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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한국현대미술의 DNA,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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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DNA:한국미술 어제와 오늘>
10월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서 개최
근현대미술과 문화재 관계 고찰로 한국美 재조명
이중섭 도상봉 박영선 등 이건희컬렉션 4점 출품

 

한국미술의 DNA는 무엇일까. 고미술과 현대미술에는 동일한 유전자가 숨어 있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이 궁금하다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10월 10일까지 열리는 <DNA:한국미술 어제와 오늘>전을 추천한다. 국보와 보물 등 문화재 35점과 현대미술 130여점, 자료 80여점을 한데 모은 귀한 전시다.

 

청자상감포도동자무늬주전자와 이중섭의 은지화, 분청사기인화문병과 김환기의 ‘점화’, 백남준의 글로벌그루브, 신라금관 등 다양한 담론과 해석이 선보이는 전시다. 또 이중섭 은지화와 도상봉의 정물, 박영선의 소와 소녀 등 4점은 그동안 이슈로 떠올랐던 이건희컬렉션이다.

 

이번 전시도록 발간에만도 전통 미술과 근현대미술 연구자 44명이 참여하며 심혈을 기울였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로비에 들어서면 서있는 남자 누드의 어깨 위로 각자의 어깨 위에 쪼그리고 올라서 아랫사람의 눈을 가린 숫자를 헤아릴 수 없는 인간군상 조형물을 만나게 된다.

 

지난해 11월 부친 서세옥씨를 여읜 서도호 작가의 2009년작 ‘카르마(Karma)’ 작품이다. ‘업보’로 해석되는데 마치 인간의 척추뼈 같기도 한 모양새가 조상에서 후손으로 내려오는 유전자를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전시는 한국 문화재와 근현대 미술을 한자리에 모아 한국의 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한국의 미(美)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시공을 초월한 한국의 미 DNA를 찾는 노력을 보여준다.

 

특히 근대의 미학자인 고유섭, 최순우, 김용준 등의 한국미론을 통해 한국의 대표 문화재 10점을 선정하고, 전통이 한국 근현대 미술에 미친 영향과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전시는 동아시아 미학의 핵심이자 근현대 미술가들의 전통 인식에 이정표 역할을 해온 네 가지 키워드, ‘성(聖, Sacred and Ideal)’, ‘아(雅, Elegant and Simple)’, ‘속(俗, Decorative and Worldly)’, ‘화(和, Dynamic and Hybrid)’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고구려 고분벽화와 ‘박물관’ &

 

한국회화사의 첫페이지를 장식하는 회화를 꼽으라면 고구려 고분벽화가 꼽히곤 한다. 고구려 고분벽화 중에서도 강서대묘는 고구려의 기상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이응로(1904-1989)는 생전에 ‘현무도(玄武圖)’를 동양화의 현대성 추구를 위한 ‘반추상’의 사례로 꼽았다. 보리밭 속 누드를 많이 그려온 이숙자(1942-)는 1999년 강서대묘 사신도를 모사한 ‘청룡도(靑龍圖)'를 그렸다. 본인의 보리밭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풀을 하단에 넣고 채색과 묘사를 더한 색다른 작품이다.

 

권진규(1922-1973)는 고분벽화에 보이는 여러 모티프들을 활용해 다양한 작품을 창작했다. 박노수의 '수렵도'도 고분벽화에 표현된 수렵도를 연상시킨다. 특히 달리는 말 위에서 상체를 뒤로 돌려 활을 쏘는 파르티안 사법(射法)은 무용총과 덕흥리 고분의 수렵 장면에 등장하는 사냥 방법이다.

 

박물관은 한국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간이자 전통 계승의 요람으로서 전시된 유물들은 많다. 박생광의 '창'에 보이는 띠살문 아래 마루에 놓여있는 와전은 실제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통일신라 시대 녹유귀면와와 유사한 모습이다. 박물관 스케치 여행을 통해 그는 '단청스케치'나 '유물', '박산향로', '불상' 등을 남겼는데, 훗날 그가 강한 오방색으로 민족적 색채를 구현하려 한 작품들은 전통 문화에서 얻은 영감과 많은 연구와 준비 끝에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통일신라 석굴암 &

 

동양 최고의 예술로 8세기 중반 통일신라의 국제적 불교 지향 산물로 꼽히는 석굴암과 사실적 조각의 정점을 찍은 석굴암의 본존불(本尊佛)은 현대 조각가들에게 큰 예술적 영감을 주었다. 우수한 신체 비례와 해부학적 특징이 반영된 세부, 자연스럽고 힘이 넘치는 옷 주름, 조각 전반의 빼어난 입체감, 엄정하고 조화로운 얼굴 등 조각에서 이상적 사실주의의 전형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본 전시에서는 작가의 주관적 관점과 표현 의지가 선명하게 보이는 ’문화재 사진‘에도 주목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진들에 대해 ’과연 문화재 사진일까, 문화재를 찍은 예술사진일까‘라는 질문도 던진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재원 초대 관장 시절 박물관의 유물 사진을 전담 촬영했던 이건중(1916-1979)의 문화재 사진과 석굴암 사진가로 불리는 문화재 전문 사진가 한석홍(1940-2015)의 사진은 그 자체로 작품이다. 사라져가는 우리의 문화를 필름에 담아 오래 간직하고 싶었던 이들의 사진은 유물, 유적을 입체적이고 신비롭게 렌즈에 담아냄으로써 현장에서 직접 유물, 유적을 보기 힘든 관람객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전시장에서 석굴암을 바라보는 김복진(1901-1940)의 '미륵불(彌勒佛)' 역시 석굴암 본존불의 예와 같은 통일신라 불상을 범본으로 제작된 것으로 이 역시 전시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띤다. 이는 불상을 서양 조각을 전공한 조각가가 조상하였다는 점에서 근대 미술과 전통이 접속한 긍정적인 사례이다.

 

청자와 분청사기 &

 

고려청자는 공예품으로서의 기능, 조화와 비례가 뛰어난 기형, 아름다운 색상 등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이중섭의 ‘봄의 아동’(1952-53)은 청자상감 포도동자문 주전자에 보이는 동자들의 문양과 구도, 윤곽선 등에서 유사성을 보인다. 또 김환기(1913-1974)의 점화(點畵)는 분청사기 인화문 병 표면의 인화문처럼 공통적인 구형의 반복을 통한 시각적 리듬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분청사기와 추상회화가 약 500년의 시대를 뛰어넘어 무수한 점들로 이루어진 정연함 속에서도 변화와 역동성이라는 조형적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것이다.

 

 

 

 

 

 

 

 

 

 

 

 

한편 민경갑(1933-2018)은 일월오봉도를 단순, 변형화시키고 여기에 추상성을 첨가하여 '얼 95-2'와 같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 일월오봉도에서 볼 수 있는 색감과 조형성은 뜻밖에 유영국(1916-2002)에게서도 발견된다.

 

추사 김정희와 문인화 &

 

김정희로 대표되는 조선 시대 문인화는 1930년대 문장 그룹의 ‘전통론’은 물론, 해방 이후 수묵채색화단이 문인화를 지향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한용운(1879-1944)은 1916년 12월 ‘매일신보’에 ‘고서화(古書畵)의 삼일(三日)’이라는 칼럼을 5일 동안 연재한 바 있다. 이 칼럼에서 1910년대 오세창(1864-1953)에 의한 일련의 저술, ‘근역서휘(槿域書彙)’와 ‘근역화휘(槿域畵彙)’, ‘근역서화사(槿域書畵史)’이 미술사적 인식, 곧 ‘전통’ 정립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조선 백자 달항아리 &

 

조선 시대 도자 문화의 중심이었던 백자는 1970~1980년대 한국의 단색화 열풍과 백색담론으로 계승된다. 전통의 계승과 재해석은 백자 달항아리가 으뜸이라 할만하다. ‘달항아리’라는 명칭도 김환기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2011년부터 문화재청 또한 백자대호(白磁大壺) 대신 ‘백자 달항아리’라는 이름을 국가 지정문화재의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도상봉(1902-1977)이 작품을 그리는 데 실제로 참조한 도자기들이 최초로 공개되어 실물의 회화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겸재 정선과 진경산수 

 

조선 후기를 풍미한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도 20세기 회화에서 주요한 창작의 원천이었다.

많은 화가들이 정선과 그의 금강산 그림들을 의식하며 실경산수화를 그렸다. 1980년대 이른바 수묵화운동의 범주에 있었던 화가들이 ‘진경’을 내세우며 도시 풍경화를 그리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80년대 수묵화 운동의 일원인 이철량(1952- )은 '도시 새벽'에서 아파트를 마치 금강산 1만2천 봉우리처럼 묘사해 진경을 실현코자 하였다.

 

 

단원 김홍도와 풍속화 

 

18세기 조선의 대표화가이자 풍속화가였던 김홍도는 활달한 붓질로 대상의 외모와 동세의 핵심을 포착하고 해학성을 더했다. 스승 강세황 마저 제자 김홍도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종상의 1963년 작 '장비(裝備)'는 당대의 현실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김홍도의 풍속화에 가장 근접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혜원 신윤복과 미인도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는 1957년 전후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기획된 첫 해외 전시를 통해 처음 세상에 공개됐다. 불과 60년밖에 되지 않았다. 간송 전형필이 신윤복의 '미인도'를 구입해 전승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속화(俗畫)로 구분되던 '미인도'는 1960년대 이후 생성된 한국미 담론 속에서 전통적인 한국 여성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1980년대 미술사 연구의 본격화와 함께 ‘조선의 미인도 가운데 최고의 걸작’, ‘전통적인 한국의 미인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미인도’와 함께 전시된 천경자의 '탱고가 흐르는 황혼'은 현대 여성 작가들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 제도에 의해 억압되고 왜곡됐던 여성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이다.

 

 

민화 & 88서울올림픽 호돌이

 

까치호랑이, 책거리, 십장생, 문자도 등을 그린 민화는 구한말에 등장해 20세기 초까지 민간에서 그려진 그림을 일컫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민화 가운데 일상 속에서 활발하게 응용되고 활용된 까치호랑이 그림과 문자도가 20세기 미술에 미친 영향에 주목했다.

호랑이는 한국인의 정서 속에 신령스럽고 친화적인 동물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까치호랑이는 조자용이 인사동 인근에서 수집한 것으로 훗날 디자이너 김현에 의해 88서울올림픽의 ‘호돌이’ 마스코트로 디자인되었다.

 

 

불화 & 

 

승려 일섭은 화승으로서 불교회화의 예술성을 끌어올리려 노력한 인물이다. 1951년 제작된 일섭의 '제존집회도'에는 석가모니불과 포대화상, 관음과 지장보살 등 불교의 호법신들 외에 아기 예수를 안은 마리아ㆍ공자ㆍ마호메트 알리ㆍ예수 등 동서양 성인들이 구름을 타고 모여드는 장면을 묘사했다.

 

오윤의 '마케팅-지옥도' 연작은 불화의 형식을 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과 결합시켜 소비를 강조하는 산업 사회를 비판한다. 권진규의 '불상'은 7세기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상과 원주 출토 고려 시대 철불좌상을 모델로 한다. 마주하고 있는 권진규의 또 다른 작품 '그리스도 십자가'는 교회의 의뢰로 제작했다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모습이 너무나도 비통한 탓인지 거부된 작품이다.

 

 

달라진 한국미술의 시대성 

 

변모하는 한국미술의 달라진 시대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 작가로 백남준(1932-2006)이다. '반야심경'이 문짝에 새겨진 서구의 문명 텔레비전 수납장 안에 브라운관을 빼내고 동양사상의 결정체인 불상을 넣어 감상자로 하여금 이를 마주하게 함으로써 드러난다.

 

이수경은 '달빛왕관_신라금관 그림자'(2021)를 통해 신라금관을 오마주한 공예품을 창작했다. 황금의 나라라 지칭되었던 신라 금속 공예의 기술, 모계사회로서의 국가적 성격, 고대 미술의 신화성을 현대의 미감, 시각과 융합적 관점으로 풀어냈다.

 

 

조덕현의 '오마주 2021-Ⅱ'는 약 100년 전 과거 한국인들의 모습을 가로 830cm, 높이 350cm의 거대 화면에 재구성한 그림이다. 한국미라는 개념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김재원, 오세창, 전형필, 고유섭, 최순우, 진홍섭, 황수영, 김원용, 최완수 등을 비롯해 한석홍, 나혜석, 윤이상, 백남준 등의 예술가들까지 이미 사라진 수백 명의 실존 인물들을 소환해 삶의 진실을 묻는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한국의 전통과 현대는 유구하게 지속되는 삶 속에 형형하게 살아 있다. 마치 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의 어머니의 DNA가 까마득한 자손들에게서 반짝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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