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8.08 (금)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골프칼럼

[김영두 골프이야기] "클라이맥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기도 한다"

URL복사

*** 9홀. 파5. 489미터. 핸디캡2. 산자락의 지형을 이용한 페어웨이가 이채로움. 페어웨이는 그린까지 가파른 오르막이면서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 흐르고 있음. 또한 오른쪽으로 굴러 내려오는 공을 주식으로 삼는 악마 같은 벙커가 5개나 아가리를 벌리고 있음. ***


[신이 내린 스포츠, GOLF & SEX, 클라이맥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기도 한다.]

나는 9홀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지레 힘이 빠진다. 홀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고 느껴진다. 깃발이 펄럭이는 고지까지 헐떡거리며 공을 치고 또 쳐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숨이 차다. 그리스 신화 속의 시시포스처럼 헛된 노력을 하는 것만 같다. 아니 오늘만 그렇다. 

누군가를 가슴에 품고 있다는 건 고통스럽다. 낭떠러지에 안간힘을 쓰며 매달려 있는 듯하다. 

전 홀에서 승헌씨가 나를 알아봤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두방망이질 치던 가슴의 박동이 가라앉지 않는다. 호랑나비 한 마리가 팔랑팔랑 내 곁을 맴돌면서 따라오고 있다. 그가 보낸 전령인가. 나는 자꾸 뒤돌아본다. 

외로움은 상황이 아니라 감정이다. 개선하는 나폴레옹도 외롭다고 했다. 승헌씨와 나 사이의 거리가 갑자기 나를 고독에 휩싸이게 한다. 

"18홀, 4시간 이상 걸리는 플레이 중에서 실제 샷으로 소요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요?"

민호씨가 엉뚱한 소리를 했다. 민호씨는 어디선가 난센스 퀴즈를 잘 물어 와서 좌중을 한바탕 웃기는 재주가 있다. 나는 또 객 적은 장난인가 싶어 잔머리를 굴려본다. 글쎄, 몇 분쯤이나 될까. 

"엊저녁에 책에서 읽었는데요. 겨우 3분 남짓이래요. 나머지 4시간은 생각하고 반성하고 후회하고 계산하고 분발하고 자신을 굳히고 때로는 의기소침하며 낙담하고 자포자기하는 심리변화의 시간들이랍니다."

"어떻게 그렇게 긴 문장을 외웠어요?"

경희가 토끼처럼 동그란 눈을 하고 민호를 바라본다. 

나는 지금 골프에 대해서가 아니라 승헌씨를 생각하고 있다. 그에게 한 행동을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 앞으로 그와의 관계를 계산하고 분발하자고 다짐한다. 

"그 글을 읽으면서 3분 남짓을 샷을 하려고 4시간을 넘게 심혈을 기울이는 스포츠는 골프, 그리고 섹스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븐 파를 친다고 해도 72번 채를 휘두르는데 3분이면 족하고, 섹스도 18번 오르가슴의 소요시간을 다 합해도 3분을 넘지 못할 테고..."

승헌씨 앞에서 의기소침하고 낙담하고 자포자기하는 내가 바보 같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발끝으로 땅을 판다. 

"골프의 클라이맥스는 퍼팅이고, 섹스의 클라이맥스는 오르가슴인데..."

분명, 꺽정씨가 날더러 들으라고 하는 소리일 것이다. 

"그래서 퍼팅하다가도 심장마비, 머머하다가도 복상사 심장마비래요?"

"지난겨울 여기서 퍼팅하다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신부님 있잖아. 그럼 신부님도 오르가슴을 느끼시다가 심장에 마비가 온 걸까?"

"난, 오르가슴은 싫어요. 심근경색을 일으켜서 죽은 오리가슴이 맛있다니까... 오늘 19홀은 오리진흙구이로 합시다."

경희와 꺽정씨가 셔틀콕을 맞받아치듯이 대거리하는 본새를 나는 귓등으로 흘려듣고 있다. 

그린에 오르면서 산 아래로 눈을 돌리니 티잉그라운드에서 승헌씨가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보느라 풀을 뜯어 허공에 날리고 있다. 아니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동작이리라. 나도 그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싶다. 

"그린에서 보는 모습이 제일 이뻐요."

언젠가 승헌씨가 내게 말했다. 나는 귀에 날아와 앉는 그의 목소리보다 기름을 부은 등잔처럼 불꽃이 화악 피어오르는 그의 눈빛을 먼저 감지했다. 그는 내가 칩샷하는 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특기는 어프로치 샷이다. 스윙의 회전반경이 크고, 꼬임이 깊숙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탓에 나는 드라이버나 아이언의 비거리가 남보다 길지 못하다.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아무리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낼 수 있어도 비거리가 짧으므로 파4홀에서 파온 되는 경우가 드물다. 보기플레이어 일 수 밖에 없다. 

드라이버나 아이언샷이 남성적이라면 어프로치샷과 퍼팅은 여성적이다. 전자는 힘이, 후자는 기술적인 정교함이 필수이다. 남성의 매력은 남성다움이고 여성의 매력은 여성다움이지 않던가. 

나는 필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구책으로 힘 안 드는 부문에서 장기를 갖추고자 했다. 그래서 피칭웨지와 샌드웨지를 길들이는 데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내가 승헌씨 앞에서 어프로치를 시도할라치면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고, 후들후들 다리가 떨리고 오줌을 지릴 것처럼 긴장하는 줄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다른 곳에선 절 본 일이 거의 없잖아요. 부엌에서 요리하는 모습이라던가, 댄스파티에서 드레스 입고 춤추는 모습이라던가.... 좀 말하긴 그렇지만..... 침실이라든가."

그의 눈빛을 읽지 않았더라도, 깃대를 간질이려고 공이 슬금슬금 굴러가는 순간 나는 하나밖에 안 남은 속옷이 벗겨지는 느낌이었기에 그런 말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왔다. 

당구 게임을 하면서, 저속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애인 팬티 벗기듯이'라는 말을 쓴다. 정성을 다하여 조심스럽게 사알짝 비껴가듯이 공을 맞추라는 뜻이리라. 

공이 깃대에 붙어있다. 고개를 갸웃이 숙이고 구멍 속으로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 

=볼은 나의 분신이다. 나의 모든 의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스윙은 나의 메시지를 볼에 전달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라고 했던 미국의 프로골퍼 벤 호건의 말이 떠오른다. 내가 전하고자하는, 그러나 전해서는 안 되는 메시지를 승헌씨에게 들킨 것만 같아 나는 얼굴부터 붉어진다. 

내가 불순한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아니, 불순한 생각까지는 괜찮다. 말로, 행동으로만 옮기지 않는다면, 내가 외간남자와 연애를 꿈꾸든 살인을 계획하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눈은 마음의 창이고, 입은 머릿속의 생각을 까발린다. 나는 촉촉하게 젖은 눈에 마음속의 메시지를 실어 그에게 전해서도 안 되고, 침실 운운 따위로 그를 유혹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심장마비 일으키겠네... 이글인 줄 알았잖아요."

경희의 외침에 뒤돌아보니 꺽정씨의 칩샷이 깃대를 스쳐 한 뼘도 안 되는 곳에 멈추고 있었다. 정말로 꺽정씨는 외모와는 달리 '애인 팬티 벗기듯이' 지극히 부드럽게 공을 굴려 깃대에 바짝 붙인 것이다. 나는 승헌씨의 생각에 사로잡혀 시이불견(視而不見)이었다.

손발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멍해진다. 꺽정씨에게 이글을 맞을 뻔해서 일어난 증상은 아니다. 오로지 승헌씨 탓이다. 

흔히 골프를 집중의 게임이라고 하는데 집중의 극치는 무(無)에 집중하는 것이라 한다. 정신집중이란 목적의 완전수행을 위해 플레이 중에 끊임없이 자신을 감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자문한다. 

"나 지금 골프하는 것 맞아?"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李대통령 "연속 인명사고 낸 포스코이앤씨 '면허취소·입찰금지' 등 제재 검토"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연속적인 인명 사고를 발생시킨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예방 가능했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건설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찾아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6일 최근 건설 근로자가 크게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대통령은 연속적인 인명 사고를 발생시킨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매뉴얼 준수 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하고 예방 사고가 아니었는지 면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또 "(이 대통령이) 건설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며 "이러한 산업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징벌배상제 등 가능한 추가 제재 방안을 검토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포스코그룹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빈발한 것을 강하게 질책하며 엄정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포스코이앤씨에서는 지난 4일 또 다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감전으로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과태료 수준의 제재로는 중대재해 재발


사회

더보기
특검, 김건희 '도이치 주가조작' 등 구속영장 청구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특별검사팀이 7일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정치 브로커'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등의 혐의를 받의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이날 오후 1시21분 자본시장법 등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언론 공지를 통해 밝혔다. 특검은 전날 오전 10시23분부터 김 여사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으로 소환해 조사한 후 약 11시간 만에 귀가 시켰는데, 그 즉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특검은 김 여사를 상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정치 브로커'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건진법사 이권개입 및 통일교 청탁 로비 ▲해외 순방길에 착용한 목걸이의 공직자 재산 신고 누락 의혹 등에 대해서 조사했다.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가 이미 유죄 판결이 확정된 주가조작 공범들과 공모해 시세조종행위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20대 대선 과정에서 명태균씨로부터 80여회의 공짜 여론조사를 받아 보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혐의와 김상민 전 부장검사를 위해 지난해 총선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문화

더보기
해설이 어우러진 클래식 체험... 키즈클래식 공연 ‘오케스트라 게임’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화성시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안필연)이 운영하는 화성시 예술단이 오는 8월 31일(일) 오후 5시 동탄복합문화센터 반석아트홀에서 키즈클래식 공연 ‘오케스트라 게임’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해설형 콘서트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클래식 입문 무대다. 1부에서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클래식 동화 ‘피터와 늑대’를 샌드아트와 함께 감상한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미국 작곡가 그레고리 스미스의 ‘오케스트라 게임’을 통해 악기들의 매력을 ‘게임’처럼 즐기는 시간을 마련한다. ‘오케스트라 게임’은 올림픽 경기를 모티브로 각 악기가 선수처럼 등장해 자신만의 소리와 역할을 소개한다. 플루트, 트럼펫, 바이올린 등 주요 악기들이 차례로 나서며 관객은 자연스럽게 악기의 특징과 오케스트라의 구성을 익히게 된다. 마지막에는 모든 악기가 함께 연주하며 협동과 조화를 음악으로 표현한다. 해설은 클래식 음악 해설자로 잘 알려진 나웅준 음악평론가가 맡아 쉽고 재치 있는 설명으로 아이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여기에 샌드아티스트의 실시간 퍼포먼스가 더해져 소리와 그림이 함께 어우러지는 특별한 무대를 선사한다. 안필연 화성시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만시지탄(晩時之歎)…가짜뉴스 유튜버 징벌적 배상 검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돈을 벌기 위해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유튜버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의 정책 대응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대통령은 “돈을 벌기 위해서 불법을 자행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며, “형사처벌을 하게 되면 검찰권 남용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제일 좋은 것은 징벌 배상(징벌적 손해배상)”이라고 말했다. 유튜브가 유행하면서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사망했다”, “이혼했다”, “마약을 했다” 등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를, 자극적인 내용의 썸네일(제목)로 클릭을 유도해 조회수를 늘려 돈을 버는 유튜버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유튜브에서의 조회수는 곧 돈이기 때문에 점점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괴담 수준의 가짜뉴스를 생산해 내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정치와 관련한 가짜뉴스다.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루머를 사실인 것처럼 포장해 이목을 끌고 조회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세(勢)싸움을 하는 듯한 정치와 관련한 가짜뉴스는 유튜버가 단순히 돈을 버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기 때문이다.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