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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김영두 골프이야기] "'넌 즈로'로 정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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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홀. 파3. 153미터. 핸디캡9. 굴뚝처럼 올라간 포대그린. 그린 오른 쪽은 깊은 벙커. 페어웨이 왼쪽은 벼가 누렇게 익은 논으로 이루어진 오비지역*** 

[신이 내린 스포츠, Golf & Sex. '넌 즈로'로 정복하기도 한다.]


프로 골퍼 치치 로드리게스는 '골프는 옷을 벗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운동'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골프란 옷을 입고도 벗고도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뜻이겠다. 누드촌에 있는 골프장에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알몸으로 골프를 한다고 한다. 외눈박이만 사는 곳에선 두눈박이가 장애자이듯이, 다 벗고 알몸으로 사는 곳에서는 옷을 걸친 사람이 우스꽝스럽게 비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누드촌이라도 그린에서는 쭈그려 앉아서 퍼팅라인을 읽을 것이다. 그럴 경우, 남자들은 특별히 이상할 것도 없겠지만, 여자들은 아무래도, 왠지, 좀 불편할 것 같다. 내가 남보다 상상력이나 호기심이 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망측한 상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꺽정씨가 돌아서서 바지를 다시 입고 있다. 바지 밖으로 기어 나온 셔츠를 집어넣고 있다. 허리띠에 붙은 금속 띠쇠가 절렁절렁 부딪쳐서 소리가 난다.  

"흠, 숙녀 앞에서... 어느 신문에서 보니까... 그런 짓도 성추행이라던데...오늘 재수 좋으라고 빨간 빤쯔를 입으셨나..."

경희가 입을 삐죽거리면서 꺽정씨를 나무란다. 

"멀리 떨어져서, 그것도 돌아서서, 복장을 단정하게 하는 행위를 했기로... 어흠..."

약간은 어색한지 큰기침을 하는 꺽정씨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있다. 

"여자가 스커트 고쳐 입는 건 성추행 아닌가? 남녀평등원칙에서 심히 어긋나는 이상한 법을 만들어서 남자들만 잡으려 하다니..."

민호씨가 끼어들어 참견을 한다. 

"남자들끼리 뭉쳐서 탄원을 한번 해보지 그래요. 여자가 술집의 호스티스를 할 권리가 있다면 남자들도 호스트를 할 권리를 달라. 남자는 직업의 자유도 없냐. 이런 궐기대회를 해봐요."

우리의 경희가 가만있을 리가 없다. 

15번 홀은 작년에 내가 홀인원을 할 뻔한 홀이다.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을 바라보고 서 있으면 언제나 홀에서 손가락 한마디만큼 떨어진 곳에 공이 안착했던 그때의 극적인 순간이 떠오른다. 이번에는 꼭 홀인원의 감격을 맛볼 것만 같다. 

어느 프로 골퍼가 같은 파3홀에서 2000개 이상의 공을 쳤어도 홀인원을 못했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었다. 

동이 틀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한 구멍을 공략했는데 구멍은 끝까지 그를 거부했다. 그러나 머리를 올리러 가서 홀인원을 한 사람의 얘기 역시 그 책에 실려 있었다. 

또한 홀인원이 운인지 실력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어느 골프장 사장이 홀인원 경력자 300명을 추천받아 3일간의 대회를 열었다는데 물론 새로운 홀인원의 기록은 없었고 총 1300여 개의 공 중에서 핀과 10 센티미터 이내로 붙은 공도 15개밖에 안되었다고 그 책은 전했다. 

어느 스포츠나 진기록도 있고 신기록도 있다. 진기(珍技)도 있고 명기(名妓)도 있다. 

"버디에 파에... 홀인원도 나올 것 같은 살 떨리는 예감이 파바박 오는데요."

나는 너스레를 떨면서 티잉그라운드로 올라갔다. 

나는 드라이버를 들고 있다. 핀까지의 거리가 155미터라고는 해도, 낙하거리가 그만큼 미치는 아이언이 없기 때문에 포대그린에 공을 굴려 올리려면 드라이버를 잡아야 한다. 핀을 바로 공략하자니 오른 쪽의 벙커가 압력을 준다. 핀은 벙커와 가장 가까운 컵 존에 꽂혀있다. 보내고자 하는 방향으로 공이 날아가 준다면 누가 오비를 내며 보기나 더블보기를 하겠는가. 오른 손이 감기면서 공은 그린과 전혀 얼토당토않은 방향으로 진로를 잡는다. 논으로 빠지지나 않았으면 다행이다. 캐디도 오비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한 모양이다. 

경희와 민호씨의 공은 그린에 올랐다. 핀을 바로 공략하려 했던 꺽정씨의 공은 벙커에 빠져버렸다. 내 공은 오비말뚝 근처에서 살아있었다. 나는 어프로치가 특기라면 특기이다. 내가 우드나 아이언의 거리도 방향도 좋지 못하면서도 100을 벗어나지 않는 타수를 유지하는 건 어프로치가 뒷받침 해주기 때문이다. 

피칭웨지로 가볍게 때린 공이 핀을 향해 굴러간다. 솜씨가 녹슬지 않았음에 나는 슬며시 흡족한 미소를 문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불상사란 말인가. 내가 캐디로부터 퍼터를 넘겨받아 겨드랑이에 끼고 그린 쪽으로 가던 중에 그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청천하늘에서 갑자기 우박이 쏟아졌다. 아니다. 마른하늘에서 우박이 쏟아질 리가 없다. 그러나 뭔가 우박 비슷한 것이 내 머리와 어깨 위로 우수수 떨어졌다. 모래였다. 꺽정씨의 벙커샷이었다. 모래를 폭발시키듯이 퍼내면서 공을 거의 수직으로 띄워 그린에 올렸던 것이다. 그만한 재주도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명기(名技)이다. 

그의 명기는 공을 그린에 올린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공은 모래와 함께 분사되어 잔디에 내려앉는가 싶더니 다시 튀어 올라 홀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명기를 넘어선 진기(珍技)였다. 

"우와.... 넌 즈로 홀인이다."

"별 재주를 다 부리네요."

"역시 꺽정씨에게서는 배울 점이 많습니다."

셋이서 한마디씩 진기를 감상한 소감을 피력했는데 거기에 대한 꺽정씨의 답사는 완전히 육자배기가락이었다. 

"속곳도 안 벗기고 해치웠네..."

"역시 꺽정씨는 신사가 아냐. 진정한 신사란, 그린이건 침대건 맨 먼저 오르고 가장 늦게 내려오는 남자라던데...  그린에 오르지도 않다니..."

아직도 벌린 입을 못 다물고 좋아하는 꺽정씨에게 내가 한마디 쏘아준다. 


주(註):

'넌 스루'는 실황방송에서 골프해설자들이 자주 쓰는 골프용어이다. 그린 근처에서 칩샷으로 공이 홀에 바로 들어가는 경우에, '넌 스루'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골프용어집에도 '넌 스루' 라는 용어는 나와 있지 않다. 필자가 넌 스루에 관한 두 가지 설(說)을 수집했는데, 어느 설이 옳은지는 골프애호부대원들의 갑론을박을 거쳐야만 결판이 날 것 같다. 

첫째는, 영어로 '넌 스루(non through)', 즉 아무 데도 통하지 않고 바로 들어갔다는 뜻이다. 

둘째는, 우리나라보다 골프를 먼저 받아들인 일본에서 만들어진 음담패설적인 골프용어이다. 드로즈(drawers)라는 여자들이 입는 팬티보다 약간 헐렁한 속옷이 있는데, 드발음이 없는 일본식 발음이 즈로즈다. 바람둥이 사내들이 여자를 쉽게 정복했을 때 '넌 즈로즈로 했다.'고 한다. 팬티도 입지 않아서 벗길 필요도 없었다, 혹은 팬티도 벗기지 않고 해 치웠다는 뜻이다. 말을 줄여 쓰기에 특기가 있는 일본인들이 '넌 즈로즈'를 '넌 즈로'로 한 글자를 줄였고, 여자 정복하기와 홀에 공 넣기를 동일시하는 사내들이 칩샷이 그대로 홀에 들어갔을 적에 쉽게 정복했다는 의미로 사용해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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