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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김영두 골프이야기] "구멍 주위만 돌고 나오면 기분이 찝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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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홀. 파4. 299미터. 핸디캡6. 홀까지의 거리는 짧지만 페어웨이는 가파른 오르막. 좌측 페어웨이 한가운데 상하로 기다란 벙커가 포진해 있음. 두 번째 샷을 염두에 두고 티샷의 계획을 세움이 현명함.*** 

[신이 내린 스포츠 GOLF & SEX, 구멍 주위만 돌고 나오면 기분이 찝찝하다.]

"한방 날릴 때가 되었잖니?"

내가 경희에게 말했지만 기실은 꺽정씨에게 들려주는 효과음이었다. 이쯤에서 우정이건 실수건 오비 한방을 날릴 때가 도래했음을 시사한 발언이었다.

꺽정씨의 흥얼거리던 콧노래가 멈추는가 싶더니 따가운 시선이 날아오고 있다. 그 눈총이 전하는 바는, 저 웬수같은 여자가 훼방을 놓기 시작하는 군, 이다. 나는 그의 눈총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발 끈도 고쳐 매고 장갑도 벗었다가 다시 끼면서 딴청을 부렸다. 

여태 성적을 계산해보니 꺽정씨는 1오바 파이고, 나는 5오바 파이다. 나는 파5홀에서 트리플보기를 했지만 파를 두개 잡음으로써 간신히 보기 이븐을 유지하고 있다. 

더 좋은 성적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연습도 게을리 했고 겨우 일주일에 한번이나 잔디를 밟았으니까 보기플레이 이상의 욕심을 내면 안 된다. 겸허한 마음으로 실력을 인정하자. 그리고 타인이 실수하기를 기도하자. 

"뷰티풀 샷"

오비를 기원하며 뒤로 돌아서 있는데 경희의 목소리가 뒤통수께로 날아왔다. 돌아보니 꺽정씨가 만족한 웃음을 물고 내려오고 있다. 

여자들의 훼방작전은 귓전에서 왱왱거리는 모기의 날갯짓으로 여기나보다. 여자를 돌로 보는 웬수같은 사내이다. 아니 짐승이다. 공은 여태도 비행을 계속하면서 착륙할 조짐이 없다. 

생태계의 먹이 사슬에는 천적이 있다. 직장에도 친구사이에도 골프동반자 중에도 천적은 있다. 나는 꼭 꺽정씨가 나의 천적인 것만 같다. 그는 나하고 함께 라운드를 하면 좋은 기록을 내고 나는 맥을 못 춘다. 내기를 할 때면 더욱 그의 기(氣)에 눌린다. 

같이 골프를 안 하면 될 텐데 어쩐 일인지 내가 골프라운드 동반자를 구할 때 빈자리를 메워주는 기사는 꺽정씨 뿐이었고 그의 땜질은 내가 맡는 불운이 꼬리를 무는 것이다. 

내가 티샷한 공은 빗맞은 경희의 공보다는 멀리 왔지만, 그린까지 오르막 경사가 심해서 3번우드를 잡는다고 해도 올라갈 듯싶지 않다. 더구나 계란 프라이의 노른자위처럼 디봇에 반쯤 묻혀있다.  

"공이 이쁘게 놓여있구만요."

내 곁을 스쳐 지나가던 꺽정씨가 잠시 발길을 멈추고 지켜보고 있다. 잡음을 안 넣고 점잖게 지나갈 화상이 아닌 줄은 옛날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다, 옛날부터였다. 같이 지낸 시간이 많은 사람들은 추억 또한 많다. 꺽정씨와는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같이 라운드를 한 횟수가 셀 수도 없다. 언젠가도 이 골프장 이 홀에서 똑같은 상황에 벌어졌었다. 그때도 티샷의 공이 디봇 자국으로 굴러 들어갔었다.

그 날은 소나기가 막 지나간 청명한 봄날이었다. 세수를 마친 하늘은 말갛게 개였고 찬란한 햇빛이 잔디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풀잎 끝에 매달린 물방울이 발부리에 채이면서 영롱하게 부서졌다. 

티샷한 공도 목표지점으로 상쾌하게 날아갔다. 사박사박 풀잎을 지르밟으며 걸었다. 디봇 자국은 작은 욕조처럼 빗물을 모아 안고 있었고 공은 나른하게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캐주얼 워터죠? 드롭 합니다."

나는 잔디가 다복하게 덮여있는 평평한 곳으로 공을 꺼내놓았다. 

"누구 마음대로죠?"

지난 홀에서 꺽정씨는 어이없게도 공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돈을 잃었다. 공이 떨어져서 굴러가는 모양까지 비디오카메라로 찍듯이 포착을 했는데도 공이 있어야 할 곳에 없었다. 두 눈이 아니라 여섯 눈이 봤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공이 연기처럼 꺼져버린 것이다. 지난 홀의 로스트 볼로 인해 꺽정씨가 머리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만큼 열을 받은 줄은 알지만, 캐주얼 워터가 분명한데 드롭이 안 된다는 억지는, 꺽정씨답지 않은 행동이다. 

“공이 물에 잠겨 있었어요. 밖으로 집어낼 수 있습니다.”

캐디가 거든다. 

"노타치 플레이.... 볼은 있는 상태 그대로 플레이 할 것. 어떠한 경우라도 그냥 치는 겁니다."

"룰도 모르면서 어떻게 싱글 핸디캐퍼죠?"

"볼을 건드리거나 스코어를 속이는 자를 미국에서는 플로그(flog)라고 합니다. 골프를 배신하는 부정행위라고 해서 골프(golf)를 거꾸로 읽어서 플로그라는 이름으로 천대하죠."

"경우가 다르잖아요. 러프에 떨어진 공을 손을 집어낸 것도 아닌데... 규정집이나 다시 읽고 와요."

"공 다시 목욕탕에 담가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 말아요."

이러면서 싸웠다. 나는 나중에야 신호등이 있어도 교통순경의 수신호가 앞서듯이 공인규칙을 무시하는 도박꾼 세계의 비정한 족보가 있음을 알았다. '어떠한 경우라도 드롭은 없다'라는 피도 눈물도 없는 족보였다. 

그러나 오늘은 그림이 다르다. 디봇에 물은 고여 있지 않다. 잔디가 움푹 패여 나간 자리에 공이 파묻히다시피 박혀있었다. 디봇을 정리하지 않고 간 골퍼에게 저주 있을진저....

어쩐다. 페어웨이 우드로는 토핑이 분명할 것이다. 스푼을 채가방 안에 다시 꽂고 7번 아이언을 쥐었다. 제대로 맞을 턱이 없었다. 내게 가장 친숙한 7번 아이언으로 공의 뒤쪽을 사납게 판 것이다. 전기 감전처럼 팔꿈치 관절에 충격이 전달된다. 눈물이 쑥 빠질 만큼 아프다. 

"경운기 대령할까요? 힘들게 골프채로 땅 파지 말고."

팔랑개비처럼 웃음을 돌리며 염장을 지르는 사람은 물어 볼 필요도 없이 꺽정씨다. 

두 방이나 먹인 공이 날아간 거리가 단방으로 꺽정씨가 날린 공의 거리보다 짧았다. 게다가 피치샷까지 짧아 공은 네 번을 두들겨 맞고야 그린에 올라갔다. 물론 첫 퍼팅에 공은 들어가지 않았다. 더블보기이다. 

꺽정씨의 공은 깃대에서 불과 1미터나 될까 말까 하게 붙어있었다. 이번에는 어떤 훼방을 받더라도 받아 놓은 밥상을 포식할 것 같다. 기분이 고약해진다. 

그러나 끝까지 기도의 힘을 믿기로 한다. 그가 입가에 웃음을 물고서 공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나는 꺽정씨의 공에 최면술을 걸었다. 들어가는 척 만하여라, 제발 들어가는 척만 하여라.  

역시 기도의 힘은 위대하다. 그의 공이 편안하게 굴러가긴 했다. 나는 눈을 감고 귀만 열었다. 1초, 2초, 3초, 셋을 헤아렸다. 딸그랑, 깡통에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도, 나이스 버디를 외치는 소리도 안테나에 잡히지 않았다. 내가 눈을 떴을 때 공은 홀의 가장자리만 빙그르르 핥고 돌아 나오고 있었다. 

"나 싫고, 너 싫고, 과부 싫어하라고... 구멍 주변만 핥고 나오면 찝찝하잖니...."

꺽정씨의 장탄식이 메아리로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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