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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김영두 골프이야기] "책이나 비디오로 공부한 사람이 잘 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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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내린 스포츠 GOLF & SEX, 책이나 비디오로 공부한 사람이 잘 할 확률이 높다.]

***5홀. 파4. 341미터. 핸디캡10. 페어웨이 우측에 짚신짝처럼 기다란 두 개의 벙커가 부담을 주지만 벙커는 함정이 아니라 오비에 대한 구제용임. 티잉그라운드가 우측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는 골퍼는 왕초보임.***

경희는 티잉그라운드의 오른쪽 가장자리에서 페어웨이 좌측을 향해 정렬한다. 슬라이스로 벌어질 각도까지 계산하는가보다. 아니나 다를까 약간의 슬라이스가 걸리면서 공은 페어웨이 한가운데 안착한다. 

"굳샷!"

합창소리가 푸른 하늘로 멀리 퍼지는가 싶다니 메아리가 들려온다. 

"엊저녁에 비디오 보면서 공부했지."

그녀는 득의양양하게 어깨를 으쓱이며 내려온다.  

"오양 비디오 보면 드라이버 잘 때리는 거니?"

"벤 호건의 골프렛슨비디오를 봤어. 슬라이스 나는 사람은 티잉그라운드 오른쪽에서 왼쪽을 향해 치라는, 페어웨이를 넓게 쓰라는, 명심보감을 읽었다구."

"옛 성현의 말씀이 틀린 게 하나 없지. 책이랑 비디오랑 보면서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잘하는 게 당근이지."

"완벽한 샷에 완벽한 칭찬입니다."

떠억 팔짱을 끼고 서서 완벽한 종합 칭찬을 하는 사람은 꺽정씨다. 

"인간에게 완벽한 샷은 없어요. 완벽하다면 티샷이 홀인하는 겁니다."

민호씨의 말이 맞는 것도 같고 틀리는 것도 같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단숨에 340미터를 날려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해요. 전 이 정도 샷이면 완벽하게 만족해요."

"기적은 신의 영역이고,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퍼펙트는 없죠. 완벽(perfect)이라든가  영원(forever)이라는 단어는 신에게만 적용되는 단어입니다."

민호씨의 설교에 감명이 깊으면서도 나는 그가 잘 익은 벼처럼 자신의 박식함을 좀 덜 드러내기를 바란다. 

"근데, 제게도 가끔은 기적이 일어나더라구요. 빗맞은 땅볼이 제비가 물을 차듯이 예닐곱 번 물수제비를 뜨면서 연못의 물을 차고 튀어 올라 건너편 둔덕으로 올라간다든가..."

민호씨의 잘난 척에 내가 응수를 했다. 

"난, 티샷한 공이 오비 말뚝을 맞고 튀어나가려다가 바깥 쪽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로 들어온 적도 있었어요."

경희도 내편이 되어 도와준다. 그렇지만, 결정타를 날린 사람은 역시 우리의 꺽정씨였다. 

"난 이런 경험도 있어요. 티샷한 공이 연못으로 빠져버린 줄 알고 다시 치려는데 거북이 한 마리가 슬금슬금 연못 속에서 기어 나오는 거에요. 공을 물고요. 얼마나 신기한 일입니까. 거북이가 공을 토해놓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에는 하늘을 날던 솔개가 곤두박질쳐 내려오더니 거북이를 낚아채는 거에요. 솔개가 공을 문 거북이를 낚아채는 걸 두 눈으로 확인했으면 로스트 볼은 아니죠. 그래서 그 자리에서 다시 치려고 어드레스를 하는데, 이런 세상에,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른 솔개가 먹이를 떨어뜨렸는데 이게 딱 그린 위였습니다. 나는 공보다도 거북이를 걱정하는 연약한 심성을 가진 착한 사람이죠. 거북이가 뭔 죄가 있어요. 발랑 나뒤집어진 거북이가 불쌍해서 쫒아갔더니 거북이가 공을 토해놓는 중이었어요. 그런데, 아 또, 이 공이 쪼르르 굴러서 홀로 들어가는 기적이 일어납디다. 모세의 기적이 무릎을 꿇을 기적 중에서도 기적이죠. 나는 이런 살신성인한 거북이를 위해서 잠시 애도의 기도를 드리고 그린 옆에다 작은 무덤을 만들어줬죠."

웃음이 나와서 뒤집어 질 지경이었다. 

"알바트로스를 했다는 야그인데... 동반자가 누구였어요?"

믿을 건더기가 있다고 생각한건지 경희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묻는다. 

"아아.. 우리 마누라하고 둘이서 필리핀에서 쳤거덩. 푸에르토아즐이었던가...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보시지. 전화 빌려줘?"

"쉿, 조용히"

민호씨가 티샷을 준비하고 있기에 수다를 중지한다. 민호씨의 바짓가랑이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그의 바짓가랑이가 나풀대는 이유가 바람 때문인지 엊저녁에 아내와 단꿈을 꾼 때문인지 궁금하다. 

민호씨는 몇 달 전에 재혼을 했다. 열다섯 살이나 어린 아내와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는 행복한 사내다. 

또한 민호씨는 무수리 조합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독신녀들을 무리로 거느리고 있는 남자라는, 바람둥이라는 뜻이다. 

그의 사생활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첫 아내와 사별을 하고 그는 맞선을 백 번쯤 봤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무수리 조합장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웬 비디오 타령?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오양 비디오는 민호가 봐야 해. 젊은 아내한테 힘으로는 달릴 테니 기술이라도 익혀야 하잖아."

꺽정씨가 슬금슬금 새신랑을 놀리고 있다. 민호씨는 원래 재치도 있고 말재주도 좋은 사람이지만 골프를 배우고는 갑자기 금 같은 침묵으로 무거워졌다. 정신을 집중하려면 말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민호씨의 지론이다. 우리가 아무리 놀려도 들은 척도 안 한다. 

그린에 올라가보니 네 개의 공이 모두 올라있다. 경희와 나는 3온이고 민호씨와 꺽정씨는 2온이다. 동서남북 방향으로 흩어져있다. 거리는 엇비슷하다. 

"원타선구."

내가 그렇게 외쳤지만 누구의 공이 홀에서 제일 먼 지 짐작이 서지 않는다. 그래도 조금 더 먼 듯이 보이는 민호씨부터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퍼팅을 하기로 했다. 대략 5미터는 넘음직하다. 2퍼팅이면 양호한 실력이리라.

봉사문고리 잡기인지 황소 뒷걸음치다 개구리 잡기인지 민호씨가 팔을 길게 뻗어 세게 밀어 친 공이 홀 안으로 쑤욱 빨려 들어갔다. 

"나이스 버디."

축하의 메시지를 띄운 사람은 캐디였다. 우리 나머지 셋은 어안이 벙벙해서 민호씨만을 올려다봤다. 

"나이스 버디... 근데 경희야, 민호씨가 정말 무수리조합장 맞나보다. 저렇게 긴 것을 단번에 우그려 넣는 솜씨 봤지?" 

한참만에야 입술이 떨어졌다. 

"나야 말로 엊저녁에 책도 보고 비디오 보며 공부했어요. 퍼터헤드의 정중앙에 공을 맞추는 법을 익혔다구요."

홀은 더 이상 공을 받아들일 공간이 없는지 우리의 공 세 개를 모두 거부했다.

"김 작가, 우리도 공부 합시다. 민호나 경희씨나 책이랑 비디오보고 공부하니까 금방 표시가 나잖아요. 우리도 비디오 좀 볼까요?"

소나무 숲길을 걸어 다음 홀로 이동을 하는데 뒤따라온 꺽정씨가 은밀하게 속삭였다. 

"좋아요. 오늘 비디오 방 갑시다. 만화방도 가고..."

문득 논어(論語)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독서만 하고 사색을 태만히 하면 지식이 몸에 붙지 아니하고, 사색만 할 뿐 독서를 게을리 하면 독선(獨善)이 된다.=

사색과 독서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말이리라. 이 말을 골프에 원용해보면 독서하고 사색하며 연습하는 세 가지를 겸해야만 실력이 향상된다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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