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올해 처음 치러진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 국어 영역의 경우 만점을 받아야만 1등급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수로 한 문제라도 틀리면 2등급으로 떨어지게 돼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과 함께 ‘물수능’ 논란이 예상된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본수능에서도 지금과 같은 ‘쉬운 수능’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변별력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5일 이같은 내용의 ‘2015학년도 수능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모의평가 응시생 수는 57만6538명으로 재학생이 50만1497명, 졸업생이 7만5041명이었다. A·B형 선택 비율은 국어 A형 46.4%, 국어 B형 52.9% 수학 A형 71.4%, B형 26.2%다.
평가원의 '영역·과목별 표준점수 도수분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국어 영역 만점자 비율은 A형 4.19%(1만1206명), B형 5.34%(1만6274명)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는 1994년 수능 도입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영어 영역도 지난 6월 모의평가(5.37%)때보다 낮아졌지만 3.71%(2만1230명)로 여전히 높았다. 반면 수학 영역은 A형과 B형이 각각 0.38%(1551명), 0.52%(781명)로 매우 어렵게 출제됐다.
1등급과 2등급을 구분하는 1등급 구분점수(1등급컷)는 ▲국어 A형 124점, B형 122점 ▲수학 A형 136점, B형 130점 ▲영어 127점으로 나타났다. 2등급컷은 ▲국어 A형 121점, B형 119점 ▲수학 A형 128점, B형 125점 ▲영어 124점이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A형 124점, B형 122점, 수학 A형 146점, B형 137점, 영어 128점이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전체 평균 대비 상대적 위치를 알려주는 점수로 시험이 쉬워 평균이 높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떨어지고 어려우면 최고점이 올라간다.
채점 결과를 분석한 결과 국어 영역의 경우 A형과 B형 모두 표준점수 최고점이 1등급 커트라인 인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만점을 받아야만 1등급을 받을수 있다는 의미로, 한 문제라도 틀리면 2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역대 수능과 모의평가를 통털어 처음 있는 일이다.
또 3등급 컷이 국어 A형과 B형이 각각 1등급 컷과 7점, 6점 차이가 나 3점짜리 문항 2문제나 3문제만 더 틀려도 3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
6월 모의평가에서 '물수능' 논란이 일었던 영어의 경우도 1등급 컷과 2등급 컷이 3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상위권 수험생 사이에서 배점이 높은 한두 문제 차이로 등급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수학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A형의 경우 146점으로 나타나는 등 과목간 표준점수 최고점이 최대 24점이나 벌어졌다. 시험의 난이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게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수학이 어렵게 출제됐다는 것으로 변별력이 높다는 의미다.
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A형 124점, 국어 B형 122점, 수학 A형 146점, 수학 B형 137점, 영어 128점으로 사실상 정시에서는 수학에서 당락이 결정될 정도로 중요도가 높다.
탐구 영역에서는 사회탐구의 경우 세계사와 법과정치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70점으로 가장 높았고 한국사가 64점으로 가장 낮았다. 과학탐구는 표준점수 최고점은 생명과학Ⅰ(79점)로 가장 낮은 화학Ⅱ (66점)와 13점이나 차이가 났다.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은 아랍어Ⅰ(98점)로 가장 낮은 스페인Ⅰ(64점)과 34점이나 차이나는 등 과목간 난이도 차이가 극명해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국어 영역의 변별력 상실로 국어에서 만점을 받지 못하면 서울 주요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어 만점자 수가 서울 소재 주요 10개 대학의 입학정원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국어 영역의 경우 1문제만 틀려도 1등급 진입이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어에서 만점을 받아도 정시에서 서울소재 상위권 대학 합격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어에 이어 국어도 지나치게 쉽게 출제되면서 문·이과 모두 수학이 변별력을 좌우하는 등 수학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탐구영역도 주요 변수로 작용하면서 수험생들이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어 치열한 눈치작전이 예상된다.
임 대표는“국어와 영어의 경우 반드시 만점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크고 문·이과 모두 수학이 변별력을 가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과목들에 대한 부담도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며 “탐구 영역간 난이도 차이도 극심해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른 유불리와 부담감도 매우 높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수능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본수능에서도 지금과 같은 ‘쉬운 수능’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올해 입시에서 변별력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평가원 관계자는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경감하고 수험 준비의 혼란을 막기 위해 2015학년도 수능 출제 역시 올해 6월과 9월 모의평가와 마찬가지로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교육과정 내용과 수준에 맞춰 어렵지 않게 출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원은 이번 6월과 9월 모의평가 결과를 분석해 이번 수능 출제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