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임택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3세 경영승계에 대한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식품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사건이 재벌가 오너의 도 넘은 '갑(甲)질' 행태로 보고 있지만, 2·3세 경영권 승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처신에 주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오너 일가의 경영 승계작업이 본격화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선호씨는 지난 2일 공식출범한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요주주로 올랐다. 합병이 이뤄지기 직전인 지난 1일 이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CJ시스템즈 지분 31.88%(29만8667주)의 절반 정도인 15.91%(14만9667주)를 선호 씨에게 증여했다.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이 합병하면서 선호씨는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14만9000주(지분 11.30%)를 보유하고 있다.
선호씨는 지난해 12월 CJ제일제당의 한 영업지점에 사원으로 입사했으며, 장녀인 경후씨도 지난해말 CJ에듀케이션즈에서 CJ오쇼핑으로 자리를 옮겨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대상그룹도 2016년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3세 경영에 시동을 걸며 후계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대상그룹은 지난해 말 임창욱 명예회장의 차녀 임상민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부장급)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임상민 부본부장이 상무로 승진하면서 직급이 장녀인 임세령 상무와 같아졌다. 세령씨는 2012년 식품사업총괄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상무)로 임명됐다.
특히 이달 초 임세령 상무가 대상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상의 자사주를 처음으로 매입해 이목을 끌었다. 임 상무는 근로·금융소득 49억9600만원을 들여 총 5번의 거래를 통해 대상 주식 15만9000주(0.46%)를 취득했다.
이에 임 상무는 대상의 지주사인 대상홀딩스(39.53%)와 부친 임창욱 회장(1.19%), 대상문화재단(3.85%) 등에 이어 지분보유자에 이름을 올렸다.
또 대상홀딩스는 지난달 3일 보유하고 있던 초록마을 주식 16.58%를 약 73억원에 매각했다. 매각 상대방은 임창욱 회장의 두 딸 임세령 상무와 임상민 상무로, 임세령 상무는 21만9780주(7.5%)를, 임상민 상무는 26만7880주(9.1%)를 각각 사들였다.
창립 60주년을 한 해 앞둔 내년부터 후계구도의 윤곽이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동원그룹은 올해 1월1일부로 창업주 김재철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본격적인 2세 경영의 시동을 걸었다. 경영수업을 이어가면서 그룹의 핵심역량 강화와 미래 전략 수립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사조그룹 창업주 고(故) 주인용 회장의 손자이자 주진우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씨도 2012년 사조해표·사조대림의 기획팀장(부장)으로 입사, 경영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두 아들 진수·희수씨는 올해 3월 승진해 그룹 전략기획부문장(상무)과 미래사업부문장(상무)으로 각각 근무하고 있으며,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장녀 담경선 씨도 오리온 전략기획팀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매일유업도 3세 경영 수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완 회장의 장녀 김윤지씨는 2012년 하반기 그룹 계열사인 유아용품업체 제로투세븐에 마케팅팀 대리로 입사해 실무경험을 쌓고 있다.
크라운해태제과 역시 3세 경영체제의 닻을 올렸다. 창업주인 고(故) 윤태현 회장의 손자이자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장남인 윤석빈 크라운제과 상무를 지난 2010년 대표이사로 승진 발령했다. 이 외에도 3세 경영을 준비 중인 회사들이 상당히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원 인사가 단행될 때마다 오너 일가의 승진 여부가 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며 "2·3세 경영 승계는 조직을 안정시키고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장점이 있지만, 경영자로서의 자질이나 능력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핏줄에 의한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2·3세 경영 승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대가 고생해 이뤄놓은 가업을 그대로 물려받는다는 점에 있다"며 "소유·경영이 제대로 분리되어 있지 않은데다, 보통 사람처럼 취직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없이 흔히 해외 유학을 다녀오고 소속 회사에 입사한다. 이후 일반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초고속 승진을 하면서 책임의식보다 특권의식이 강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