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한국 남자 스켈레톤의 간판으로 월드컵에서 처음 메달을 목에 건 윤성빈(20·한체대)이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으면서도 평창올림픽에서의 금메달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윤성빈은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리에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와서 기분이 매우 좋다"면서 "내가 가장 자신있던 경기장에서 이제 겨우 한 발자국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남은 월드컵에서 더 나은 성적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4~2015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월드컵 2차 대회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1분52초23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소치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미국의 매튜 앙투안마저 제치면서 따낸 동메달은 한국 썰매종목에서 나온 최초의 메달이다.
윤성빈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총집결하는 월드컵 무대에서 최초로 동메달을 목에 걸며 4년 뒤 평창올림픽 금메달이 '헛된 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스켈레톤을 시작한 지 2년에 불과한 신예가 이토록 눈부신 업적을 거뒀다는 것이다.
2년 전까지 체대 입시를 준비하던 평범한 고교생이었던 윤성빈은 입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막연함으로 스켈레톤에 입문했다.
2012년 썰매 1세대로 불리는 강광배(41)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에게 직접 사사받은 윤성빈은 스펀지처럼 한 번에 많은 것을 빨아들였고 무섭게 성장했다.
출전한 대회마다 새로운 기록을 쓴 윤성빈은 지난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한국 스켈레톤 역사상 최고 기록인 16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소치올림픽 이후로도 오로지 평창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윤성빈은 올시즌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이 총집결하는 월드컵 무대에 처음 도전했고, 메달까지 목에 거는 기염을 토했다.
장점으로 꼽히던 스타트 기술을 더욱 가다듬은 윤성빈은 결점을 찾기 힘들 정도의 완벽한 선수로 거듭났다.
스케레톤 대표팀 조인호 감독은 "지금도 윤성빈은 100%, 150% 이상 잘 해주고 있다. 선수로서는 최고다. 지금처럼 열심히 잘 따라준다면 평창올림픽에서 메달은 충분히 딸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윤성빈이 좋은 성적을 낸 데에는 현지에서 장비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것도 한 몫 했다. 대표팀은 현지에서 썰매 전문가를 섭외 해 조언을 받았다.
그는 "이번에 장비 부분에서 외국인 코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평창 때까지 장비와 관련된 기술적인 도움을 계속 받는다면 메달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목표한 8개의 금메달 가운데 7개가 빙상(쇼트트랙 5개·스피드 2개)이었고, 남자 스켈레톤이 빙상 외의 종목 중 유일하게 금메달을 자신했다. 윤성빈의 실력을 믿는다는 방증이다.
윤성빈은 "금메달이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처럼 이렇게만 한다면 평창에서 가능성은 더 크게 발휘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