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서울시내 면세점 3곳에 대한 사업자 선정 결과가 14일 오후 7시께 발표된다. 관세청은 이날 오전 8시께부터 충청남도 천안에 위치한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 획득의 마지막 관문인 프레젠테이션(PT) 심사를 진행중이다.
올해 면세점 특허가 만료되는 곳은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22일)과 월드타워점(12월31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11월16일), 신세계의 부산 조선호텔면세점(12월15일)이다. PT는 올해 연말 서울·부산 면세점 사업권이 가장 먼저 만료되는 순으로 진행된다.
서울·부산 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신청서를 낸 롯데면세점, 신세계디에프, SK네트웍스, 두산그룹 등은 각사의 CEO가 발표자로 나서 PT를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은 이홍균 대표, 신세계디에프는 성영목 사장, SK네트웍스는 문종훈 사장, 두산그룹은 동현수 사장이 PT 발표자로 나선다. 각 회사의 발표자는 3명으로 제한된다.
학계, 시민사회단체, 연구기관 등에서 선발된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15명의 심사위원 등은 각 회사의 PT, 사업계획서 등을 종합 평가해 이날 오후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롯데 서울시내 2곳 모두 수성, 워커힐 수성 실패
업계에서는 롯데가 소공동과 월드타워점 두곳의 면세점 수성을 할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매출 규모로 살펴보면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지난해 1조9763억원으로 점유율 45.4%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2위는 1조1521억원인 신라면세점, 3위는 4820억원인 롯데 월드타워점 순이다.
소공점을 롯데가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매출 1위를 기록중인 이곳에 대한 사업권 박탈을 정부도 쉽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롯데는 가능성이 매우 높은 소공점 이외에 제2롯데월드몰 앞에 대형 분수대를 조성하는 등 롯데 월드타워점 수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롯데가 내놓은 대부분의 공약은 롯데 월드타워점 수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워커힐 면세점은 현재 상황에서는 위태롭다는 견해가 다수다.
워커힐은 23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외국인 카지노 고객을 노린 면세점이기 때문에 중국 관광객이 몰리는 다른 면세점들보다 매출이 낮다.
실제로 워커힐은 지난해 매출이 약 2700억원으로 중소중견 면세점인 동화면세점(약 2900억원)의 매출 규모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신세계 또는 두산이 워커힐 면세점을 발판삼아 서울 시내 면세점 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롯데 소공동 수성, 신세계·두산 면세점 획득
많은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가 소공점은 수성할 수 있지만 월드타워점을 빼앗길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월드타워가 완공될 경우 관광 인프라 등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지만 소공점에 비해서는 비중이 크지 않다. 면세점 매출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잇따라 발생한 롯데 그룹 경영권 분쟁, 롯데면세점의 독과점 문제 등은 월드타워점 수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측에서도 독과점 문제 해결을 위해 월드타워점 면세 사업권을 빼앗을 수 있는 명분이 존재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롯데 측은 월드타워점 수성을 위해 향후 소공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관광지로 키워나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 같은 목표가 정부에 어필할 수 있을 지 여부는 미지수다.
정부가 만약 롯데 월드타워점을 신세계 측에 넘기고 SK 워커힐 사업권을 두산에게 넘기면 현 상황에서는 가장 탕평책이 될 공산이 크다.
롯데가 갖고 있는 두개의 사업장 중 적은 매출을 기록한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신세계 측에 넘겨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소공동과 명동 일대를 면세사업거리로 만들 수 있다.
워커힐의 경우 두산에 넘겨 관광자원 인프라가 개발되지 않은 동대문 상권을 활성화시킨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롯데 소공동 상실, 월드타워점 수성…신세계·두산 면세점 획득
롯데가 소공동을 지켜내지 못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적으로 해석할 때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여러 안 중의 하나다. 하지만 가능성 또한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롯데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반(反) 롯데 정서를 심어준 만큼 롯데가 가장 아끼는 소공점을 신세계 측에 넘겨주는 방안이다. 이른바 정부의 롯데 응징안이다.
이를 방증하듯 일각에서는 지난 7월 실시된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권 심사 결과를 볼 때 롯데 소공점도 안심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때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사업자로 선정된 기업들은 여의도, 용산, 인사동 등 새로운 지역에서 콘텐츠 창출을 제시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 동대문에 깃발을 꽂은 기업들은 당시 면세점 선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해당 기업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제시하지 못한 점도 승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콘텐츠가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콘텐츠 측면에서 이번 면세점 대전에 참가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롯데는 소공점 면세점 수성을 위한 새로운 콘텐츠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롯데가 본점을 사수하기 위해 제시한 새로운 콘텐츠는 영업점 확장 등에 불과하다.
같은 장소에서 공성을 택한 신세계의 경우는 어떨까.
신세계DF는 향후 5년간 53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전통시장 활성화, 한류특화 클러스터 조성,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 리뉴얼, 미디어 파사드 아트 조명쇼 등 관광시설 및 콘텐츠 개발도 추진키로 했다.
앞서 신세계디에프는 CJ E&M과 지난달 6일 업무협약을 맺고, 명동과 남대문지역을 잇는 '한류 복합문화공간'을 조성, 운영키로 했다.
매출 1위라는 상징성이 있는 소공동 면세점이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롯데가 면세 사업을 하든 지 신세계가 면세 사업을 하든 지 큰 차이를 못 느낄 수 있다.
오히려 개발이 안된 남대문을 개발해 새로운 상권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신세계를 더욱 매력적으로도 볼 수 있다.
◆롯데, SK 면세점 모두 수성
롯데와 SK가 기존 면세점을 수성한다는 시나리오는 한때 가장 유력했으나 희박한 시나리오로 전락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유통업계에서는 기존 면세 사업자에 대한 허가권 재심사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 여름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 획득을 위해 많은 기업들이 도전장을 던지면서 면세점 사업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운 것은 롯데가에서 벌어진 경영권 분쟁이다. 이슈가 이슈를 낳듯 경영권 분쟁은 정부가 롯데에 특혜를 줬다는 식으로 번져나갔다.
면세점에서 롯데가 1년에 수조원에 달하는 이득을 취하면서도 낮은 세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온 국민에게 알려지자 반 롯데 정서는 더욱 치솟았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정부도 기존 면세 사업자에게 특허권을 모두 내주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SK 면세점의 경우 일각에서 면세점 사업권 포기를 조건으로 최태원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을 허가받았다는 설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매출 규모면에서만 따져도 SK가 면세점을 수성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신세계, 두산 중 한 곳이 면세점을 따낼 경우
만약 신세계가 승자가 된다면 롯데 소공점과 함께 명동을 면세점 특화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 소공점부터 남대문 시장까지의 거리가 면세점 사업 지역으로 변모하게 된다.
특히 신세계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할 경우 그동안 롯데와 신라가 양분하고 있던 면세점 시장의 국내 판도를 뒤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두산도 워커힐을 발판 삼아 면세점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유력 후보로 꼽힌다.
두산이 승리한다면 동대문 지역 활성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대문에 면세점이 없다는 점이 두산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두산은 차별화된 관광자원을 통해 면세점 대전에서 승리한다는 각오다.
두산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면세점 내 매장 및 면세점과 연계한 각종 프로그램에 소상공인과 중소 패션 업체 등 주변 경제주체들이 대거 참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두산은 ▲인근 대형 쇼핑몰과 연계해 'K-Style' 타운 조성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및 전통시장과 연계한 야시장 프로그램 추진 ▲지역 내 역사탐방, 먹거리탐방 프로그램 운영 ▲심야 면세점 운영(현재 검토 중) 등을 추진하고 있다.
◆후보기업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출사표를 던진 후보 기업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기다린다는 입장을 내놨다.
롯데 그룹 관계자는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은 다른 경쟁업체와 비교할 때 충분히 경쟁력이 존재한다"며 "그동안 롯데가 가진 경쟁력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준비해왔으니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며 "오는 14일 프리젠테이션에서 심사위원들께 우리의 전략과 의지를 잘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방한 관광객들의 재방문율이 갈수록 떨어져 '관광 한국'의 장밋빛 미래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세계 면세점은 관광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대규모 투자화 고용창출로 국내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이를 통해 다시 찾고 싶은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두산 관계자는 "준비한 지역 상생형 면세점 사업계획을 잘 얘기할 것"이라며 "특히 동대문의 입지적 장점을 강조하고 지역 상권 및 국가경제에 기여할 방안에 대해서 잘 설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