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세권 기자]새누리당 내분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이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18일 비대위 구성을 놓고 치킨게임에 돌입했고, 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있는 정진석 원내대표는 충남 공주 자택에 칩거했다.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비박계가 전면 포진한 비대위-혁신위 출범을 '실력 저지'한 친박계는 비대위를 원점에서 재구성하라고 정 원내대표에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비박계는 "인선 번복은 없다"며 전국위를 다시 열어 비대위와 혁신위 모두 원안대로 추인하자고 맞서 있다.
일각에서는 비대위에 친박계 인사를 일부 집어넣는 선에서 절충하는 타협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친박계에선 특정인의 '비대위 퇴출'을 노골적으로 주장하고 있어, 절충안 관철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친박계가 문제삼고 있는 비대위원은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이혜훈 당선인과 김무성 전 대표의 핵심 측근 역할을 한 김영우 의원 등이다. 또 공천 과정에서 김무성 전 대표 측에 섰던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당연직 비대위원)에 대해서도 친박계의 거부감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친박계 20인 성명을 주도했던 김태흠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 “원래 이혜훈 당선자 이 분은 모든 것을 침소봉대해서 자기 입장에서 얘기하는 분”이라며 “완전히 트러블메이커”라고 이 당선인을 원색 비난했다.
그러나 비박계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비대위 인선을 번복하면 아무런 원칙이 (없는 것)”이라며 비대위 원안 통과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또 “혁신위원장도 우리 당선인, 의원총회라든지 총의를 모을 장소가 있다면 거기서 정진석 20대 첫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반려해야 한다”며 김용태 의원의 혁신위도 예정대로 관철시킬 것을 요구했다.
비박계 핵심 인사는 “이혜훈 비대위원을 빼라는 건 지난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 찍어내기처럼 친박 입맛에 안맞는 사람은 솎아내겠다는 것”이라며 “이 비대위원도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겠지만, 나머지 비대위원들도 비대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절충안 타협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문제는 절충안을 접고 비대위를 새로 구성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정 원내대표는 현재 자신의 비대위원장직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고 있지는 않으나, 5·18기념식에 여당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는 등 원내대표직을 계속 수행할 뜻은 분명히하고 있다.
따라서 정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비대위원장으로서 비대위원 인선을 다시 하거나, 비대위원장에서만 사퇴해 외부인사로 비대위원장을 새로 지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답을 내놓더라도 친박과 비박계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양측의 입장이 너무 확고해 타협의 여지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가 돌연 자택 칩거를 선택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당 핵심관계자는 “지금 친박, 비박 모두 이성을 잃고 있는 상황이어서 하루 이틀 최소한의 냉각기가 필요하다”며 “조만간 당내 중진들이 모여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겠나. 지금 상황에서는 정진석 원내대표 '자력'으로 사태를 해결할 능력은 없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만에 하나 이 문제를 또다시 당선인 총회와 같은 중구난방식 집단회의체에서 결정하겠다고 할 경우 아마 계파의 이해관계 지령을 받고 덤벼드는 초 재선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지난 11일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처럼 당내 중진 회의를 통한 결정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