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휘하는 3기 경제팀이 14일 본격 출범했다.
유 부총리는 구조개혁, 저성장 극복, 리스크 관리 등 각종 난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방향타를 잡게 됐다. 하지만 새해 경제상황은 3기 경제팀에 우호적이지 않다. 중국의 증시 불안, 위안화 평가절하, 북한의 핵실험, 국제유가 급락 등 돌발 악재들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 위기에 대한 공포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담화에서 이례적으로 "선제적인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당시 겪었던 대량 실업의 아픔과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다시 치를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위기 의식에 따른 것이다.
새 경제팀의 첫번째 과제는 위기 관리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성장 둔화 등 'G2리스크'로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초부터 돌발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증시 불안과 위안화 평가절하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금융 불안과 자금 유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와 기업 부실 문제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실물경제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를 견인하는 일 역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지난해부터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수출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유가 하락은 저물가 현상을 부추겨 내수마저 위축시킬 위험도 있다. 추가경정예산, 개별소비세 인하 등 각종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연초부터 소멸되면서 '내수 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중장기적인 시야에서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00년대 초 4% 대 중반이었던 잠재성장률은 최근 2%대 후반에서 3%대 초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부의 4대 구조개혁(노동·공공·금융·교육) 과제는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력 수출품목의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성장동력 육성도 지지부진하다. 내수 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한 유망서비스산업 육성도 눈에 띄는 성과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유 부총리는 취임사를 통해 단기 대응보다는 근본적인 처방에 무게를 뒀다.
그는 "우리 경제를 정상 성장궤도로 되돌리고 강건한 체질로 거듭나게 하는 길은 구조개혁 밖에는 없다"며 "신속한 경기대응으로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 개혁을 감당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확보하면서 구조개혁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유 부총리는 이전 경제팀에서 다소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대응과 가계 소득 증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가계와 중소기업의 소득을 확충해야 내수기반이 탄탄해진다"며 "가계소득 증대세제를 점검·보완해서 기업 성과가 가계로 흘러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재원배분의 우선순위를 과감히 바꿔야 한다"며 "청년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확대하고 해외 인재도 적극 유치해 '우리 인재'로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부터 본격적인 경제 행보를 시작한다. 그는 이날 신년 업무보고를 통해 새 경제팀의 새해 업무계획과 정책 방향을 밝힐 예정이다. 15일 오전에는 평택항을 찾아 수출업체를 격려하고 오후에는 이주열 한은총재와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