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대화를 통한 노동계 현안 해결에 실패했다.
이 장관은 향후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작업을 정부 주도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법의 국회 처리도 험로가 예상된다.
이 장관은 9일 오후 2시께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자브리핑을 갖고 통상임금, 근로시간단축, 정년연장 등 3대 현안을 정부 주도로 추진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또 막판 쟁점으로 부각된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요건 가이드라인 제정,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금지 요건 명확화 등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비정규직 고용 관련 법제도 개선 ▲최저임금 관련 제반 쟁점사항에 대한 종합 개선방안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근로시간 상한선 수준 등 방안 ▲근로시간 적용제외제도 개선방안 등은 협의체를 개설해 후속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이 장관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대화를 통한 노사정 관계 회복'이라는 구상과는 정반대다.
앞서 박근혜 정권에서 초대 고용부 장관을 지낸 방하남 장관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3월 우리나라의 임금 체계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발표했고 4월에는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관련 입법을 추진했지만 단 한건도 처리하지 못하는 등 결과는 참담하게 나왔다.
결국 방 장관 체제 아래 고용부는 통상임금 산정범위,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이 노사의 협력 없이는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만 재확인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이 장관은 취임 이후 국회에 계류돼 있는 산적한 노사현안을 뒤로한 채 노사정 대화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바람직한 노사관계 정립을 통해 노정관계를 복원하고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노동 현안을 풀겠다는 의지로 비춰졌다.
하지만 이 장관의 이 같은 의지는 노동계와의 지루한 줄다리기, 노사정 대타협이 실패로 끝날 경우 박근혜 정부의 국정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 등에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부는 향후 정부 주도로 노동시장 구조개선이라는 작업을 펼친다는 계획이지만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총선을 1년 앞둔 국회의원들이 노동계를 의식하지 않고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관련된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지 여부가 의문시된다.
특히 노동계 측에서 예고한 총파업 등 후폭풍이 현실화 될 경우 노정관계는 극으로 치닫을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민주노총은 총파업의 결의를 더욱 높여갈 것"이라며 "반노동 정책과 밀어붙이기가 중단되지 않는 한 5월에서 6월로 예정된 임단투에서 총력투쟁으로 투쟁강도를 더욱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노총도 오는 16일 단위노조대표자회의를 열고 '향후 투쟁방향' 및 '투쟁 수위'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선 작업을 위한 대타협을 뒤로한 채 통상임금 산정범위,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입법화를 추진할 수 있을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