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정부가 부동산 보유와 양도 과정에서 세 부담을 높이고, 기존의 비과세·감면 제도도 손질한 세제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국회에서는 이를 손질하거나 보완하려는 법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야당에서는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낮추거나, 예전보다 작고 저렴한 집으로 이사할 때 양도세 납부 시점을 뒤로 미루는 법안을 제출했다. 올해 말로 예정된 생맥주 주세 경감 조치 역시 계속 이어가자는 법안도 함께 발의됐다. 여당 쪽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식의 과세 강화에 맞서,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에 일정 하한선을 두는 방안이 추가로 나왔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가 3일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뒤로 지금까지 이를 보완하거나 수정하는 세법 개정안이 10여 건 발의됐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에서 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보유 중심’에서 ‘거주 중심’으로 바꾸고,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개편안에 대해 주로 장기간 한 채의 집을 보유하는 고령자나 고가주택 소유자의 세 부담이 늘고, 주거 이동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안 가운데 국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손질 움직임이 나타나는 분야도 역시 부동산 세제다. 현재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1세대 1주택이면 12억 원까지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보유·거주기간에 따라 장특공제를 적용한다. 서 의원이 낸 법안은 비과세 기준을 15억 원으로 올리고, 거주기간에 따라 주는 장특공제율 역시 최대 40%에서 50%로 늘리자는 게 핵심이다. 이는 이번에 정부가 장기 보유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겠다고 밝힌 것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정부는 앞으로 장특공제 산정에서 보유기간보다 실제 거주한 시간을 더 중요하게 반영하겠다고 했다. 즉, 단순히 오래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받을 수 있던 공제는 줄이고, 실거주자 중심으로 세제 지원을 다시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역시 5일, 1세대 1주택자가 집을 팔 때 보유기간 동안 냈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양도차익에서 필요 경비로 빼주자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금은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집값이나 자본적 지출 등은 필요 경비로 보지만, 보유 과정에서 납부한 재산세와 종부세는 인정받지 못한다. 개정안은 1세대 1주택자가 보유 중 낸 재산세와 종부세도 필요 경비로 인정해, 양도세가 부과되는 양도차익 자체를 줄여주려는 취지다. 현재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리고 세 부담 상한도 150%에서 200%로 높이는 등 보유세를 강화한 상황이라,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향후 집을 팔 때 일부라도 덜어주자는 의도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6일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예전보다 작고 저렴한 집으로 이사하는 1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을 나중으로 미루겠다는 내용이다. 3년 이상 보유하고 3년 이상 거주했던 1세대 1주택자가 기존 집을 팔아 더 작은 주택을 사면, 기존 집의 양도차익 가운데 일부에 대한 양도세 납부를 새 집을 팔 때까지 유예한다는 것이다. 양도세 자체를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고, 단지 납부 시기를 나중으로 미루는 셈이다. 과세이연 금액은 기존 주택의 양도차익에 ‘축소주택 취득가액 ÷ 기존주택 양도가액’을 곱해 산정한다. 예를 들어 기존 집을 20억원에 팔고, 10억원짜리로 이사했다면 기존 주택 양도차익의 절반에 해당하는 몫의 세금 납부를 새 집을 팔 때까지 미룰 수 있게 되는 구조다. 법안은 고령층이나 소규모 가구가 세금 부담 때문에 더 작은 집으로 옮기지 못하는 상황을 막고, 대형 주택이 시장에 보다 원활하게 나올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번 세제 개편의 핵심 과제로 정부가 내세운 ‘주가 누르기’ 방지와 관련해 여당에서 별도의 보완 입법도 나왔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상장주식의 평가액이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에 못 미칠 경우,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을 적용하고, 최종 평가액 역시 순자산가치의 80%보다 낮아질 수 없도록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안은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일정 수준 이하이거나 과거보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등 ‘주가 누르기’가 의심되는 조건이 충족되면,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실제로 그런 행위가 있었는지 판단하고, 이에 해당할 경우 상속‧증여재산 평가액을 할증하는 방식이다. 이 의원안은 이런 개별 행위 심사 방식보다는, 최대주주 주식 가치가 순자산가치보다 지나치게 낮아지지 않도록 ‘평가 하한’을 미리 정해두는 접근법이다. 다만 자본잠식이 있거나 회생절차, 정부의 구조조정‧사업재편 계획 이행 등으로 정상적인 사업이 어려운 기업은 적용 대상에서 빼고,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통한 복잡한 지배구조에도 동일한 평가방식을 적용하도록 했다. 또한 현행 최대주주 주식에 붙는 20% 할증 평가를 폐지하는 내용도 담았다. 순자산가치의 80%라는 평가 하한을 새로 두는 만큼, 실제로 실현되지 않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일괄적으로 추가 반영할 필요성이 낮다는 취지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세제 혜택을 유지하자는 법안도 발의됐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8리터 이상 용기에 담긴 맥주에 대한 주세 20% 경감 제도를 별도의 추출장치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적용하자는 내용의 주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현행 제도는 올해 말까지만 해당 맥주의 주세를 20% 깎아주도록 돼 있지만,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을 통해 예정대로 이 혜택을 끝내기로 했다. 김 의원 측은 이 경감 제도가 종료되면 500㎖짜리 맥주 한 병에 세금(주세·교육세·부가가치세)이 약 127원 늘어나게 되고, 그 영향으로 출고가와 음식점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일몰 기한 자체를 삭제해 주세 20% 경감 혜택이 계속 이어지도록 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앞으로 국회 세법 심사에서는 정부가 밝힌 부동산 과세 강화와 비과세·감면 정비 원칙을 어느 수준까지 유지할지 두고 여야 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국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양도세, '주가 누르기', 그리고 올해 말 일몰을 앞둔 조세특례 등과 관련한 의원 입법이 잇따르는 만큼, 정기국회 세법 심사 과정에서 정부안과 의원안 간의 조정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