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 포함돼 있던 간호 관련 내용을 따로 떼어내 간호사 등의 업무범위와 권리를 규정하고,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등을 담고 있다.
오는 27일 간호법 국회 본회의 상정이 예고된 가운데, 간호조무사들이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의사들의 파업 여부와 상관없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간호조무사들이 간호법 제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은 간호법상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이 '고졸 학력'으로 제한돼 있어서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은 '특성화고 간호 관련 학과 졸업자', '학원의 간호조무사 교습과정 이수자'로 규정돼 있고 간호법에도 똑같이 담겼다.
간호조무사들은 간호법상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을 '특성화고 간호 관련학과 졸업 이상'으로 바꾸어 전문대만 졸업해도 간호조무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공인시험 중 응시자격 요건으로 '고졸 이상', '대졸 이상' 같은 학력의 하한은 있지만, 상한은 없다는 것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관계자는 "전문대 보건계열 학과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도 의료법상 응시자격이 없어 별도의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간호학원을 다니고 '학원출신' 취급을 받는다"면서 "보건계열 학과가 있는 전문대 95곳 중 36곳에서 간호학원과 연계해 학생들에게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지난해 협회 조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 제한은 열악한 처우와도 맞닿아 있다. 전문대 관련 학과를 졸업해도 의료법상 응시자격이 없어 고졸·학원 출신 간호조무사가 대거 양성되는 결과를 낳았고, 최저임금을 받거나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간호조무사가 59.4%에 달하고 있다는 게 간무협의 입장이다.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 제한이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된 '평등의 원칙'과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2012년 12월 전문대학 간호조무학과 졸업자에게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을 주지 않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고 평등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일반 고등학교 재학생이 청구한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 제한 의료법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청구인이 전문대 간호조무 관련 학과에서 학업할 수 있는 지위를 확정적으로 부여 받았다고 볼 수 없다'며 각하했다. 하지만 간호조무사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제한했다고 인정했다. '전문대학의 간호조무 관련 학과 졸업자를 응시자격에서 제외함으로써 이들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하더라도'라고 판결문에 판시했다.
간호조무사는 활동 중인 전체 간호인력의 48.7%로 절반 가량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호사와 비교해 양성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간무협 관계자는 "간호학과는 전문대와 일반대에 모두 있고, 3년제 전문대도 4년제로 승격해 4년제로 일원화됐다"면서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에 2년제 전문대 관련 학과 졸업자를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간호사들이)학력 인플레를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현재 간호학원에서 단기과정(1년)으로 취득 가능한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2년제 대학을 졸업해 취득하도록 하는 것은 "불필요한 학력 인플레이션과 교육비 낭비를 조장한다"는 입장이다. 회장을 비롯해 회원 상당수가 간호사인 고등학교 간호교육협회·한국간호학원협회는 "현행 의료체계상 간호조무사의 양적·질적 수준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을 변경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무협은 간호법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투쟁을 본격화한다. 곽지연 간무협 회장은 오는 25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다. 같은 날 전국 간호조무사 대표자 1000명 가량은 하루 집단연가 투쟁을 한다. 27일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의사들의 파업 여부와 상관없이 총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