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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반도체산업, 방진복 만능 아니다”... 화학물질 위험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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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승인률 93%, 질병 승인은 50%… 피해는 근로자 몫?


[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반도체 산업 근로자들의 아픈 사연들이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지만 그 결말은 좀처럼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근무 중 각종 화학물질에 노출되면서 발병됐다는 치명적인 백혈병, 림프종, 유방암, 뇌종양 등의 질병과 첨단산업 반도체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반도체 산업의 최전선에서 일하다가 각종 질병을 얻게 됐거나 죽음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 지킴이)이라는 단체다. ‘직무와 관련해 얻은 질병과 죽음에 따른 보상 받기가 쉽지 않다’는 이들과 ‘산재신청 승인률 93%’라는 근로복지공단 및 ‘근로자들의 재해보상 대책은 충분히 하고 있다’는 반도체 회사의 서로 다른 입장을 조명했다. 국가기관, 반도체 회사 및 시민단체 사이의 접점은 없을까.


세계 1위를 일궈낸 국내 반도체 산업의 이면에 직무 관련 질병과 죽음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올림’이라는 단체다.


<시사뉴스>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농성장을 꾸리고 600일 넘게 시위하고 있는 ‘반올림’이라는 단체를 찾아 반도체 산업의 이면 얘기를 들었다.


‘백혈병, 림프종, 유방암, 뇌종양’과 ‘산재신청 승인률 93%’의 간극
대기업 반도체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반올림의 전성호씨는 개념 정립에 대한 얘기로부터 말문을 열었다.




“산재와 직무관련 질병은 다르다”며 “산재는 그야말로 일순간에 일어난 사고이고, 직무관련 질병과 죽음은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서 누적적으로 일어난 재해”라고 했다. 이어서 그는 “산재는 대부분 목격자들이 있고, 명확히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이므로 보상처리도 잘되는 편”이라며 “그러나 직무관련 질병은 직무관련성을 입증하기가 쉽지도 않고 심지어는 재직중에 누적된 발병요인이 퇴직 이후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서 보상 받기가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런 얘기를 했다. “모든 것을 피해자들이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 보상받기가 쉽지 않다”며 “현장 엔지니어로 일하던 사람들 중에서 예를 들어 임플란트 공정에서 일했던 엔지니어 같은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화학제품에 의해 어떤 피해를 봤는지 해당 공정을 정확히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산재신청서에 자세히 쓸 수 있다”고 했다.


이어진 그의 얘기는 좀 더 구체적이었다. “그러면 산재처리를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반도체 회사에서 현장 오퍼레이터로 근무했던 여성 노동자의 경우에는, 일은 열심히 했지만 실제로 엔지니어 수준의 반도체 공정 지식은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산재 요청서에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화학제품에 노출돼 발병하게 됐는지를 적어 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만큼 산재처리를 받을 확률이 낮아지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설명한 산재보상 과정은 이랬다. 산재처리를 받으려면 산재 요청서를 피해자가 직접 작성해야 하고 거기에 적시된 사항을 중심으로 보상처리가 이뤄진다는 것.


물론, 이런 기초서류를 토대로 근로복지공단이 산업보건연구원이라는 기관에 역학조사를 의뢰하고 그에 따라 산업보건연구원은 현장 실사에 임하지만 산업보건연구원 직원들 자체도 반도체 전문가들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조사 시에는 일반적으로 해당 회사 사업장은 모든 조건을 완벽히 준비해놓고 실사를 받게 되므로 산재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으로 올라가는 보고서는 이런 상태에서 보고서가 꾸며지기 십상이므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처리가 미흡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산업보건연구원은 소속 연구원 대비 처리해야할 사건의 수가 너무 과다해서 이런 상태로는 산재신청을 해도 제대로 역학조사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산업보건연구원 직업건강 연구실의 총괄 책임자인 김은아 실장도 “인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항상 받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기관마다 인원이 충분한 곳은 별로 없지 않느냐”면서 “역학조사부 같은 곳은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전문 인력이 항상 충분하게 공급되고 있지는 못하다”고 했다.


역학조사를 위한 기업 현장 실사에 대해서는 반올림 측의 주장과 산업보건연구원 책임자의 현황설명이 달랐다.


반올림 측은, 산업보건연구원이 근로복지공단의 의뢰를 받아 현장실사 후 보고서를 근로복지공단으로 넘겨주는 기관으로 단순하게 이해하며 반도체 전문가들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산업보건연구원의 김 실장은 “역학조사를 할 때는 역학조사계획이 수립된 후, 역학조사 평가위원회에서 그 계획이 적절한지 심사하는 과정을 거쳐 어떤 분들이 현장실사에 참여해야 할지가 정해지고 그에 따라 팀을 구성해서 사업장 실사에 나서게 된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현장실사에 어떤 인력이 몇 명이 참여하게 될지는 사안에 따라 다르므로 일괄적으로 정해지지는 않는다”며 “대부분 산업의학 전문가가 있어야 하고 산업위생 전문가가 있어야 된다”고 설명했다. 역학조사 현장실사의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곳은 역학조사 평가위원회이고, 역학조사 현장실사를 할 때는 산업 현장 특성에 적합한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해 사안별로 대처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사완료 이후에 보고서를 꾸며서 근로복지공단으로 넘겨주느냐는 본 기자의 질문엔 “그렇게 심플하게 가지는 않는다”며 “조사한 팩트만 가지고 역학조사 평가위원회에 올리게 되고 그러면 역학조사 평가위원회에서 환경적인 부분과 의학적인 부분에 대해 보완조사를 지시하면 그렇게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마무리해서 평가위원회에서 결정이 난 다음에 근로복지공단으로 송부하게 돼있다”고 덧붙였다.


근로복지공단 재해기준부 이철 부장은 “재해자들이 발병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근로복지공단이 산업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보내서 그 결과 인과관계를 어느 정도 판단해서 조치하고 있다”며 “호흡기 질환 같은 경우에는 폐질환 연구소로 보내서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해자들이 직접적으로 스스로 자신이 걸린 질병과 자신이 담당했던 업무와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것의 어려움까지 근로복지공단이 감안해서 일처리를 하고있다는 설명이다.


이어서 그는 “1년에 10만건의 산재신청이 발생되는데 승인률 자체가 93%정도 된다. 그중에서 1만여 건 정도가 업무상 질병으로 들어오는데 업무상 질병은 50% 정도의 승인률을 보이고 있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일부 화학물질은 노출기준 이상 검출됐다”
삼성 반도체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직접적으로 화학물질이라든지 이런 것들에 노출되지 않는다”며 “가스통을 교체하거나 처리를 담당할 때는 거기에 적합한 보호장구를 착용을 하고 처리하기 때문에 그런 것에서 노출이 되거나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반올림 측의 전씨는 “반도체 근로자들이 각종 화학약품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인 것은 사실”이라며 “엔지니어들이 클린룸에서 작업할 때는 인체에서 발생하는 땀이 클린룸 바닥에 떨어지면 그 자체가 파티클(불순물)로 작용해서 수율(이론량에 대해 실제로 얻게되는 양의 비율)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그래서 땀이 체외로 배출되지 않게 하는 방진복을 입고 작업을 하는데, 엔지니어들이 작업 시 답답한 것은 물론”이라면서 “방진복도 역시 섬유제품이므로 액체 화학약품이 방진복에 흡수될 경우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밝혔다.




전씨는 또 “반도체 산업 종사자들이 그런 작업 환경에서 근무하다 보니 백혈병, 림프종, 유방암, 뇌종양 등에 걸렸다”며 “작업자들이 스스로 위험하면 위험하다고 말해야 하는데, 직장 분위기상 무언의 압박감 때문에 그런 말을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반도체 작업자들이 상시적으로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채 작업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실제로 반도체 업체의 작업환경을 학술적으로 분석한 자료가 있다. 산업보건연구원에서 나온 ‘반도체 제조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작업환경 및 유해요인 노출특성 연구’ (박승현외 10명, 2011년)에 따르면, “웨이퍼 가공라인에서는 확산, 포토, 식각, 이온주입 공정 등에서 아르신(삼수소화비소), 포스핀, 실란 등의 유해가스를 포함하여 수십 여종의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웨이퍼를 가공하고 있었으며,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물질은 아니지만 포토공정에서는 벤젠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었으며, 이온주입공정에서는 비소 및 그 무기화합물이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었다.


반도체 조립라인에서는 칩 접착, 몰드공정 등에서 접착제, 칩 몰딩용 수지 등 제품화된 형태의 복합물질을 주로 사용하고 있었고, 복합물질을 이루는 구성성분에는 고분자량 수지, 폴리머 등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씌여있다.


특히 “작업시의 아르신(삼수소화비소), 비소 및 그 무기화합물에 대한 노출 농도를 평가해 본 결과 아르신의 경우 8시간 시간가중평균농도가 가장 높았던 것은 최고 3.23ppb로 노출기준(5ppb) 미만이었지만, 작업시간 동안은 단기간에 고농도에 노출될 수 있었다. 한편 비소 및 그 무기화합물의 경우는 최고 0.0613mg/㎥이 검출된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이온주입장비의 PM 작업은 발암물질인 비소 및 그 무기화합물의 노출기준(0.01mg/㎥)을 초과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반도체 조립라인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포름알데히드, 에탄올아민 제외)에 대한 노출농도 평가결과 아세톤, 벤젠, 톨루엔, 2-부톡시에탄올, n-헥산, 사이클로헥사논, 테트라클로로에틸렌 등 10여종의 유기용제가 정량 가능한 농도 이상으로 검출되었다”고 적시됐다.


작업 시 유해가스와 수십 여종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고, 이 중의 일부 화학물질은 노출기준을 초과하고 있다는 얘기다.


클린룸의 환경과 관련해선 “반도체 사업장은 입자상 물질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생산 활동이 클린룸 설비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고 공기를 재순환하는 클린룸 설비의 특성상 생산과정에서 발생하여 국소환기장치를 통해 배출되지 않은 유해물질은 공정내로 재유입될 수 있었으며 인근 작업공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논문은 결론으로 “이온주입장비의 유지보수(PM) 작업은 비소, 아르신 등에 단기간에 고농도로 노출될 수 있는 작업이었으며, 포토공정에서는 벤젠 등 방향족 물질 등이 부산물로 발생 가능하였고, 몰드공정에서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이 부산물로 발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 이온주입장비의 경우는 전리방사선 표면선량률이 미국 에너지부 규제기준(10 CFR 835)인 5μ㏜/h를 초과하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이들 유해요인에 노출될 수 있는 작업에 대해서는 주의 깊은 관리가 필요했다”라고 끝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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