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광윤사,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1~12) 등 롯데그룹의 16개 일본 계열사가 86개 국내 계열사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 총수 일가는 일본의 롯데홀딩스를 정점으로 67개 순환출자 등 복잡한 계열사간 출자 구조를 형성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기업집단 롯데의 해외계열사 소유현황'을 공개했다.
공정위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롯데의 지배구조를 파악한 결과 롯데그룹의 일본 계열사는 36개, 국내 계열사는 86개였다.
롯데의 해외 계열사 중 국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광윤사 ▲롯데홀딩스 ▲패밀리 ▲L투자회사(1~12) ▲LOVEST A.G.(스위스) 등 총 16개로 조사됐다.
이 중 광윤사와 롯데홀딩스가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총수 일가는 광윤사(지분율 89.58%)를 통해 롯데홀딩스(지분율 3.46%)를 지배하고 롯데홀딩스가 L투자회사 등 다른 회사들과 함께 국내 11개 주요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는 형태다.
L투자회사 12개는 롯데홀딩스의 지배 하에 있는 회사로 국내 계열사 중 지주회사 성격을 가진 호텔롯데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이다.
호텔롯데의 지분 중 광윤사가 5.45%, 롯데홀딩스가 19.07%, L투자회사가 72.65%를 보유하는 등 일본 계열사 지분이 99.28%에 달했다.
또 일본 계열사들은 롯데알미늄(57.76%), 롯데물산(68.85%), 부산롯데호텔(99.99%) 등 롯데의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계열사 주식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가 일본 계열사를 통해 국내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어 출자 단계는 최대 24단계에 달했다. 이는 국내 40개 재벌그룹 평균(4.0단계)의 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롯데는 일본과 국내 모두에서 순환출자 등 복잡한 계열사간 출자를 통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는 2개의 상호출자와 4개의 순환출자를 통해 일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었다. 또 롯데쇼핑, 대흥기획, 롯데제과를 축으로 하는 67개의 순환출자를 통해 국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호텔롯데, 롯데알미늄, 롯데물산, 부산롯데호텔이 다른 국내 계열사의 지분을 나눠갖고 그 아래 단계에서 롯데쇼핑-롯데리아-대흥기획-롯데제과-롯데칠성-후지필름 등의 복잡한 순환출자고리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의 일본과 국내 계열사는 모두 상장회사의 비중이 낮은 게 특징이다.
일본의 36개 계열사는 모두 비상장회사고, 국내 86개 계열사 중에서도 상장사는 8개(9.3%)에 불과하다.
특히 국내 계열사 중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알미늄, 롯데물산 등 일본 계열사 출자 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대부분 비상장법인이다.
또 롯데는 다른 기업집단에 비해 총수 일가의 지분율(2.4%)이 낮은 반면 계열사 출자(82.8%)는 높은 편이었다. 롯데가 순환출자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롯데의 소유·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순환출자 해소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곽세붕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지난해 4월 기준으로 416개였던 롯데의 순환출자는 연말까지 80% 이상 해소돼 67개로 줄었지만 아직도 전체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수(94개)에서 롯데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이라며 "롯데가 그동안 소유·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한 만큼 순환출자를 더욱 줄여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롯데가 일본 계열사를 '계열사'가 아닌 '기타주주'로 허위공시한 것에 대해서는 제재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동일인 신격호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 미제출·허위제출, 롯데 소속 11개사의 주식소유현황 허위신고 및 허위공시 등 롯데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사건처리를 진행항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조사를 통해 롯데측이 기존에 제출, 신고 또는 공시한 자료와의 차이가 확인된 부분을 중심으로 조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