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정부는 2017년 7월20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갖고 정규직 전환 기준 및 방법, 무기계약직 처우개선 방안 등을 담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의결했다. 이로부터 약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무기 계약직 전환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처우개선은 어느 정도 진척됐을까. 향후 과제도 짚어본다.
“정규직 전환 속도 느려”
계획에 따르면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국공립 교육기관 등 852개 기관은 1단계로 추진한다. 2단계 대상은 지자체 출연·출자기관,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이다. 상시·지속업무 종사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되 제한적으로 예외를 인정한다.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밀접한 업무는 해당 기관이 직접 고용하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기간제 노동자의 전환시키는 2017년말까지, 파견용역은 ‘계약기간 종료 시점이다. 차별 해소와 처우개선을 위해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공무직, 상담직 등 기관별로 적합한 명칭으로 변경한다. 전환에 따라 절감되는 용역업체 이윤과 일반관리비,부가가치세 등의 재원은 반드시 전환자의 처우개선에 활용하도록 했다.
지난 7월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1년을 말한다”라는 토론회에서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축사를 통해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전환을 공언한 지 1년하고 2개월이 지났지만 전환규모와 속도는 여전히 더디고 이른바 ‘중규직’(무기 계약직)화, 자회사 설립 등 직고용을 회피한 형태의 방식들이 도입 또는 검토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비해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공공연대노동조합의 이성일 위원장은 사례를 들어가며 보다 구체적으로 차별받는 실태를 꼬집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이미 있던 공무직군에서 호봉제와 가족수당, 성과급을 받다가 공무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은 동일 노동 또는 동일가치 노동을 하는데도 ‘전환 공무직’이라는 굴레 때문에 호봉제가 없는 직무급과 명절상여금 80만원, 급식비 13만원, 복지 포인트 40만원 이외는 아무 것도 없다. 공무직이 없던 공공기관은 공무직 인건비 예산이 남더라도 불용처리를 할지언정 공무직에게는 가족수당이나 연말성과급 등을 전혀 지급하자 않는다. 더구나 호봉제를 적용받는 공무직들은 공무원과 달리 호봉승급분에 따른 인건비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호봉승급에 추가된 예산을 쓰고 나면 공무원 임금인상률이 3.5%라고 해도 실제 1.2%에 그친다..
무기 계약직, 승진체계 대다수 없어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발표 1년의 현황과 과제’라는 기조발제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20.5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문별로 정규직 전환인원을 살펴보면 공공기관이 96,030명으로 전체 전환규모의 55% 차지한다. 전환비율도 71.2% 가장 높다. 노동부는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의 전환 비중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있어 중요하게 대두되는 문제를 ‘무기 계약직에 대한 미미한 대책’으로 봤다. 기간제와 간접고용에 대한 정규직 전환계획과는 달리 무기 계약직에 대한 정부 정책은 별 다른 것이 없어서 대비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무기 계약직은 ‘적합한 명칭을 부여하고 승급체계 마련 등 체계적인 인사관리를 강화하고, 복리후생적 금품은 불합리한 차별 없이 지급해야한다. 하지만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문제’나 ‘임금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상황에 따라 ‘정규직과의 차별을 구조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남 위원은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은 공공부문의 고용관행을 상당히 개선시킬 것”이라며 “기간제가 크게 줄어들고, 간접고용 역시 원청기관 또는 자회사로 직접 고용됨으로써 주기적으로 겪어왔던 고용불안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노동조합 가입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남 위원에 따르면, 문제는 ‘진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인원이 매우 작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무기 계약직이 ‘중규직’이라는 논란을 피해가려면 정규직과의 임금격차 해소, 직제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동연구원이 157개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기 계약직을 위한 승진체계가 따로 존재하는 기관은 전체의 15.4%에 불과했고 무기 계약직에게 직급을 부여하는 기관도 35.8%에 그쳤다.
전환 완료 후 무기 계약직 인원을 정규직 정원과 같은 개념의 무기 계약직 ‘정원’으로 관리하고 무기 계약직 인건비도 총인건비에 포함해 임금인상률이 결정하는 것은 기 계약직이 공공기관의 일반적인 고용형태로 자리 잡게 됨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무기 계약직에게 승진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직급을 부여하지 않는 기관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것은 고용관계의 안정성이나 조직성과 향상 측면에서 문제가 적지않다는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부문 무기 계약직 중 동일 직무를 수행하는 정규직이 존재한다는 응답이 2008년 조사에서 65%, 2017년 조사에서 59% 나왔다. 비록 주관적 인식이 반영된 조사이긴 하지만 상당수의 무기 계약직이 정규직과 동종유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규직 전환 이후의 임금체계는 전문가 자문 및 노사 협의 등을 거쳐 마련하되, 직종별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취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설계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취지는 기존 무기 계약직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동일임금 적용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직제 통합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규직과 무기 계약직 간의 임금격차를 단계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하후상박이란 임금인상률 적용을 공식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해당 기관에 맡겨 놓아 동일 재원을 두고 노노갈등을 겪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처우개선의 핵심은 ‘예산 반영’
이영훈 공공연대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중앙행정기관 사례를 통해 바라본 정규직전환후의 실태와 개선방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 자회사 및 직무급제 강요 △ 눈속임 △ 이름뿐인 공무직 문제였다.
‘이름뿐인 공무직’ 문제란 ‘말로만 공무직일뿐 실제로는 전환 전 비정규직과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점을 의미한다. 정규직화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과 여전한 복리후생 차별은 물론 열악한 근로환경도 변한 것이 없다고 호소한다. 이 부위원장은 “현장의 목소리는 기존의 공무원이나 정규직 직원과 똑 같은 임금과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며 “껍데기만 정규직이고 실제로는 기존 비정규직에 비해 나아질 것이 없거나 오히려 더 열악해진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차적인 개선방안을 명확히 해야 하며 실질적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반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한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가장 큰 핵심은 저임금 고착화 및 낙후된 복리후생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통한 19년 예산확보방안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가 도입하는 직무급제 도입을 철회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47개 중앙행정기관의 호봉제 실시를 비롯한 인건비 기준 및 복리후생제도 등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 등 각 행정기관에 소속된 고객상담센터 상담원과 지자체 소속 생활폐기물 민간위탁 사업장 등 3단계 전환대상을 2단계 계획에 일괄적으로 포함시켜 올해까지 정규직 전환 조치들을 완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