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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재 칼럼

【허연재의 미술 인문학 칼럼】 여행하는 예술가, 외젠 델라크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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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여행 대리 만족을 위해 2013년에 방영되었던 <꽃보다 누나> 프로그램을 최근에서야 다시 봤다. 이 프로그램에서 이승기의 명언이 있다. 공항에서 숙소를 찾아 가기 위해 이승기는 영어로 더듬더듬 물어보며 시내로 가는 방법을 묻는다. 하지만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다. 낯선 땅에서 숙소 하나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더군다나 길을 안내해야 하는 선배들 4명까지 있으니 부담감이 훨씬 크다. 성격 급한 이미연과 윤여정이 기다리다 지쳐 이제 확실히 아냐고 묻자 스마트한 이미지였던 이승기는 트램 “6번 정도 타면 돼요”라고 답하며 모두에게 폭소를 안겼다. “6번 정도” 라는 애매모호한 답이 웃기지만 여행이라는 맥락 안에서는 그리 이상하지만은 않다.

 


낯선 땅을 밟게 되는 순간 나의 모든 것은 백지장 같은 기본 상태로 변하게 된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언어, 익숙했던 길, 동네, 사람들의 외모, 제스처와는 상반되는 생소한 경험을 시작하게 된다. 여행은 새로운 시야를 가지게 되는 좋은 기회이며, 예술가에게도 매우 중요한 영감의 통로다.


19세기로 전환 될 무렵 유럽에서는 작가들이 새로운 세상을 캔버스에 담기 위해 타지의 이국적인 문화에 눈을 돌렸다. 터키, 그리스, 중동 등 고대 근동 문화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또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이집트 원정 덕분에 동양에 대한 신비로움을 더 밀접하게 접할 수 있었다. 동양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예술가들의 판타지를 채워주는데 주요 역할을 했다.


외젠 델라크루아 (Eugène Delacroix)는 프랑스 출생 낭만주의 대표 화가다. 그의 대표 작품은 프랑스 혁명의 모습을 상상력으로 재현한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웅장한 노래가 나오며 민중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강렬한 색채와 명암의 대비는 이 사건을 클라이맥스로 진행시키는 듯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그림 속 여성 전사는 자신의 드레스가 상의 탈의된 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 민중을 이끌고 있으며 민중의 에너지가 용솟음 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러한 명작을 남길 수 있었던 데에는 여행을 통한 이국적인 문화 교류의 영향이 컸다.


델라크루아는 프랑스 외교 사절단 일원으로 모로코, 알제리, 안달루시아를 탐험하게 된다. 그는 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머릿 속에서만 상상했던 동양에 대한 이미지가 실제와는 얼마나 큰 차이가 있었는지 알게 된다. 델라크루아의 여행 다이어리를 보면 그가 여행하며 남긴 장소, 인물 스케치 그리고 방문했던 장소에 대한 정보들을 볼 수가 있다. 델라크루아는 자신이 본 풍경,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인상착의 그리고 색감까지도 꼼꼼하게 남겼다. 

 

 

1832년 델라크루아는 6개월 동안 모로코에 머물며 전통적인 이슬람 문명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그는 연례 행사로 열리는 아이싸우아 (Aïssaoua) 행진을 관람하게 되었는데, 광란의 몸짓으로 무아지경에 이르는 신도들의 몸짓을 보게 되었다. 처음 본 이들의 몸짓과 괴성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는 이 순간을 매우 인상적으로 보았고 고국으로 돌아온 5년 뒤에 <탕헤르의 광신도들>을 완성했다. 그의 잔상에 남은 사람들의 역동적인 춤사위와 열렬한 분위기는 과감한 구도와 강한 색감 대비로 그 당시의 분위기를 재연했다. 

 


<사르나다팔루스의 죽음>은 더 과감하고 격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르다나팔루스는 아시리아의 마지막 왕이며 그림 속 커다란 붉은 침대에 여유롭게 누워 관망하고 있다. 어떠한 대항 없이 자신의 죽음을 이미 받아들인 것이다. 적들이 그의 방에 쳐들어와 왕이 아끼던 첩, 애마들을 모두 죽이고 보물들을 불사 지른다. 결국 왕도 불에 타 죽게 된다. 델라크루아는 이런 비극적인 장면을 이슬람 문화의 화려한 색감, 패턴들과 역동적으로 꺾이는 인물들의 몸을 표현하며 한편의 드라마 같은 그림으로 되살렸다. 

 


델라크루아는 “회화의 가장 첫번째 가치는 시각의 축제다” 라고 말할 정도로 시각적으로 우리의 감성을 건드리는 즐거운 요소들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같은 시를 낭독해도 그냥 글씨만 읽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감정을 호소하며 온 몸으로 낭독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델라크루아의 작품은 후자다. 델라크루아가 여행을 통해 발전시켜 나간 화려한 색채의 조합과 장식적인 요소들은 사람들에게 동양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과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후 앙리 마티스, 빈센트 반 고흐와 조르쥬 쉐라 같은 근대 미술의 작가들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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