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전국 장기요양기관 중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공립시설의 비중을 확대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20일 "전체 장기요양기관 중 국·공립기관이 차지해야 하는 목표 비율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이행계획을 수립하라"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체 장기요양기관 2만5384개 중 민간기관이 2만5140개에 달하는 반면, 국·공립기관은 244개로 1% 미만에 불과했다.
민간기관은 국가 재정에 의존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를 위해 비용 절감에 나서려는 경향이 있어, 민간 주도의 노인돌봄체계는 장기요양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돌봄 공백 등 여러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인권위는 "양질의 서비스를 담보할 수 있는 공공인프라를 확충하고 이를 통해 국가 주도의 공적 노인돌봄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요양보호사의 공적 성격과 책임을 고려한 합리적 임금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표준임금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관련 규정을 정비하라고도 인권위는 권고했다.
장기요양기관에 근무하는 노인돌봄노동자 약 50만명 가운데 요양보호사는 90%인 45만명 수준이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시간제 계약직이고 월평균 근무시간은 108.5시간, 평균임금은 114만원이다. 역시 인건비를 줄이려는 민간기관의 속성이 노인돌봄노동자의 저임금 문제로 귀결됐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재가요양보호사들이 폭언·폭행·성희롱 등 인권침해 위협에 노출돼 있어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도 복지부 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재가요양보호사 56명 가운데 17명(29.6%)은 고객으로부터 신체적 폭력을, 24명(42.6%)은 성희롱, 5명(9.3%)은 성폭행, 1명(1.9%)은 무기를 사용한 위협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인권위는 정부에 재가요양보호사를 인권침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급할 것, 2인 1조로 근무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인력 등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 위협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고객응대업무 매뉴얼을 제작해 장기요양기관에 배포하고 교육시킬 것 등을 요구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