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16 (일)

  • 맑음동두천 4.6℃
  • 구름많음강릉 15.4℃
  • 맑음서울 7.6℃
  • 구름조금대전 6.7℃
  • 구름많음대구 7.5℃
  • 맑음울산 10.7℃
  • 구름많음광주 9.8℃
  • 구름조금부산 15.6℃
  • 구름많음고창 7.8℃
  • 구름조금제주 13.7℃
  • 맑음강화 7.3℃
  • 구름많음보은 4.4℃
  • 흐림금산 4.7℃
  • 맑음강진군 9.3℃
  • 맑음경주시 7.1℃
  • 구름많음거제 10.5℃
기상청 제공

문화

【책과사람】 독서 대중화의 문을 연 ‘세책’ 문화 <18세기의 세책사>

URL복사

소설 읽기의 시작과 유행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세계 곳곳의 도서관과 고서점을 다니며 모은 18세기 세책 기록을 집대성한 결과물로, 책이 값비싸던 시절에 돈을 받고 책을 빌려주던 ‘세책’ 문화를 탐구한다. 세책점은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으며 책의 생산과 유통, 소비를 촉진시키고 독서의 대중화에 이바지했다.

 

 

특권 문화에서 대중적 여가 활동으로


독서는 언제 어떻게 대중의 취미로 자리잡았을까? 18세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독서는 지식인과 지배층을 중심으로 소수 특권층 남성만 누리는 학문적·종교적 수양 활동이었다. 하지만 18세기 들어 세책업자들이 책을 독점적으로 소유하며 저렴한 값에 사람들에게 빌려주면서 독서는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여가 활동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독자의 취향을 고려해 오락적 독서물, 곧 소설과 역사서, 여행서, 교양서 등 다양한 책을 취급하여 고객들이 지적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는 책을 직접 골라 읽게 했다. 긴 호흡으로 사회와 삶의 문제를 다룬 산문 양식의 허구 서사에 흥미를 느끼며 통속문학을 대여하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특히 여성 독자가 세책점에 자주 드나들며 소설을 빌려 읽는 단골이 되었다.


하지만 세책점의 영향력이 커지고 소설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책을 빌려 읽는 이가 많을수록 책을 많이 팔지 못해 작가와 출판사의 수입이 줄어든다며 세책업이 불법 거래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 당시 사회 기득권 세력인 보수적 지식인과 종교인은 소설이 많이 팔리면서 점점 더 자극적이고 비도덕적인 내용을 담은 콘텐츠로 생산된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럼에도 소설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고, 소설을 쓰는 작가가 늘고 소설가의 명성도 높아졌다. 또 세책점 간에 인기 소설을 다량 확보해 저렴한 값에 대여해주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설가와 출판사 역시 커다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책 유통과 영업에 열을 올린 세책업자는 독자와 작가 및 출판사 사이에서 든든한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전


세책업자는 대중의 독서욕을 자극하는 데 힘을 쏟으며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도서대여 영업을 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 세책 문화가 일찍이 찬란하게 피어난 한국과 영국에서는 더 많은 사람에게 책을 여러 권 빌려주고자 장편소설을 분책해 내놓았다. 조선 향목동 세책점에서는 186권에 달하는 <윤하정삼문취록>, 117권짜리 <명주보월빙>, 10책짜리 <춘향전>, 10책의 <창선감의록> 등 국내에서 창작된 장편소설을 보유했다. 잉글랜드에서 무디 세책점은 무려 100여 년간 운영되며 약 750만 권을 거래했는데, 신뢰의 표시로 이곳의 상징인 페가수스 문양을 책 표지에 새겨놓은 서적들을 선보였다. 세책업자들은 엄선한 도서 목록을 적은 카탈로그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아일랜드에는 1782년에 만든 70쪽짜리 카탈로그가 현전하는데, 인기 독서물인 로맨스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역사서, 자서전, 여행서도 꽤 갖추고 있었다. 


세책점은 책만 대여하는 공간을 탈피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아갔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세책점을 운영한 리처드 화이트는 휴게실을 만들어 회원들이 이곳에서 신간에 대한 평판을 확인하고 각자 읽은 책과 신문 기사를 공유하면서 여론을 형성해나갈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상층 고객들이 살던 지역의 세책점에서는 살롱 격을 갖춘 안락한 독서 클럽이 운영되었으며, 커피 하우스를 겸한 미국 세책점에서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돌려 읽으며 신문에 소개된 신간에 대한 정보를 교환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한국, 48조원 규모 주한미군 지원...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에 36조원 지출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한국이 약 48조원 규모로 주한미군을 지원하고 오는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를 위해 약 36조원을 지출한다. 한국의 대통령실과 미국 백악관은 14일 이런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회담 공동 설명자료’(이하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대통령실과 백악관은 이 설명자료에서 “미국은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능력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핵협의그룹을 포함한 협의 메커니즘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이 대통령은 가능한 한 조속히 한국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게 국방비 지출을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한다는 한국의 계획을 공유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또한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 불(약 36조원)을 지출하기로 했고 한국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게 주한미군을 위한 330억 불(약 48조원) 상당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공유했다”며 “양 정상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경제

더보기


문화

더보기
우리가 남겨야 할 기록은 무엇인가... ‘조선아트북 新악학궤범’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창작과 장르 간 융합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온 앙상블시나위가 새로운 작품 창작에 앞서 3년에 걸친 프로젝트 ‘조선아트북 新악학궤범’ 발표회를 개최한다. 연주자들이 남기고 싶은 기록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음악적 철학은 어떤 것일까.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문헌 연구가 아니라 연주자들이 직접 악서를 탐독하고 그 안에 담긴 정신과 의미를 되새기며 지금 시대에 맞는 예술의 가치와 전통의 방향을 함께 모색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선 성종 때 편찬된 궁중음악 백과사전인 ‘악학궤범’은 악기·의례·법식·가사 등을 그림과 함께 정리한 예술서로, 앙상블시나위는 이 기록이 담고 있는 ‘좋은 음악이란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라는 철학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오늘날의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한 창작곡들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먼저 △‘성음에 관하여’라는 주제로 아쟁 연주자이자 앙상블시나위의 대표인 신현식의 ‘은하수’ △‘고전을 넘어’를 주제로 전자음악 황승연이 들려주는 ‘둥당둥당’ △‘풍류에 남겨진 융합의 과정’을 주제로 양금 연주자 정송희의 ‘비밀의 강’이 소리꾼 조일하의 정가와 함께 연주되고, △‘동서양의 만남’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짜 부동산 대책은 ‘가만 놔두는 것’이다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언제나처럼 ‘부동산 시장 안정’과 ‘투기 근절’이다. 하지만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장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것인지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의 핵심 논리는 ‘풍선 효과’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강남 3구 집값이 오르니, 그 불길이 번진 마포·용산·성동구를 잡고, 나아가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이라는 족쇄로 묶어버렸다. 과천과 분당이 들썩이자, 그와는 무관한 인근 경기도 12개 지역까지 모조리 규제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 짚은 ‘연좌제식 규제’이자 ‘과잉 대응’이다. 첫째,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은 그 지역 나름의 복합적인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발생한다. 강남의 가격 상승 논리와 서울 외곽 지역의 논리는 엄연히 다르다. 단지 행정구역이 ‘서울’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역에 동일한 대출 규제(LTV, DTI), 세금 중과, 청약 제한을 가하는 것은, 빈대 몇 마리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둘째, 이러한 전방위적 규제는 ‘현금 부자’가 아닌 평범한 실수요자와 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