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1600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오는 10일 열린다. 총수 부재로 적잖은 경영 차질을 겪어온 CJ그룹은 이번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다시 명암이 엇갈릴 전망다.
9일 법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는 10일 오후 4시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403호에서 이 회장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혐의 파기환송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이 회장은 이날 공판기일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9월10일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특경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 횡령·조세포탈·배임 혐의로 기소됐는데 대법원은 이날 배임 혐의에 대해 법률 적용이 잘못됐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이 배임 혐의에 대해 정확한 이득액을 계산할 수 없다고 밝힌 만큼 이 회장의 범죄 혐의 액수는 한층 줄어들 전망이다.
또 횡령이나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된 금액이 이미 상당 부분 변제가 이뤄졌기 때문에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처럼 이 회장에게 유리한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CJ그룹은 조심스럽지만 기대하는 분위기다. 총수 공백이 3년째로 장기화하면서 CJ그룹은 곳곳에서 경영 차질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현재 CJ그룹은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위원장으로, 전문경영인인 이채욱 부회장 등이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해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총수의 공백을 메우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구속된 뒤 기존 투자계획의 집행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올해 초 CJ대한통운이 APL로지스틱스 인수전에서 최종 탈락하는 등 해외사업도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통상 매년 10월께 해온 임원 인사도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2013년엔 12월에 인사를 시행했고, 지난해 인사는 결국 해를 넘겼다.
다만 이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다고 해도 현재 건강 상태로 봤을 땐 경영 복귀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만성신부전증을 앓던 그는 구속기소된 그 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이후 계속 기한을 연장하며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그는 신장이식수술 뒤 급성거부반응, 수술에 따른 바이러스감염의 의심 증상, 유전적인 질환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 질환 등을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