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통과되면, 변호인들의 '공소권 남용' 주장이 빗발쳐 수사 과정의 위축과 재판 지연을 피할 수 없을 것라는 검찰 분석이 나왔다. 일선 검사들이 '수사할 수 없는 범죄를 수사했다'는 이유로 입건될 위험을 굳이 무릅쓰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본회의에 상정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를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은 제외됐다.
또 이날 본회의에 상정될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해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만 수사할 수 있다는 규정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안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안이 없고, 송치사건의 검찰 보완수사도 가능해 검찰 내외부에선 "민주당이 얻은 게 별로 없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검찰은 실제 법안이 시행되면 최일선 검사들에게 미칠 제약이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내용이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나 재판을 받을 때 피고인 측에서 검사의 공소권 남용을 주장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공소권 남용'은 범죄 혐의가 없고 증거가 불충분함에도 기소하는 경우를 말한다. 6대 범죄로 검찰 수사권이 제한된 뒤에는 "공수처가 수사할 범죄를 검사가 수사해 기소했다"는 식의 공소권 남용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이 범위가 더 늘어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공직자범죄와 부패범죄의 명확한 구분이 어려운데, 검사들이 이를 넓게 해석하다가 공소권 남용으로 공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삼성에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도록 한 공직자범죄(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지만, 정유라씨가 이용하는 승마용 말과 부대비용 등 73억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부패범죄'와 공통되는 증거관계를 갖고 있었다.
일선 검찰청에서 인지수사를 담당해 온 부장검사는 "횡령 수사를 하다 직권남용 등을 발견할 수 있다"며 "부패범죄 범위를 넓게 해석해 그대로 수사 또는 기소하면, 상대방은 수사권이나 공소권 남용 주장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석 여하에 따라 각 청이나 팀마다 수사 범위가 다를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대통령령으로 부패범죄의 범위를 넓혀 공직자범죄인 직권남용 혐의를 포함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통령령이 법률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다', '위법한 대통령령으로 수사해 기소했으니 공소권 남용'이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이 논리는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로 보완수사를 한정한 조항에도 적용된다. 피의자나 피고인 측에서 경찰이 송치한 사건과 '동일하지 않은' 혐의를 검사가 수사해 기소했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금지된 혐의로 증거를 모았다며 '위법수집증거'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의 공소권 남용 주장으로 진행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해 일선 검사는 공소권 남용으로 실제 입건될 수 있다는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지방 검찰청에서 근무하는 부장검사는 "표현이 불명확해 앞으로는 동일성을 침해하지 않는 게 뭐냐는 다툼이 생길 것"이라며 "판례가 쌓일 때까지 검사들의 수사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검수완박 입법으로 인한 수사 위축과 재판 지연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 범위를 벗어나는 보완수사는 경찰에 말해 추가로 입건해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공소권 남용이 인정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의견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