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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처럼 굳은 부조리를 깨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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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와 정만으로 22년간 돌산을 부순 사나이의 집념 ‘마운틴맨’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오로지 망치와 정 하나로 돌산을 깎아 길을 만들어낸 한 남자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돌산으로 비유되는 거대한 신에 맞선 한 남자의 분노와 집념이 22년 후 모든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는 길 하나를 만들어 낸다.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신에 대한 분노로, 그리고 고행 후 보편적인 사랑으로 승화된다.


모두가 운명을 원망할 때, 운명과 싸우다


인도 북동부의 오지 마을 게흘로르, 앞산을 통과하면 겨우 6㎞에 불과하지만 거대하고 험한 돌산에 막혀서 차로 가려면 산을 돌아 60㎞를 가야 하는 깡촌이다. 학교나 병원에 가려면 산을 돌아 먼 길을 돌아가야 했지만, 하층민들의 마을이었기에 그런 불편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쏟는 이가 없다.


이곳에서 다스라스 만지히는 예쁜 동네 아가씨 파구니아와 가난하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 파구니아가 험한 돌산을 넘어가다 굴러 떨어지고, 이미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숨을 거둔 상태다. 돌산만 없었으면 병원에 일찍 도착해서 아내를 살릴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 만지히는 산을 부셔 스스로 길을 내겠다고 결심한다.


1960년부터 1982년까지 22년간 만지히는 하루도 빠짐없이 망치와 정을 들고 돌산에 올랐다. 마침내 마을에서 읍내까지의 길이 뚫리게 된다. 돌산을 깨는 작업이 끝난 후에도 그는 관청에 민원을 넣어 끈질기게 포장도로의 건설을 요구한다. 그러나 도로가 완성된 것은 만지히가 죽고 난 이후였다. 73세에 그는 암 투병을 하다 죽음을 맞는다.


만지히가 죽고 난 후에도 그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존경은 식지 않았다. 그가 살던 마을은 ‘다스라스 마을’로 불리게 되고, 아직도 병원에 가려면 7km를 걸어야 하는 마을 주민들을 위해 ‘다스라스 만지히 병원’이 지어질 예정이다. 모든 것이 만지히에 대한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며 시작된 일이다. 어느덧 그는 마을의 영웅을 넘어 전 인도인의 마음에 영웅으로 자리잡게 됐다.


노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이 영화는 일반적인 ‘발리우드’ 영화 공식에서 벗어나 진솔한 리얼리티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평소 인도영화라면 현란한 춤과 노래,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을 떠올리는 관객들에게 새롭다. 한편,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세 얼간이’, ‘굿모닝 맨하탄’ 등에서 보여져온 인도 특유의 풍자와 해학 등의 정서도 녹아있어 기존 인도영화와 맥을 함께하는 부분도 있다.


영화의 실화 스토리는 1963년 신상옥 감독의 수작 ‘쌀’을 떠올리게 한다. 마찬가지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쌀’은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단순 손도구로 산에 굴을 뚫는 내용이다. 자연과 운명에 맞선 불굴의 의지를 감동적으로 표현한 점은 두 영화가 상통하지만, ‘쌀’은 3공 정권을 옹호하는 수단으로 만들어진 만큼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고 ‘잘 살아보자’는 ‘새마을 정신’을 고취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쌀’의 망치질은 궁극적으로 가난을 극복하고 ‘쌀’이란 원초적 욕망을 실현시키고자하는 의지인 반면, ‘마운틴맨’은 보다 비물질적이며 이타적이다. 영화는 카스트 밖의 존재들이 느끼는 분노와 운명이란 이름의 돌처럼 굳은 기득권 시스템을 비판하고 극복하는 내용이다.


만지히는 아내가 죽고 돌산을 주먹으로 치며 “너를 철저히 파괴하겠어”라며 울부짖는다. ‘산’은 인도의 비인간적 신분제와 사회시스템의 부조리, 냉혹한 운명과 자연, 신 등 여러 가지 상징성을 가진다.


주인공 만지히와 그의 아내 파구니아는 카스트 밖의 존재인 불가촉천민 출신으로 정확하게는 쥐를 잡아먹고 살았다고 하는 농노계급인 무사하르다. 마을은 지주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어린 만지히는 노예와 같은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큰 도시로 도망친다. 성인이 된 주인공이 마을에 귀향했을 때, 불가촉천민법의 폐지를 축하하는 마을 사람들의 춤과 노래가 펼쳐지고, 그 아수라장 속에서 아내 파구니아를 만나게 된다.


신분제가 끝나도 존재하는 계급


하지만 역사의 아이러니는 전근대 시대의 지주계급이 근대의 제도 속에서 마을 이장으로, 무슨 무슨 위원장으로, 국회의원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여전히 지배자로 군림한다는 것이다. 영화 ‘마운틴맨’은 주인공의 삶 속에서 이 같은 부조리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만지히가 22년간 산을 부숴 길을 만드는 과정에는 무수한 난관과 시련이 존재한다.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 만지히를 이용해서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마을의 유지들, 그를 정치적 선전수단으로만 이용하려는 정치가. 이런 난관을 타계하고자 만지히는 인도의 총리를 만나러 수도 델리로 순례길을 떠난다. 머나먼 길을 노숙하며 걸어가는 장면에서 인도의 자연적 문화적 풍광과 정치적 상황이 노래와 함께 펼쳐진다. 마치 위대한 마하트마 간디의 역사적인 행진을 패러디하듯, 만지히의 순례길에도 영문도 모른 채 만지히를 따라가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인간이 신에게 의지하는 게 아니라, 신이 인간에게 의지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만지히의 마지막 대사는 철학적일 뿐만 아니라, 인도사회의 지배자와 피지배자에 대한 은유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런치박스’로 유명한 나와주딘 시디퀴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그는 아내를 위해 타지마할을 만든 순수한 로맨티스트이자 운명과 싸우고 소외받은 사람들을 구원해낸 성자이기도 한 만지히를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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