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우리은행에서 6년 동안 회삿돈 614억 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직원과 그의 친동생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6일 오전 우리은행 직원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횡령, 공문서 위조 및 동행사,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이와 공모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동생 B씨도 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이날 함께 송치했다.
오전 8시께 경찰서 건물에서 나온 A씨는 추가로 범행에 가담한 이들이 있는지, 횡령한 돈은 어디에 썼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호송차량에 탑승했다.
뒤이어 나온 B씨 역시 형과 함께 횡령에 가담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서에서 근무했던 A씨는 지난 2012년과 2015년, 201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회삿돈 614억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빼돌린 돈은 과거 우리은행이 주관했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관련 계약금 원금과 이자 등이다. 이란의 가전기업에 돌려줘야 했던 이 자금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송금이 이뤄지지 못해 우리은행이 관리해 왔다.
우리은행은 최근 예치금 반환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횡령 사실을 발견해 경찰에 고소했고, A씨는 지난달 27일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온 뒤 긴급체포됐다.
B씨도 A씨가 자수한 직후 스스로 경찰서를 찾았지만, 공모 등 범죄 가담 여부에 대해서는 일체 진술하지 않고 귀가한 바 있다. 이후 경찰은 A씨 조사 등을 통해 동생이 범행에 공모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B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횡령금 대부분을 고위험 파생상품에 투자했고, 일부는 동생을 통해 뉴질랜드 골프장 사업에 투자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A씨와 B씨는 각각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증거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는 사유로 구속됐다.
경찰은 2일 우리은행 본점과 형·동생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은행 회계장부와 PC 등을 확보하는 한편, 이들의 계좌 등을 추적해 자금흐름을 살피고 있다. 이와 함께 당시 형의 결재라인에 있던 은행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추가 공범이 있는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