않았단 말인가?”
유병숙은 놀란 표정이었다.
“정말 집사람 여기 안 왔습니까?”
지욱도 새파랗게 질렸다.
“허, 이 사람 답답하긴.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집안을 샅샅이 뒤져 보게나. 그 애가 왜 여길 온다는 게야? 아, 와도 그렇지, 오면 온다구 시아버님한테라도 얘길 허구 오지 그냥 오겠나?”
“그럼 이 사람이 어딜 갔는 겁니까?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요?”
“이런 일이라니?”
“무단 외출로 밤을 새우고 들어온 일 있느냔 말입니다.”
“그런 소리 말게. 그 앤 그런 적 한번도 없었어.”
“허, 이것참.”
지욱은 초조해서 어쩔 줄 몰랐다.
“뭘 꾸물거리고 있나? 어제 오후에 나갔다면 필시 곡절이 있는 게야. 이러구 앉았을 때가 아닐세.”
과연 그랬다. 차츰 지욱은 속이 타는 걸 의식했다.
그때 지욱은 제주도에서의 신혼여행이 머리에 떠올랐다.
제주 관광호텔에 여장을 푼 후 지욱이 목욕탕에 있는데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물론 객실에 있던 경미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뭐라구요? 전화 잘못 거셨어요. 여기 그런 사람 없어요.“
그리고 경미는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하면 아내는 좀 허둥대고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그때 지욱이 목욕을 서둘러 마치고 객실로 나왔다. 그런데 경미가 묻지도 않은 말을 꺼냈다.
“전화가 잘못 걸려 왔어요.”
“그래?”
지욱은 타올로 젖은 머리를 털고 있었는데, 또 전화벨이 울렸다. 그때 경미는 몹시 허둥댔다.
“내가 받아볼게.”
경미가 받으려는 전화를 지욱이 가로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대답이 없었다. 지욱은 후크를 두들겼다.
“이봐 교환, 교환!”
호텔의 교환이 나왔다.
“여보세요, 전화 끊어졌나요?”
“교환, 그건 내가 묻고싶은 말이오. 방금 걸려온 것 어디서 온 전화요?”
“글쎄요, 웬 남자목소리였는데...”
“객실 번홀 잘못 안 거 아니오?”
“아니예요, 죄송합니다.”
지욱은 수화기를 놓았다. 잘못 걸려온 전화임에 틀림없었다,
“거 보라니까요. 잘못 걸려온 전화였죠?”
“그런가 봐.”
그땐 그러고 말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뭔가 그 전화의 주인공은 경미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김지욱은 아버지의 방에 앉아있었다. 소공동에 자리잡은 우일그룹 본사의 회장실은 도심지에 있으면서도 일체 바깥소음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안에서 밖의 풍경이 마치 어항처럼 환상으로 내다보였다. 노크 소리가 나고 비서실장 주강호가 들어왔다.
“절 찾으셨습니까?”
“좀 앉으시오.”
주강호가 지욱의 맞은편에 조용히 앉았다.
“주실장만 알고 있어야겠어요. 집사람이 어제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어요.”
“네... 그렇습니까?”
주강호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어제 집사람이 여기 들러서 아버님을 만났다구요?”
“네, 오후 4시쯤 오셨더랬습니다.”
“그리고 언제 나갔어요?”
“그게 그러니까... 아 그렇군요. 우일산업 박전무가 오자 사모님이 회장실에서 일어나셨으니까 4시 20분쯤일 겁니다.”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나갔단 말이죠?”
“차를 부르겠다니까 관두라고 하셨습니다. 천천히 걸어가시겠다면서 운전기사를 부르는 절 만류하셨습니다.”
주강호는 단정하게 말했다. 이 사내는 아버지의 비서를 오래 하면서 비서로서의 몸가짐이 몸에 착 배어 있었다.
아내는 승용차를 타는 걸 싫어하는 성미였다. 재벌가의 며느리가 고급승용차에 몸을 기대고 지나가는 것을 보는 서민들의 눈이 그다지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경미는 차에서 풍기는 휘발유 냄새를 몹시 싫어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회사가 있는 소공동에서 삼청동까지 걸어가다니... 그럴 리가 없었다. 그녀는 회사에서 나와 명동에 들려 친구라도 만난 게 아니었을까? 그리고 택시로 집에 돌아올 셈이었을 게다.
“수고스럽겠지만, 수위라든지 회사 근처를 뒤져서라도 좀 알아봐 줘요. 집사람이 회사에서 나가 어느쪽으로 간 건지.”
“알겠습니다.”
주강호가 일어섰다.
“당분간 소문나지 않게 주비서만 알고 있는 게 좋겠어요.”
“명심하겠습니다.”
주강호는 약간 허리를 굽혀 보이고 화장실을 나갔다.
“흠.”
지욱은 푹신한 쇼파에 기대면서 자기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오죽 남편이 못났으면 아내가 행방불명이 된단 말인가? 그것도 신혼 1개월만에. 그렇다고 여기저기 재벌 2세가 찾아다니면서 누구한테 툭 터놓고 하소연마저 할 수도 없었다.
“경미. 돌아와 줘. 제발 돌아오라구.”
지욱은 혼자 중얼거리며 사무실 안을 왔다갔다 했다.
창밖에는 무심한 태양빛만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방안은 냉방장치로 서늘했다. 그래도 지욱은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오겠지, 오겠지 하며 기다렸지만 아내는 전화마저 걸어주지 않았다.
지욱은 집으로 돌아왔다. 혹시 아내가 말없이 돌아와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썰렁한 집안에는 그 따뜻하던 주부의 그림자는 볼 수가 없었다. 지욱은 유리를 데리고 아내의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거기서 뭔가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아내가 쓰던 화장품들이 저녁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아내가 즐겨입던 옷가지들이 더욱 처량해 보였다. 아내의 체취가 맡아져 지욱은 괴롭게 눈을 감았다.
“아저씨, 여기 이런 게 있어요.”
“뭔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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