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임택 기자]미국 뉴욕 공항에서 기내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삼아 활주로로 이동 중인 항공기를 ‘램프리턴’(비행기를 탑승게이트로 되돌리는 것)시킨 뒤 사무장을 내리게 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논란을 둘러싸고 대한항공 측과 피해자 간 주장이 엇갈려 사태가 진실공방으로 비화하고 있다.
12일 KBS에 따르면 박 사무장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당시 조 전 부사장이 기내에서 땅콩을 제공하려 했던 여승무원을 질책했고, 기내 서비스 책임자로서 대신 용서를 구하던 자신에게도 심한 욕설과 함께 서비스 매뉴얼 케이스의 모서리로 손등을 수차례 찔렀다고 밝혔다.
박 사무장은 “이런 모욕감과 인간적 치욕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자신과 여승무원을 무릎 꿇게 하고 삿대질을 하며 기장실 입구까지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감히 오너의 따님인 그분(조 전 부사장)의 말을 어길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사건 이후 대한항공 직원 대여섯명이 매일 자신의 집으로 찾아와 '사무장이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해 조 전 부사장이 화를 냈지만 욕을 한 적은 없다. 스스로 비행기에서 내린 것'이라고 거짓 진술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의 주장에 대해 “처음 듣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국토교통부의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며 “처음 듣는 일이다. 뭐라고 말씀 드릴 수 없다”며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한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사과하겠느냐는 질문에 “진심으로 사과하겠다”고 답했으며, 직접 하겠느냐고 추가 질문에도 “직접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KE086편 항공기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향하던 중 승무원이 땅콩을 봉지째 건네자 기내 서비스를 문제삼아 '램프리턴'을 지시한 뒤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
조 전 부사장의 '램프리턴' 지시로 항공기가 게이트로 다시 돌아가면서 출발이 20분 정도 지연돼 250명의 승객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8일 비행기 후진 사태가 알려지자 '오너 재벌가의 '슈퍼 갑(甲)질'이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졌고, 대한항공의 '비행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하차시킨 조 부사장의 지시는 당연한 것'이라는 어설픈 사과문으로 여론을 더욱 악화됐다.
사태가 확산되자 조 전 부사장은 지난 9일 대한항공 '기내 서비스 및 호텔사업 부문 총괄 부사장' 보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대한항공 부사장 신분과 등기이사,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계열사 3곳의 대표이사 등은 유지키로 해 '무늬만 퇴진'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조 전 부사장은 결국 다음 날인 10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대한항공 부사장직에 대한 사표를 냈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사건 발생 일주일 만인 이날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국민에게 머리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