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코스피가 2700선 부근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자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증시를 이끌 상승 모멘텀이 부재하면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테마주에만 몰리며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테마주의 경우 대부분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KG스틸, KG스틸우, 메이슨캐피탈, KG케미칼 등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들 종목은 모두 쌍용자동차 인수 테마주로 엮인 종목들이다. KG그룹주의 경우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메이슨캐피탈은 최대주주인 캑터스프라이빗쿼티가 KG그룹 컨소시엄에 참여한다는 이유에서 관련주로 분류됐다.
쌍용차 인수전 경쟁자인 쌍방울 그룹주도 이달 초 고점을 찍은 뒤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긴 했지만, 최근 본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는 소식에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고 있다. 광림은 지난 19일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이후 전날에도 3% 가량 올랐고 쌍방울 역시 상한가 이후 전날 9%대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밖에 나노스 역시 광림 컨소시엄에 빠지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재차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제당, 대한제당우, 이지홀딩스, 이지바이오, 현대사료, 한일사료 대주산업, 남해화학 등 사료·비료 관련주들도 최근 52주 신고가를 다시 쓰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로 옥수수와 밀 등 주요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원재료 가격 인상분이 판가에 전이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이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대한제당우는 지난 18~19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대한제당은 18일 상한가를 찍은 뒤 19일 20%대 급등세를 나타냈다. 앞서 '7연상'을 찍으며 주가가 1만원대에서 11만원대로 뛴 현대사료 역시 숨고르기 이후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며 현재 17만원대까지 치솟고 있다.
테마주가 시장의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선거 등 정치적 이벤트가 다가오면 정치 테마주가 시장의 관심을 받고, 북한과 지정학적 이슈가 불거지면 방산주와 남북경협주의 주가가 서로 엇갈리곤 한다. 이밖에도 지진 테마주, 장마 테마주, 오징어 게임 테마주 등 시장에는 다양한 테마주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테마주가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는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이달 한때 6만6100원까지 밀리며 신저가를 썼고, 코스피는 넉달째 2700선에 갇히면서 답답한 상태다.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 마저 2년여 만에 최저수준으로 쪼그라들며 시장은 활기를 잃고 있다. 변동성이 큰 테마주에 대한 수급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테마주에 무작정 올라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급에 기댄 주가 상승은 결국 수급이 빠지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테마주를 투자할 때 기업가치가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을 안고 투자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단타 성향의 투자가 대부분"이라며 "결국 재료가 소멸되면 수급은 약해질 것이고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하락분은 고스란히 일부 개인투자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