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롯데家 '형제의 난'으로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된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끝나며 사실상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원리더’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이번 주총으로 '롯데가 1인자'라는 이미지를 굳힘과 동시에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우위에 선점했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을 사실상 장악한 만큼, 이번 주총을 계기로 그룹 지배력과 조직 내 장악력이 더욱 공고히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신 회장의 마지막 숙제가 남아있다. 그동안 등을 돌린 것이 아니냐고 관측됐던 가족과의 화해다. 롯데의 1인자가 된 신 회장에게 가족과의 화해는 글로벌경영 및 경영정상화에도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필수다.
지난달 28일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전격 해임한 것을 시작으로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의 반격으로 롯데일가에 폭풍이 몰아쳤다. 이후 신 회장을 제외한 가족들이 '反신동빈' 연합을 형성하며 롯데 경영권 분쟁은 정점을 맞이했다. 특히 분쟁 초반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등이 신 전 부회장의 편에 서서 분쟁의 구도를 '총수 일가 vs 신동빈 회장'으로 만들어 지기도 했다. 신 회장이 1인자가 된 현 시점에서 돌발변수를 줄이려면 바로 등을 돌렸던 가족과의 화해 또는 응어리를 풀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향후 제기될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법적 소송을 어떻게 대처할지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행보가 그리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키포인트를 쥔 주인공은 신격호 총괄회장.
신 총괄회장은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 그룹 지배구조에서 멀어지기는 했지만 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는 핵심 주주다. 현재 고령으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결국 신 총괄회장의 마음을 얻는 것이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의 경영권 승계를 최종적으로 추인해 줄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신격호 총괄회장”이라며 “이번 주총에서 완승한 신 회장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며, 한국으로 돌아오는 데로 신 총괄회장의 마음을 얻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그룹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도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다.
신 이사장은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던 지난달 27일 신 총괄회장,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신 회장 해임 지시가 내려지는 것을 지켜봤던 인물이다. 신 회장이 한국롯데 경영을 맡은 후 경영 일선에서 밀려나 불만히 쌓여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신 총괄회장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도 신 이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신 이사장은 지난달 28일 신 총괄회장 입국 당시에도 아버지 옆을 지켰을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받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한때 신 이사장은 신 전 부회장의 가장 큰 우군으로 꼽혔지만 현재는 중립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신 이사장이 현재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쇼핑(0.74%), 롯데제과(2.52%) 등의 지분을 고루 보유하고 있고, 신동주·동빈 형제의 지분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경영권 분쟁이 계열사 별로 진행될 경우 키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경영권 분쟁의 상대인 신 전 부회장이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11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과 이번 주총을 마친 후 신 전 부회장과 경영권 갈등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화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경영과 가족의 문제는 별도라며 회사의 경영은 법과 원칙에 의거해 운영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이번 주총에서 참패를 본 신 전 부회장이 쉽게 물러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롯데홀딩스 및 L투자회자 대표이사 등재 등과 관련 일본에서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소송전으로 가거나 결국 상속문제로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 지배구조 정리 가속화될까?
롯데그룹은 80개에 달하는 방대한 계열사 지배구조에 대한 정리를 올해 연말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4월 기준 416개의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다. 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전체 순환출자고리 459개 중 무려 90.6%에 달하는 수치다.
현재 호텔롯데는 순환출자 고리 핵심인 롯데쇼핑의 지분도 9.58%를 보유해 신동빈, 신동주에 이어 3대 주주로 돼 있다.
또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롯데건설(38.34%), 롯데상사(34.64%), 롯데물산(31.07%), 롯데손해보험(27.72%), 롯데캐피탈(26.60%), 롯데알미늄(12.99%)의 최대주주다. 호남석유화학의 지분도 13.64%를 보유한 2대주주다.
이밖에도 롯데제과(3.21%), 롯데칠성음료(보통주5.92%, 우선주 4.83%), 롯데삼강(8.60%), 롯데리아(18.77%), 롯데정보통신(2.9%), 대홍기획(12.76%), 롯데자산개발(7.19%), 롯데카드(1.24%)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소유하고 있다.
이 같은 지배구조는 핵심계열사를 지배를 통해 전체 롯데 그룹 경영권을 차지할 수 있는 취약한 특성을 낳았고 이번 롯데가에 휘몰아친 경영권 분쟁의 원인이 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신동빈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를 연내에 80% 이상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롯데 그룹은 향후 유사업종 계열사 간 인수합병(M&A)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인수합병 작업이 본격화될 경우 롯데그룹의 계열사 80개 중 업무영역이 겹치거나 유사한 계열사는 올해 안에 통폐합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아울러 롯데그룹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경영인 도입 확대와 함께 자산 규모가 일정 수준인 곳은 사외이사 참여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다만 순환출자를 해소를 위한 지주회사 전환은 7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만큼 장기 과제로 넘길 공산이 크다.
신 회장이 “지주회사 전환에는 대략 7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롯데그룹 전 계열사의 2~3년치 순이익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나서겠지만 연구개발과 신규 채용 등 그룹의 주요 활동이 영향을 받을까 우려된다며 부담감을 나타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차차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선 재무적 부담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할 계획”이라며 “유사업종 계열사간 M&A 등을 통해 올 연말까지 현재 순환출자의 70~80%를 해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주총 결과와 상관없이 경영권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아사히신문과 NHK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이날 신 전 부회장이 주총 후 기자들에게 “친족간의 갈등으로 많은 불안을 안겨드린 데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내가 믿는 바를 관철해 나가며 앞으로도 동료 및 거래처 여러분과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 및 '규범 경영' 강화 등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도해 상정한 안건에 찬성했는지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도쿄 데이코쿠(帝國) 호텔에서 시작한 주총은 약 20분만에 끝났다고 롯데홀딩스는 밝혔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선임과 지배구조 안건 등 신 회장이 상정한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경영권 분쟁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신동빈 회장의 원톱 체제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는 평가다. 이로써 한일 롯데 경영권을 장악하는데 한발 더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당초 예상과 달리 신 전 부회장의 반격카드는 나오지 않았다.
재계 일각에선 이번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 대해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