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법정시한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시급·월급 병기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파행을 겪으면서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는 시작조차 못한 상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협상 기일인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사용자 위원 9명이 모두 불참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다. 앞서 사용자 위원은 지난 25일 열린 7차 회의에서 '시급·월급 병기안'을 표결에 부친 데 반발하며 전원 퇴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8차 회의를 하루 앞둔 28일 “최저임금 시급과 월급 병기 요구가 철회되지 않으면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 자체를 거부하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공익 위원 등이 참여를 독려했지만 경영계는 끝내 회의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위원장인 박준성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용자 위원들이 출석하지 않은 것은 최저임금 심의와 관련된 여건이 어느정도 인지를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최저임금 심의가 진행되도록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급·월급 병기안은 지난 18일 일부 공익 위원이 제시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은 5580원이고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 116만원(주 40시간 기준)이다. 주휴수당을 제외하면 97만원 수준이다.
노동계는 “시급과 월급을 병기하면 사용자가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영계는 “사업장마다 노동시간이 다양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업현장의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고 맞섰다.
시급·월급 병기안뿐 아니라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1인 생계비는 물론 가구 생계비도 포함하자는 노동계의 요구와 사용자 측이 제시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결정 여부를 놓고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처럼 최저임금 운영 개선안에 대한 팽팽한 신경전으로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협상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최저생계비 수준은 돼야 한다며 79.2% 올린 시급 1만원을 요구한 반면 경영계는 중소·영세업체의 경영난이 심해질 것이라며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이견이 큰 데다 사용자 위원들이 전체 회의에 불참하면서 법정시한인 29일까지 최저임금 수준이 결정되는 건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결국 올해도 시한을 넘긴 뒤 공익 위원 중재안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폭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